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의 클래식 여행-14
베토벤의 위대한 작곡 전원, 합창,황제
-청각을 상실한 베토벤은 연주동안에는 청중을 등지고 서서 가수들의 입모양을 보고 실황을 이해했다. 초연 때 청중은 5번의 기립박수를 받아 황제부부 입장 때의 기립박수 3회라는 통례를 적용한다면, 낮은 신분으로 취급되던 작곡가에게 대단한 격찬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 6번 전원
<교향곡 제6번, 전원Pastorale F장조, Op.68>은 1807년 여름∼1808년 여름에 걸쳐 작곡되어, 1808. 12. 22일 초연된 베토벤 또 하나의 걸작이다. 이 곡도 교향곡 5번과 같이 자신을 후원하던 로브코비츠Lobkowitz공작과 라주모프스키Rasoumovski백작에게 헌정되었다.
5번 교향곡이 환희의 경지에 도달하는 느낌과는 달리 긴장감을 해소하는 듯한 베토벤답지 않은 전원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표제음악이다.「전원생활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위한 곡을 의뢰받아 만들었고, 전원Pastorale이라는 부제는 작곡가 스스로 붙였다.
1802년 여름에 빈 근처 하일리겐시타트Heiligenstadt에서 귓병으로 요양한 일이 있는데, 1808년 여름 이곳에서 다시 요양하면서 전원에서 받은 감명을 음악에 담은 것이 이 교향곡이다. 이 곡은 전원생활의 추억이기 때문에 ‘해석은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쓰여 있다. 그러기에 이 곡에 대한 나의 느낌은 나 자신의 감정을 바탕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베토벤은 귓병으로 고생하면서 사람과는 점점 멀어지고 자연과 가까이하게 되어, 자연을 즐겨했으며 사람보다 자연을 더 사랑했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에는 항상 클래식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베토벤의 교향곡· 협주곡은 소리의 굴곡이 크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도중 잠깐 자리를 비우다 사무실로 돌아오면 갑자기 큰 소리로 흘러나와 모두들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아 사무실에서 듣기가 꺼려져서, 보통 모차르트나 하이든 음악을 켜 둔다. 그렇지만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은 소리의 변화가 크지 않아 이 곡 만큼은 마음놓고 켜두고 다닐 수가 있기 때문에 참으로 많이 듣는 곡이다.
5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곡은 베토벤의 당시 생활과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제1악장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즐거운 느낌Erwachen heiterer Empfindungen bei der Ankunft auf dem Lande Allegro ma non troppo, F장조 2/4박자」는 시골에서 전원과 만나, 밝고 조용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제1테마는 조용한 전원을, 제2테마는 평화의 기쁨으로 가득한 즐거움을 노래한다.
「제2악장 시냇가의 정경Szene am Bach Andante molto mosso, Bb장조」는 12/8박자 소나타형식이다. 전원을 거닐다 시냇물을 만나 즐겁게 자연을 노래하는 악장이다. 바이올린으로 제시되는 제1테마는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자연을 노래하고, 제2테마는 아름다운 들판의 정취를 그려준다. 코다에서는 뻐꾸기·나이팅겔Nightingale과 같은 새소리들이 들려오는 듯 그야말로 아름답고 포근한 악장이다.
「제3악장 농부들 즐거운 모임Lustiges Zusammensein der Landleute, Allegro F장조」은 표제와 같이 시골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는 정경을 노래한다. 농민들의 즐거운 춤추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는 오스트리아 고유의 무곡이다.
「제4악장 폭풍Gewitter, Sturm, Allegro F단조」은 팀파니, 트롬본 등으로 전원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을 묘사하고, 트레몰로tremolo가 폭풍의 경고와도 같이 주요 모티브로 나타난다. 시골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니, 우리는 고요와 평온한분위기는 깨어지고 짐승들은 우왕좌왕하고 비를 피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해보자.
