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의 클래식 여행 13-고난을 극복한 베토벤 교향곡 5번
문을 두드리는 운명의 탄생
교향곡 5번은 환상적이고 기쁨에 찬,
곤경을 극복한 승리의 축하로 끝난다
<교향곡 제5번, 운명Schicksal C단조, Op.67>은 1807∼1808년에 작곡되어 1808. 12. 22일 빈 극장에서 자신의 지휘로 <전원 교향곡>, <합창 환상곡, Op.80>과 함께 초연되었다. 지금 이 교향곡을 감상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베토벤의 인생이야기를 하고 있다.
"빠바바∼밤"하는 음만 들어도 아는 교향곡. 그러나 이후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곡은 "중후하다 장대하다"라는 말로 이곡을 표현함이 맞다. 그러나 사실 첫머리에 나오는 누구나 아는 이 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너무나 알려지고 누구나 알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1악장뿐만 아니라 전 악장을 감상해야만 하는 곡이다. 1악장 제1 테마에서 소위 문을 두드리는 음(
)이라고들 하는데, 베토벤이 "운명은 이같이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며 후에 일본에서 <운명 교향곡>이라 부르게 되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이렇게 알려졌지만 서양에서는 C단조 교향곡으로 통하고 있으나 '운명'이라는 부제가 쓰이기도 한다.
베토벤의 전기를 집필한 안톤 펠릭스 신들러Anton Felix Schindler, 1795∼11864의 말로는 "운명이 위협적으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문턱을 넘어오자마자 생명을 주입받는다. 교향곡은 환상적이고 기쁨에 찬, 곤경을 극복한 승리의 축하로 끝난다."고 베토벤이 자신의 상상을 설명 하였다.
1808. 12. 22일 빈Wien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극장 '아카데미Akademie'에서 작곡자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 연주회의 이름도 '아카데미Akademie'였는데, <교향곡 6번>,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 Op.58>등 모두 7개 곡이 함께 연주되어 4시간이 소요되는 매우 장대한 연주회였다.
1806년, 오데르 강Oder die 중·상류지역 슐레지엔Schlesien의 오파스토프Franz von Oppersdorff백작이 두 개의 교향곡을 베토벤에게 의뢰하여 5번은 1807년에, 6번은 1808년 초에 완성되었다. 이 곡은 먼저 Oppersdorff에게 바쳐진 후에, 다시 자신을 후원하던 프란츠 로브코비츠Franz Joseph Lobkowitz공작, 그리고 빈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안드레이 라주모프스키Andrei Kirillowitsch Rasoumovski백작에게 헌정되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시민계급이 등장하면서부터 사람들은 교회와 귀족의 저택이 아닌 거리의 콘서트홀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빠바바∼밤”이 운명처럼 새로운 시민들의 음악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소리로, 베토벤이 쏘아올린 신호탄으로 선구자역할을 했다.
이곡은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 만들어지지 않고 작곡가가 자신의 내적인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를 외쳤던 것이다. 교회음악, 국정음악, 오페라극장음악 밖에 없었던 시대에 베토벤은 음악을 음악으로서 감상하기 위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이 곡은 초연이 되고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결국 클래식과 교향곡을 상징하는 곡이 되었다. 특히 서두의 4개의 음 주제가 2차 대전 당시 BBC 뉴스의 시그널로 쓰여서 더욱 유명해졌다. BBC에서 이곡을 사용한 이유는 이 리듬이 V, 즉 승리를 표현하기 때문이라는데····, 전쟁 시에 적국인 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상당이 꺼렸을 테지만 국가간의 갈등·전쟁 따위를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았던 우리 모두의 명곡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4악장으로 구성된 각 악장에, 독일의 음악사학자 파울 베커Paul Bekker, 1882 in Berlin∼11937 in New York는 몸부림Struggle, 희망Hope, 의심Doubt, 승리Victory라는 별칭을 붙였다.
「제1악장(몸부림Struggle) 알레그로 콘 브리오」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이다. 클라리넷과 현악합주가 그 유명한 4개의 음으로 운명의 모티브를 강하게 두드린다. 처음의 음이 몇 번인가 반복되면서 성난 파도처럼 흘러나가면서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으로, 운명과의 다툼이 너무나도 굉장한 악장이다. 파울 베커Bekker는 이 악장에서 운명의 목을 비트는 베토벤의 씩씩한 모습이 보인다고 하였다.
