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이 만난 시-김해리의 ‘모션현혹이론’
북성포구
김해리
일감 잃은 부표가 끈에 묶여 떠도는 한낮
소라 멍게 삼식이
자연산 모둠 회로 손님을 부르던 빛바랜 문구
바지락칼국수집 만석댁 눈빛이
고무 함지박 속에서 가물가물 해감 중이다
갯벌에 기대 반쯤 기울어진 등대
‘포구에 물이 없으니 등대 허리가 휘었어’
소금을 뒤집어쓴 젓갈 새우들이
툭툭 양동이를 치며 할머니 혼잣말에 장단 맞춘다
먹이 찾아 수로를 넘나들던 괭이갈매기
목쉰 울음이 서둘러 노을을 끌고 온다
*김해리의 시집 ‘모션현혹이론’에 대해 평론가 유성호는 “몸과 마음의 가장 오랜 기원을 살피면서 동시에 그것을 삶의 새로운 기율로 보편화하려는 미학적 결실로 다가온다”면서 “섬세한 관찰과 기억으로 현실을 재현하면서 사람살이의 고단함에 힘껏 주목해간다”고 말한다.
-칼 앞에서 움트던 시간들이/꼬불꼬불 고개를 내민다/독기를 도려내려던 칼끝이 수굿하게/발자국 같은 그늘을 본다-<시 ‘거룩한 독’중에서>
-좀체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혼자서도 잘 노는 꼬리 잘린 말/애매한 말들은/입에 닿기 전 녹아들거나/뜨거워서 삼킬 수 없다/맛있는 대화는/아귀가 맞지 않는 행간에서 시작 된다-<시 ‘네 말은 어쩐지 모호해’중에서>
-바람에 몸을 비비는 샛강 물억새가 운다/아직 내줘야 할 것이 남았는지/이른 봄볕에 희디흰 물결로 사그랑 사그랑 몸 헹구어낸다-<시 ‘해의 염색’중에서>
대화중에는 구수한 이야기가 있고 까칠한 이야기도 있다. 어렴풋 색깔이 있는듯도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색상도 있다. 그렇다. 그 어설픈 행간의 충돌 속에 우리는 정겨움을 찾는다. 왜 그렇지, 왜 그럴까...
(환경경영신문,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시인, 문화평론가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