「제5악장 목동의 노래. 폭풍우가 지난 후의 감사Hirtengesang. Frohe und dankbare Gefühle nach dem Sturm, Allegretto F장조 6/8박자」는 폭풍이 걷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전원이 다시 나타나 멀리서는 양치는 목동의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아름다운 전원과 마주치는 느낌으로, 폭풍우 후의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나타내는, 기도하는 숭고한 느낌을 주는 악장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 9번 합창
<교향곡 제9번, 합창Choral, Op.125>은 베토벤이 1817년「런던 필하모닉협회」로 부터 교향곡을 의뢰받아 1822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인 54살 이던 1824년 초에 완성한,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그리고 베토벤의 철학과 인생관이 모두 동원된 인류최고의 예술작품이기도하다.
초연은 1824. 5. 7일 빈에서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지만 실질적인 지휘는 미하엘 움라우프Michael Umlauff, 1781∼11842, 악장은 슈이그나츠 슈판치히Ignaz Schuppanzig, 1776∼11830 등이 담당하였다. 청각을 상실한 베토벤은 연주동안에는 청중을 등지고 서서 가수들의 입모양을 보고 실황을 이해했다. 초연 때 청중은 5번의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당시 황제부부 입장 때의 기립박수 3회라는 통례를 적용한다면, 낮은 신분으로 취급되던 작곡가에게 대단한 일이다.
제4악장에 나오는 합창과 독창 때문에「합창Choral」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그 가사는 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1759∼11805의「환희의 송가頌歌」에서 가져왔다. 실러가 1782년부터 유랑생활을 하던 때에 경제적·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친구 쾨르너Gottfried Körner의 따뜻한 도움으로 고통에서 벗어난 기쁨을 담고 있는 시詩이다. 그는 드레스덴 중심을 흐르는 엘베강가 아름다운 집들이 자리한 나지막한 로비슈츠 언덕의 실러거리 19번지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실러Schiller가 1785년에 지은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의 아름다운 시는 베토벤 합창의 가사로 사용되어 위대한 음악을 만들었다. 감정이 고조되는 마지막악장 가사처럼 엄숙하고 감격스러움이 온 가슴에서 환희가 되어 올라온다.
베토벤의 전기 집필자 안톤 쉰들러의 증언에 따르면, 베토벤은 이 곡을 작곡하면서 실러의「환희의 송가」를 도입하기 위해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교향곡에 독창·합창을 도입하는 것은 당시에 처음이라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베토벤 작품 중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음악 전체에서 최고의 교향곡이라 말할 수 있는 이 곡의 자필악보는 현재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자필악보가 2003년 런던 소더비경매장Sotheby’s에서 3,300,000 USD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낙찰되었다.
폴란드 태생의 아그네츠카 홀란드Agnieszka Holland, 1948∼1 감독, 미국배우 에드 헤리스Edward Allen Harris, 1950∼1 가 베토벤으로 분장한 영화 Copping Beethoven을 보셨는지? 무대아래서 알려주는 손짓을 보고 지휘를 하는 베토벤의 모습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1824년 <합창 교향곡>초연의 감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이다.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이 열광했지만 베토벤은 듣지 못해 알 수가 없었는데, 출연한 가수가 베토벤의 등을 돌려주자, 그는 청중들의 환호를 알게 되어 답례하는 장면에서는 베토벤을 향한 이유모를 눈물이 두 뺨을 적셨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D단조 2/4박자」는 소나타형식이다. 빠른 템포의 신비로운 서주로 시작되는 순간부터 베토벤의 곡이 아닌 듯한 느낌의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호른의 지속음과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교향곡의 시작을 알려준다.
「제2악장 Scherzo, Molto vivace D단조 3/4박자」에서는 제1악장의 고뇌에 찬 신비로움이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농담으로 바뀐다. 마지막에는 열광적인 무곡으로 끝난다.
「제3악장 Adagio molto e cantabile, Bb장조 4/4박자」에서는 느리고 사랑스러운 아다지오가 나온다.
「제4악장 Presto-Allegro assai-Prestissimo」은 환희의 송가에 의한 Cantata이다. 피날레 악장은 전통적인 음악 형식과는 다른 복잡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서주를 지나 독창자가「오,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 하는데, 이건 베토벤이 쓴 가사이다.
