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재 공학박사와 떠나는 클래식 세계 9-암시요법으로 병을 치료 라흐마니노프
암시요법으로 치료하고 <피아노협주곡 제2번> 완성
라흐마니노프 스스로 연주한 자신의 음악은 대부분 미국의 음반·축음기 제조로 유명한 빅터 토킹 머신 컴퍼니Victor Talking Machine Company의 레이블label로 출시되었다. 이 음반회사는,「그래머폰Gramophone」을 발명하고 특허권을 획득했던 유명한 발명가 에밀레 베를리너Emile Berliner, 1851∼11929의 레코더 재생에 성공한 엘드리지 R. 존슨Eldridge R. Johnson이 뉴저지 주 캠던Camden, New Jersey에 본사를 두고 1901년 창업한 회사이다.
1892년 만든 오페라 <알레코Aleko>의 대본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의「집시들gipsy」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1893 5. 9일 모스크바 볼쇼이Bolshoy극장(정식명칭은 ‘러시아 국립아카데미대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귀족이었던 알레코Aleko는 안정된 삶을 버리고 집시무리들과 방랑하게 되고, 그는 집시소녀 젬피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젬피라Zemfira는 싫증이 나서 자신을 사랑해주던 집시 남자와 달아나려 계획하자 알레코는 그 남자를 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알레코는 집시무리들에서 추방되어 버림받는다는 내용이다.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4곡의 피아노협주곡 중에서는 제2번과 제3번이 주로 연주되고 있다. 그는 당시에 <교향곡 제1번>의 비참한 초연the disastrous premiere의 결과에 시달리다 신경쇠약에 걸려 모든 일에 흥미를 잃는 등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다가 러시아 의사 니콜라이 다알Nikolai Vladimirovich Dahl, 1860∼11939 박사의 이른바 암시요법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다알Dahl박사의 치료는 매일 그에게 “이제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이것은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라는 암시를 계속 주지시키는 방법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해서 회복한 그는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명작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완성할 수 있었기에, 이 곡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다알 박사에게 헌정하였다.
한국 클래식 애청자들이 선정한 피아노협주곡 제2번
<피아노협주곡Piano Concerto 제2번, C단조 Op.18>은 그가 1899년부터 1901년 사이에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1901. 10. 27일 모스크바에서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곡자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초연하였다. 이 작품으로 그의 명성을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1904년 라흐마니노프에게 글린카 상을 받게 해 준 낭만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나오는 깊고 오묘하게 느껴지는 서정성이 가득하며, 힘이 넘치고 시적정성에 찬 작품에서 돋보이는 훌륭한 예술성이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천재성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에게라도 친숙하기 쉬운 협주곡이기에 2015년에 클래식 애청자들의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으로 이 곡이 선정되었다. KBS클래식FM은 홈페이지 설문조사로 클래식 인기 레퍼토리를 조사한 결과 협주곡에서 1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를 합쳐서도 1위라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으로 나타나 KBS클래식 FM 애청자들이 뽑아준 큰 상을 사후 75년만에 대한민국 국민에게서 받았다.
사실 이 기사를 보던 당시에 상당히 놀랐다. 이 곡이 명곡이긴 하지만 애청자들이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과 교향곡의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 드보르작, 비발디 등의 명작을 뒤로하고 제일 사랑하는 곡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설문조사할 때 마다 다시 바뀔 수 있다하더라도.
이 곡이 가져다주는 낭만적인 정서는 영화·드라마에서도 많이 등장하는데, 2006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클래식 음악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のだめ カンタ-ビレNodame Cantabile」에서는 주인공 千秋真一치아키 신이치가 축제 때에 연주하며, 또 노다와 함께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하는데 음대생들의 열정이 보이는 참 신선한 장면이다. 2006년에 제작된 권형진감독의 영화「호로비츠Vladimir Horowitz를 위하여」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정원Julius Jeongwon Kim, 1975∼1 이 직접 출연해 제1악장의 멀리 있는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장중한 피아노 소리가 나오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그 아름다운 제1주제를 이끌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제1악장, Moderato C단조, 2/2박자」은 소나타형식이다. 먼저 “크레믈린 궁전의 종”이라고도 불리는 장중한 독주피아노로 시작하고 이어 오케스트라가 유명한 선율의 주제를 유도한다. 제2주제는 비올라에 이끌려 독주피아노의 연주로 장중하게 전개된다.
「제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Adagio sostenuto C단조→E장조 4/4박자」은 세도막형식으로 극히 느린 템포의 꿈꾸듯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느낌이며, 작곡자의 풍부한 서정성을 느낄 수 있는 로맨틱한 악장이다.
「제3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Allegro scherzando E장조→C단조, 2/2박자」은 빠른 템포의 강렬하고 눈부시게 빛나는 악장인데 불규칙한 형식으로 테마가 2개 나타난다. 먼저 오케스트라의 서주로 시작하여 피아노가 중심 주제를 연주하고, 제2테마는 오보에와 비올라로 나타나는데 독주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라흐마니노프는 1917년의 러시아 혁명 발발과 동시에 미국으로 피신하여 그대로 정착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스탈린은 그를 제1급 예술가로 인정하여 귀국을 권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942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1943년 3월 28일 70세를 일기로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의 비벌리힐스Beverly Hills에서 타계했다. 그는 모스크바에 묻히고 싶어 했지만 이 또한 이루어지지 못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