「제2악장(희망Hope) Andante con moto」은 자유로운 변주곡으로 주제는 처음의 긴장감은 풀어지고, 부드럽고 명상적이며 여유로운 곡으로 바뀌면서 잠깐 쉬어가는 「Andante con moto」이다.
비올라와 첼로가 들려주는 제1주제에 이어 클라리넷과 파곳의 제2주제가 나온다. 베를리오즈는 코끼리가 좋아서 춤추는 것 같다고 했다는 평화로운 악장이다. 애인 또는 가족과 가지는 휴식의 한때로 표현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베토벤에게 많은 휴식을 주지 않는다.
「제3악장(의심Doubt) Allegro」은 운명의 모티브가 변형되어서 다시 등장한다. 결전의 때가 왔음을 예감하게 해준다. 콘서트에서는 하나의 악장이 끝날 때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도 관객도 잠깐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운명은 제3악장에서 제4악장까지 쉼 없이 계속되는데, 베토벤이 만들어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표현하듯 점점 조용해지는데···· 그러다가 바로 4악장으로,
「제4악장(승리Victory) Allegro-Presto」는 소나타형식이다.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면서 어느 한순간 갑자기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제4악장이 시작한다. 역시 기대가 부풀어 올라 드디어 폭발하며 웅대한 주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확신에 찬 승리의 기쁨은 하늘높이 치솟으며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슬픔과 절망에 빠진 우리를 어두움에서 구해내어 광명으로 이끌어 주는 악장이다.
관객들은 이 순간에 와서 싸움에서 승리로 끝났음을 안다. ‘이겼다’라는 함성으로 끝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이겼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3악장 마지막 부분부터의 멜로디가 다시 반복되다가 또다시 대폭발을 일으키며 활화산이 다시 폭발하는·····
환희의 경지에 도달하는 운명을 극복하고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는 이곡의 4악장! 고난과 역격을 딛고 일어선 베토벤을 설명이나 하는 듯, 이 곡은 베토벤의 운명을 그대로 표현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임을 느낄 수 있다. 위대한 승리는 맛볼 수 있는 불멸의 걸작임을 느끼게 한다.
이 곡은 운명을 주제로 한 교향곡이 아니고 운명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운명>이라고 부르는 나라도 몇 안 되지만 다시 들어봐도 운명 같은 곡이니까, 우리가 부르는 제목은 잘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교향곡은 구체적인 사실이나 사물을 표현하기 위한 곡이 아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실이나 사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들어도 감흥이 없기 때문에, 클래식을 이해하고 좋아하기 위해서 마음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들어야 하기에 지식과 이론을 모르면 감동할 수도 없었던 것이 경험이다.
이 곡은 ‘운명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 그 곳에서 갖가지 고뇌와 갈등이 생기고 전개되다가 마지막에는 승리로 끝나는 곡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베토벤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즉 귀가 멀어 고뇌하다가 그것을 뛰어넘은 사실이 중첩될 때 비로소 감동은 배가되어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다.
이 곡은 명곡 중의 명곡이기에 수많은 음반이 나와 있는데, 다음 3개의 음반으로 듣고 있다.
①푸르트벵글러 지휘, EMI녹음 LP판(교향곡 전곡),
②1993년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Berliner Philharmonisches을 방문한 날 Berliner에서 구입했던 Süddeutsche Philharmonic연주, 1993년 Prestige녹음 CD(교향곡 5·6번),
③카라얀 지휘, Berliner Philharmoniker연주,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녹음 CD(교향곡 전곡).
첫 번째의 LP판은 EMI판권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1988년 녹음한 것인데, 베토벤이 내적인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라면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1954는 외부의 압력을 음악으로 융해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1933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 음악 총감독으로 추대되었던 당대 최고의 지휘자였다. 그의 행적을 두고 나치와의 결탁여부에 대한 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전후의 재판과정에 까지 회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 해석에는 정통한 지휘자이다.
KBS FM 명연주명음악에서, 스위스 출신 앙세르메 지휘의 베토벤 5번 교향곡을 소개하고 있다. 가급적 좋은 녹음, 연주자, 지휘자의 음반을 선택하거나 알려진 명반을 구입하는 것이 좋지만 웬만한 사람이면 들어서 명반을 가려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