이 후에 실러의 시로 노래하는데「환희여 아름다운 산들과 같이 찬란한 낙원의 처녀여 우리를 불꽃처럼 취하여 황혼에서 그대의 하늘과도 같은 성역에 발을 딛노라····」
마지막에는「단 하나의 넋이라도 진정 자기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는 우리 환희의 대열로 들어오라. 그럴 수 없다면 울면서 남몰래 도망쳐 가게나, 온 인류여 서로 굳게 포옹하라!····」라며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의미로 모두 하나로 뭉쳐진다.
베토벤은 5곡의 피아노협주곡을 남겼다. 그 중에서 5번이 가장유명하며, 나머지 곡들도 함께 모두 추천하고 싶은 주옥같은 곡들이다.
연대적으로는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제2번은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은 초기작품에 속하며, 제4번∼제5번은 중기의 원숙시기의 작품이다. 베토벤 찬미자인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이 베토벤 제2기의 작품들을 ‘걸작의 숲’이라고 불렀다. 후기에는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았다.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베토벤이 <피아노협주곡 5번>을 작곡할 즈음에는 빈의 성벽 가까이에서 살고 있었는데 나폴레옹군의 폭격이 쏟아지던 급박하고 어수선한 속에서도 동생의 집 지하실에 피신하여 작곡에 몰두했다. 제5번의 "황제"라는 별칭은, 베토벤과 같은 시기의 독일출신 피아니스트·작곡가로 악보출판 사업을 하던 요한 밥티스트 크라머Johann Baptist Cramer, 1771∼11858가 이 곡에서 "장대하고 위풍당당한"느낌을 받아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베토벤의 사후에 주로 영어권에서 정착한 별칭이다. 또한 모든 피아노협주곡 중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하다.
또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곡은 모두 명곡의 반열에 올라있다고 하는 것은, 가장 현대적으로 장대한 스케일로 만들어진 완벽한 형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협주곡들은 관현악 파트가 피아노를 뒷받침해 주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에서는 관현악이 피아노와 함께 곡을 이끌어가는 형태이며, 교향곡 같은 수준의 장대한 곡들이다.
교향곡뿐만 아니라 피아노협주곡을 감상해도, 베토벤은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작품만을 남긴 작곡가라고 이름 붙이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피아노협주곡Klavierkonzert 제5번 황제Kaiser, Eb장조 Op.73>은 1809년에 작곡한 베토벤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루돌프 공에게 한정되었다. 작곡 후 2년 반 정도지난 1811. 11. 28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피아노협주곡 4번까지의 초연에서는 베토벤이 자신이 피아노 독주자로 참여했지만 5번의 초연에서는 귓병이 더 중해져 피아노독주를 포기, 다른 피아니스트가 독주를 하게 되었다. 이 곡의 초연에서 청중의 반응은 무덤덤했다고 하는데, 세월이 흐른 후 리스트가 이 곡을 즐겨 연주하여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걸작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 악곡은 3악장으로 구성되어 총 연주 시간은 38분정도이다.
「제1악장. 알레그로Allegro」은 연주시간 21분 정도로 상당히 길며, 도입 부분에서의 피아노 카덴차는 즉흥이 아니라 악보대로 연주된다.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첫 악장은 시작부터 황제다운 특별함이 있다. 관현악의 힘찬 화음에 이어 피아노가 등장하여 화려하고 당당한 카덴차를 연주해 보이며 출발하는 대단함을 넘어서는 악장이다.
「제2악장. 아다지오 운 포코 모소Adagio un poco mosso」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이지만 온화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이어지는 피아노의 선율의 명상적인 악장이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는 이 곡의 찬미가풍의 주제는 오스트리아의 순례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파괴되는 도시 속에서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시간이 바로 제2악장이 아닐까. 제2악장이 끝나고 쉬지 않고 제3악장으로 이어지는 즉, 아타카attacca로 연주되고 있다.
「제3악장. 론도Rondo-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은 앞선 악장의 끝부분에서 중단 없이 이어져 다시 첫 악장의 느낌으로 복귀한다. 승리를 향해 행진하는 듯한 춤곡풍의 주제는 마치 곡예를 펼치는 듯하며, 피아노와 관현악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이어진다. 협주곡에서의 모든 묘미와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007 영화처럼 박진감 넘치는 피날레Finale를 보여준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