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이 만난 시-신영옥의‘그만해라 가을산 무너지겠다’
갈 대
신 영 옥
백발이 되고서야 세상을 보네
굽어진 야윈 몸에
누런 옷 하나
걸친 삶
욕심 없는 자태가 소박해서 오히려 넉넉해 보이네
풀 섶마다 빈자리뿐
허전해도
혼자 남은 외로움 아름다워 보이네
가을로 가득한 세상 모퉁이 돌며 손짓하네
▣신영옥의 시집은 무진장 꽃들이다.
산국화에 국화주 한잔 마시면 섬진강변에 매화가 피고 앞산에 진달래, 냉이, 꽃다지, 베란다에는 게발선인장, 벚나무향기 맡으며 소꿉친구와 놀던 채송화, 분꽃, 백일홍은 70이 넘어도 피고 지겠지.
목련,백목련,산수유,연달래,찔레꽃,패랭이,동자꽃,은방울꽃,제비꽃,개나리,오이꽃,복사꽃,라일락,맨드라미,인동초,갈꽃,메꽃,철쭉꽃,함박꽃,이팝꽃,조팝꽃들이 갈피마다 피어나고 산 벚꽃이 넘겨다보이는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숲을 지나 돌아오는 날이면 굴뚝새로 날아드는 남편 앞에서도 꽃 타령이고 흐르는 땀방울도 알곡 꽃으로 피어난다.
빈 화분에는 또 무슨 꽃씨를 심을까. 속노랑 고구마로 허기라도 달래며 고민을 하자.
-길샘 김동환, 시인, 수필가, 문화평론가,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경영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