길샘이 만난 시집- 고경옥의▪오후 여섯 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 딱 일주일
고 경 옥
길을 가다
꽃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코 속으로 스미는
국화의 살 내음에 황홀하다
한 다발 들고 와 찰지게 사랑하며
보고 또 보고 난 며칠 뒤
화병 속
시들한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넣는다
사랑, 딱 일주일이면 끝이다
►“살아 있는 땅과 죽어 있는 땅을 연결시켜주는 다리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야말로 유일한 생존이며 의미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1924-1998년/남켈리포니아 대학 교육학 교수, 애칭 ‘닥터 러브’ 14권의 책 1천5백만 부 판매)의 강연집<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읽으며 사랑도 수정하고 퇴고할 수는 없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질리고 역겹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라고 묻는다.
사랑으로 선택한 사람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기억은 얼마나 있을까.
버스카글리아는 “불행 속에서 흘려보낸 모든 순간은 바로 잃어버린 행복의 순간이다”라고 말한다.
큰고니는 사랑의 춤으로, 반딧불이는 반짝이는 불빛으로, 군함새는 가슴에 커다란 붉은 하트색으로, 갯벌 짱둥어는 죽을 뚱 살 뚱 몸짓으로 사랑의 고백을 한다.
사랑은 일주일이면 끝이라고 시인은 단언한다. 꺾인 국화꽃에서만 1주일인가.
호주에 사는 생쥐와 비슷한 안태키누스는 한번 교미를 하면 무려 12시간이나 지속하는데 짝짓기가 끝나면 탈진되어 1년도 채 살지 못한다.
하긴 하루살이는 교미와 산란을 한 후 하루 만에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학명을 ‘덧없는 운명의 곤충’(Ephmeroptera)으로 명명했다.
고경옥의 시집 첫 시 ‘사랑은 딱 일주일’에서 오랜 시간을 지체해야했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