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배움터)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미술세계를 재발견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의 유화와 삽화 시리즈 약 140점과 애니메이션 영상 등 초현실과 꿈의 화가를 만나는 대규모 전시회다. 2022년 3월20일에 마감될 예정이었으나 워낙 인기가 높고 많은 갤러리들이 찾아 2주 더 연장하여 4월3일까지 전시가 열린다. 전시회장은 1시간 넘게 대기를 한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살바도르 도밍고 펠리페 하신토 달리 이 도메네크(Salvador Domingo Felipe Jacinto Dalí i Domènech:1904-1989년)는 스페인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달리에 대한 작품과 생의 주기마다 간략하게 요약한 해설들을 읽어 내리는 갤러리들의 긴 행렬은 코로나19의 펜데믹 흑막 속에서도 작품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흡입력이 대단했다. 모처럼 달리의 전 생애를, 그의 초현실적 기행과 작품 속 여행을 하는데 기꺼이 동행했다.
달리는 30세 되던 해 파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던 전시장에서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던 갈라와 사랑의 도주를 하고 1934년 마침내 10살 연상인 갈라와 결혼하여 평생 함께 한다.(정식 결혼식은 1958년 스페인 지로나의 앵겔스 성당에서 열렸다)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의 편력은 한 여인보다 여러 여인들을 사랑한 것과는 다르게 달리는 한 여인을 만나 50년 동안 진정 사랑했다는 사실에 갈라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살바도르 달리는 "내 어머니보다, 내 아버지보다, 피카소보다도... 그리고 심지어, 돈보다, 갈라를 더욱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치유했다."라고 말한다. 갈라는 평생 달리의 어머니로, 애인으로 달리의 작품 해설가와 판매자로 활약했다. 초상화 등 작품 속 갈라의 모습은 ‘레다 아토미카’ ‘주변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 ‘공으로 그린 갈라데이아’ ‘자신의 육체가 계단, 기둥의 세 척추, 하늘 그리고 건축물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나신의 갈라’‘갈라리나’, ‘슈거 스핑크스’(인상파적 경향)등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달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예술가들로는 피카소(피카소의 초상, 두 얼굴), 프로이트(꿀은 피보다 달콤하다, 구운 베이컨과 부드러운 자화상, 이교도의 흔한 풍경), 브르통(초현실주의), 밀레(갈라와 밀레의 만종), 건축가 가우디(나의 욕망의 수수깨끼), 미켈란젤로, 볼테르(볼테르가 보이지 않는 노예시장), 폴 엘뤼아르(부인 갈라의 전 남편, 시인, 초현실주의 창시자/폴 에뤼아르의 자화상)다빈치(최후의 성찬식)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입체파, 다다이즘의 실험적 작품, 프로이트를 통한 초현실주의와 꿈의 세계(나르시스의 변형, 기억의 지속), 조국 스페인(환각을 일으키는 기마투우사,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알게르 항구 카다케스, 에스 야네르의 목욕하는 사람들) 달리의 고향, 가족과의 관계(봄의 첫날, 여동생 아나 마리아의 ‘창밖을 보는 소녀’, ‘캔타우로스 가족(삼성 이건희 소장품 국가에 기증)’, ‘아버지의 초상’), 종교(폭발하는 라파엘의 머리, 리카드 항구의 성모마리아), 전쟁(히틀러의 수수께끼, 전쟁의 얼굴, 저녁의 거미), 달리의 정신세계( 위대한 자위행위자, 살아있는 정물, 욕망의 거처, 썩은 당나귀)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작품인 치즈처럼 늘어진 멈춰버린 ‘늘어진 시계(Droopy Clocks)' 작품도 그의 정신세계를 인지하면서 감상하게 된다.
이외에도 집착, 욕망 등 자아세계의 혼돈 속에서 그려진 ‘맑은 날씨의 지속’, ‘시간의 속도’, ‘자바의 마네킹’등의 작품도 만나게 된다. 어린 날의 환경을 통해 고층건물에서 자신의 몸무게의 중력을 체험하고자 시도했던 사디즘의 성향이나 초현실주의적(코끼리를 비추는 백조) 근성을 엿볼 수도 있다. 비교적 부유한 변호사 아들로 출생했으나 달리가 태어나기 3년 전 죽은 형을 대신하여 평생 형의 삶을 대신해야 하는 모조인간으로서의 탈출 시도가 달리의 정신적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이 작품 속에서도 나타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로 충격을 받은 달리는 핵신비주의의 시대의 ‘네로 코 주위의 탈 물질화’등의 작품도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는 화가의 진지한 고뇌도 엿보게 된다. 고향 스페인, 아버지와 아내 갈라, 천주교와 성서 속에 나오는 신들의 세계,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등 정신세계, 꿈의 세계, 개미와 시계 등 달리의 미술세계는 좌충우돌하면서 오늘날에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비대한 공간적 구성과 사막과 같은 색상의 평야와 그 속에 숨겨진 화가의 화두를 찾아내는 것도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고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22년 봄, 잠들었던 내 영혼도 달리의 초월적 시공간 속에서 깨어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