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재탐구-장희빈과 연희동 우물터

장희빈 우물터는 역사성 없어

서궁에 기거하던 인현왕후 우물터?

희빈장씨의 우물과 노태우전대통령의 저택

역사 바로 세우기는 향후 잃어버린 역사만큼이나 그보다 더한 시련과 노력을 경주해야 그나마 잃어버린 역사를 조금씩 들춰낼 수 있다.

연희동 108의 17,경찰들이 골목마다 초소근무를 하고 있는 노태우전대통령의 자택이 내려다 보이는 길목에 뜬금없이 장희빈 우물터가 표지석과 함께 세워져 있다. 겨울에도 작고 앙증스러운 물레방아가 허무함만큼이나 하염없이 돌고 있다.

표지석에 쓰여있는 글귀에는 세종시대 세워진 이궁인 연희궁이 있던 곳으로 희빈장씨가 폐비되어 잠시 이곳에 머물 때 마시던 우물터라고 적혀있다.

조선왕조에서 유일하게 궁녀의 신분으로 왕비가 되었고 폐비되어 결국 스스로 자결하여 43년의 세월을 소란스럽게 살다간 여인 장희빈.

화장품선전용으로도 등장하고 사극과 영화에 가장 빈번한 소재로 조명된 여인 장희빈.

역사적으로 고증이 확실하다면 장희빈의 우물터와 노태우전대통령의 운명이 시대를 초월하여 어쩜 비슷한 처지로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희빈장씨의 생의 순환기를 살펴보면 연희궁 주변에 기거한 흔적은 찾아 보기 어렵다.

이궁은 임금이 건강이나 왕실의 액운을 피해 궁궐을 빠져나와 거처하던 작은 궁궐이란 뜻으로 연희궁터에 대해서도 연세대부근이란 설과 연희4거리 주변이란 설등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다.

장희빈의 생가도 연희동과는 멀찍이 떨어진 불광동 주변이지만 장희빈의 집터도 역사속으로 증발되어 버렸다. 조선초기의 이궁은 동쪽으로 경기도 진접면에 있었던 풍양궁,서쪽으로 연세대 주변에 있었던 연희궁,남쪽으로 한양대 앞 살곶이 다리 주위에 있던 낙천정을 꼽고는 있으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장희빈 우물터 뒷산을 궁둥산으로 명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궁궐 앞이나 뒤에 위치적 지형에 따라 궁뜰,궁둥,궁말,정자말,정자동으로 불려져 왔기 때문이다

몇 년전에는 종로세무서터에서 발굴된 유물을 보아 장희빈생가라는 설도 있었으나 현재는 불광1동 331번지 일대설이 유력하다.

연희궁은 세종이 부왕인 태종을 위해 세종 2년(1420년) 중건하여 세종 7년에 연희궁으로 명명하게 하여 연희동은 세종 7년 이후 그 이름을 이어가고 있는 역사적 지명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국립양잠소격인 잠실도회를 설치 서잠실이라고 명명하므로서 현재 서울의 강남인 잠실과 연희동 주변의 서잠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연산군시절에는 연희궁을 개축 연회장으로 꾸며 놓아 그 가치를 상실시키기도 했다.

장희빈은 미색의 여인으로 당시의 역사서에 여러번 그 미모에 대해 저술하고 있다.

고운피부를 상상적으로 확산시켜 화장품선정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하지만 장희빈우물터가 연희동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희빈장씨의 일대기를 들춰봐도 궁녀로 어린날 궁궐에 입궐한 기록이 숙종실록에 머리를 땋지도 않은 어린시절에 입궐했다는 내용으로 보아 이미 어린날 입궐한 상태로 살아간다.

후궁인 숙원장씨로 2년,후궁 소의로 1년, 후궁 빈으로 1년 그리고 왕비로 5년간 ,다시 후궁 빈으로 7년간의 삶을 살았다.

다만 경신환국이 일어난 해 명성왕후에 의해 강제 출궁되던 시기(1680년) 어디서 기거했는지가 연희동과의 인연을 연결시킨다.

당시 희빈은 오빠인 장희재부부의 집에서 어머니 윤씨와 함께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어 오빠집이 어디였는지가 관건이다.

인현왕후에 의해 재입궁한 이후 후궁으로 책봉되고 서인과의 대립속에 혼란한 시절에는 숙종이 후궁의 처소인 창덕궁에서 창경궁에 처소를 마련하라는 내용도 있어 궁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1688년 마침내 숙종의 숙원인 아들 균을 낳앗고 20대 임금 경종에 오르게 된다.

아들을 낳은 희빈은 마침내 정1품 빈으로 책봉되고 인현왕후가 폐출되면서 후궁이며 궁녀출신이 국모가 되는 역사적 기록을 낳게 한다.

하지만 1694년 후궁으로 강등되던(갑술환국) 해 4월 폐비된 인현왕후 민씨가 입궐채비를 하면서 잠시 머물렀던 곳이 서궁(연희궁)이란 기록이 나온다.

노론과 소론의 갈등속에 인현왕후는 왕비로 복위되었고 장희빈은 취선당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희빈의 소란스러운 생은 임금의 첩이 임금의 정실로 승격되는 일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게 한 계기가 된다. 향년 43세로 이승을 떠난 희빈에 대한 기록은 수문록,인현왕후전에는 숙종에 의해 강제로 사사되었다고 기록된 반면 숙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자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연희동의 장희빈 우물터는 후궁으로 강등되었고 갑술환국의 난국 시절에 잠시 거처하던곳이 연희궁주변이었는가가 가장 설득력은 얻고 있지만 확실한 사실기록은 찾을 길 없다.(길샘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