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도 있지만 번거로움으로 하루 종일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오는 .KBS FM을 튼다. 광고가 없으니 잡스러운 훼방꾼도 없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릴 필요도 없다.
그렇게 클래식음악에 젖어든 지도 40여년이 지났지만 클레식 음악에서 새를 주제로 한 음악이 별로 없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발견했다.
나보다 클래식에 순도 높게 감상하고 해설까지 하는 몇몇 지인들에게 물어 봐도 새들을 주제로 한 곡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썩 분명치 않다.
다만 대부분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여자보다 남성 위주로, 여성 작곡가들이 많았다면 새나 꽃을 주제로 한 음악이 많았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가설이 그나마 설득력을 얻을 뿐이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음악 장르는 발라드가 64%를 차지하고 댄스 43%, 영화나 드라마 주제곡등이 39%,팝 30%등이며 클래식은 11%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직은 클래식음악이 대중적이지는 못하지만 KBS가 지난 2015년에 조사한 한국인이 선호하는 클래식음악은 라흐마니노프, 베토벤은 5곡이나 선정되었고, 비발디, 차이코프스키는 2곡, 바흐, 드보르작, 모차르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인들은 베토벤이 5곡이나 포함되었지만 드보르작, 쇼팽, 모차르트, 바흐, 림스키 코르사코프, 생상스, 거슈윈으로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베토벤,바흐,비발디,차이코프스키,슈베르트,하이든,모차르트,쇼팽,라흐마니노프가 가장 친밀도가 높다.
그럼 클래식 선율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는 무슨 새일까.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를 듣다보면 난해하지도 않으면서 포근하고 종달새가 지저귀는 듯하며 쉽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의 흐름도 어렵지 않다.
종달새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곡으로 1악장의 주제 선율이 마치 종달새의 지저귐과 유사하다고 하여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었다고 한다.
종달새는 종다리과로 우리나라와 중국,일본등에서 흔히 보는 텃새로 옛 선비들의 시조에 ‘노고지리’로 자주 올려지는 새이다.
종달새의 노랫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바쁘고 생기 넘치는 농촌의 아침 풍경이 잘 그려진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인 남구만의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가 읊어진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인 비발디의 ‘사계’에서는 하이든의 종달새처럼 새의 이름이 거명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종류의 새들이 등장한다.
아름답고 활기찬 선율로 유명한 1악장은 “봄이 찾아오고 작은 새들이 기뻐 지저귀면서 돌아와서 축하해주고 물의 흐름과 바람에 불리어 천둥소리가 울린다. 시내의 졸졸거림, 바람이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봄을 알리는 천둥소리가 굉음을 울리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그리고 폭풍이 지나가고 작은 새들이 멋진 소리로 노래한다.”며 비발디 자신이 악보에 쓴 ‘봄의 소네트’에 설명되어 있다.
2곡 여름의 1악장에서는 “태양 볕이 뜨거운 계절, 사람도 가축도 활기를 읽고 축 늘어졌다. 푸른 들마저 무덥게만 보이고 멀리서 뻐꾸기가 울기시작하고, 산비둘기와 방울새가 이에 답하듯 노래한다. 가끔씩 산들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상냥하게 불다가 느닷없이 폭풍이 몰아친다. 양치기는 소나기가 올 듯해 이상날씨를 한탄한다.”가 배경설명이다.
뻐꾸기와 산비둘기,방울새가 ‘사계’에 등장하고 있다.
방울새는 참새목 되새과의 새로 우리나라의 텃새인데 김성태 작곡의 창작동요와 이수미씨나 방주연등의 대중가요에도 등장하는 새이다.
뻐꾸기는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1900년경에 군악대에 들어가서 트럼펫 주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스톡홀름에서는 영화관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일했던 스웨덴의 요나손(J.E.Jonasson)이 작곡한 ‘뻐꾸기 왈츠(The Cuckoo Waltz)’가 우리의 귀에 좀 더 익숙하다.
그러나 한 시대 최대의 인기를 누렸던 비발디도 말년에는 빈곤에 허덕이다 비엔나의 공동묘지에 묻혀 모차르트와 흡사하게 최후를 마친다, 그는 작곡가·음악선생·바이올린연주가·성직자로서 커다란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말년은 왜 이렇게 초라하게 인기도 잃어 버렸을까.
이 글을 쓰면서는 ‘놀람교향곡’을 듣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음악 공연도 무대가 아닌 화면상의 온라인 공연이 폭증하고 있다.
하긴 주변의 지인들도 자신의 방을 개조하여 방음장치 등을 설치하고 홀로만의 공간을 마련하여 음악과 영화를 즐겨 감상하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한 가족 1인 생활도 소리 없이 번져가고 있다.
철새들에게서 치명적인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에 번져 가면서 오리나 닭등 가금류부터 야생조류도 고병원성 보균새들로 인해 가깝게 대하기가 두려워지고 있다.
1백년간의 지구온도 상승, 강우량, 집중호우빈도, 생태계 변화는 동,식물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텃새인 방울새며 노고지리, 뻐꾸기조차 노래속에서만 기억해야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