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봄날, 독일 라인강변의 본Bonn에 있는 베토벤 생가를 찾았다. 상가와 같은 건물들이 이어진 곳에 있는 그의 생가는 기념관이나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뒤편에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데 그곳에 베토벤의 흉상이 있다. 위대한 음악가 흉상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베토벤이 우리에게 남긴 수많은 주옥같은 곡을 들으며, 나는 어디 한곳도 버릴 수없는 군더더기 없는, 한시도 귀를 뗄 수 없는 음악(특히 교향곡)을 작곡한 음악가라고 칭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베토벤의 전기를 쓴 음악가이자 방송인으로 잡지<피아노>의 편집자인 제러미 시프먼Jeremy Siepmann의 "Beethoven His Life and Music"에게 들어보자.
"베토벤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 밤마다 술을 마시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취해 있어도 베토벤을 피아노앞에 앉혀 놓고 엄한 연습을 시켰다. 이런 혹독한 연습이었지만 재능 있는 베토벤은 그래도 실력을 쌓아가고 큰 연주회에서 피아노를 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Mozart의 6살 데뷔를 의식해서 그때 베토벤의 나이를 낮추어 6살이라고 거짓말까지 하게 되였는데 그 이후 베토벤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나이를 실제보다 2살이 적은 걸로 알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 달랐던 그이기에 고향에서 귀족들과 여러 예술가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던 그는 14살에 본에서 제2 오르간 주자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다. 빈의 음악살롱에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피아노 실력이 뛰어나 웬만한 유명연주자들은 그와의 만남을 꺼려할 정도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의 피아노실력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6세에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모차르트에게서 배울 수 있도록 빈으로 여행 할 수 있는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베토벤은 17세 되던 해에 모차르트를 만났는데, 모차르트는 베토벤을 보고 “이제 곧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20세 때에 만났던 당시의 최고 유명 음악가인 하이든 또한 베토벤과의 대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만남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베토벤이 모차르트를 만난 것에 대한 에피소드는 유명한데, 제러미 시프먼의 또 다른 설명은 "Mozart와의 첫 대면할 때 베토벤은 당시 17살이었는데 어떤 소개장을 가지고 Mozart를 방문했다. 그의 피아노곡을 들은 Mozart는 그다지 감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모차르트를 만나기 위해 이 한곡만을 열심히 연습했으리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영리한 베토벤은 이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선생님 주제를 하나 주십시오, 그 주제로 즉흥곡을 연주해보겠습니다" 주제를 주고 베토벤의 연주를 들은 Mozart는 감동하여 즉시 다른 방에 모인 동료 음악인들에게 말했다.
‘지금 연주하고 있는 저 소년을 기억해두어라 조금 있으면 세상을 놀라게 할 소년이다’
. Mozart의 예언은 적중한 셈이다. 그런데 이 둘의 만남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베토벤은 고향으로 급거귀가해야 했기에..."라는 것이 더 구체적이다. 어떤 이야기가 맞던 모차르트와 의 만남에서 베토벤은 큰 감명으로 고무되었을 것임은 틀림없다.
베토벤의 전기 작가인 빌헬름 폰 렌츠Wilhelm von Lenz, 1809∼11883는 베토벤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세 시기로 분류하였다. 다른 학자들의 의견도 반영하여 정리해보자.
제1기(1786∼1803)는 모차르트·하이든 등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형식을 찾는 모방의 시기period of imitation로 교향곡 1∼2번, 피아노협주곡 1∼2번, 피아노소나타 초기(1800년 전후) 15곡이 포함된다.
제2기(1804∼1816)는 개인적·주관적인 표현력이 상승하고 자신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하는 외향화시기period of externalization로 교향곡 3번∼8번, 피아노소나타 중기 12곡이 포함된다.
제3기(1817∼1827)는 자유로운 실험과 낭만주의적 성향을 보이며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 새로운 양식과 형식을 추구한 내향화 시기period of internalization로 교향곡 9번, 피아노소나타 후기 5곡이 포함된다.
베토벤이 작곡한 9개의 교향곡은 어디하나 버릴게 없는 군더더기 없는 작품으로 한 순간도 귀를 뗄 수가 없다. 9개의 교향곡 중에서도 이름이 붙어있는 <3번, 5번, 6번, 9번>이 특히 유명하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이 교향곡을 확립하였고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에 의해 절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교향곡 제3번 영웅Eroica, Eb장조 Op.55>은 베토벤이 우상처럼 생각하고 있던 나폴레옹에게 바치는 찬사의 증표였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1804. 5. 20일 스스로 황제에 즉위하자 배신감을 느꼈다.
친구이자 제자인 페르디난트 리스가 나폴레옹 즉위소식을 알리자 “그래 그자도 그저 별수 없는 인간이란 말이지. 이제 그는 인권을 모조리 짓밟을 것이고 자기 야심에만 몰두하겠지” 하면서 악보의 표지를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내던졌다.
나폴레옹에 대한 분노는 이어져, 지금도 빈의 음악애호가 협회에서 볼 수 있는 필경사의 악보를 보면 나폴레옹의 이름을 너무 세게 지우는 바람에 종이에 구멍이 나있다. 악보를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출판사에 보여주었을 때는 제목이 <보나파르트>라고 선언했다. 인쇄된 악보에서 처음으로 <에로이카>라는 이름이 처음 나온다.
당시 베토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볼 때, 그가 의식했던 안했던 간에 교향곡의 진짜 주인공은 절대로 나폴레옹이 될 수 없고 베토벤 본인 이었으리라는 것이 명백하다.
작품의 주 관심 대상은 어떤 개인적 영웅이 아니라 영웅주의 그 자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베토벤이 이해한 영웅주의의 본성이었다. 따라서 <에로이카>는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 대한 베토벤 본인의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에로이카>이전에는 작곡가 개인의 체험이 그토록 분명하고 압도적으로 뿌리박고 있는 것은 없다. 이 정도로 장대한 규모의 음악도 없는 탓에 베토벤의 생애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