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렬 시인의 인천 짠물論1-당구장 짠 다마는 왜...

정승렬 시인의 인천 짠물論1

인천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모두 짠물

인천시민은 급료로 생활하는 방식이 대부분

인천 당구는 왜 짜다고 할까, 짠 다마의 비밀

                                                                                                   丁 承烈 시인

인천 사람이 타지방을 여행할 때 간혹 듣는 소리가 「짠물」이다. 다시 말하면 「짠물」이란 타지방 사람들이 인천사람을 지칭할 때 -대개는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하는 닉 • 네임인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천사람」이 곧 「짠물」로 불리어 지는 것이 명쾌하고 뚜렷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복잡하고 다양한 「인천사람의 자격」을 두고 불리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인천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짠물로 불려 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좀 심하면 타 지방에 사는 사람이 인천 사람을 짠물이라고 농 반, 놀림 반으로 부르다가 오늘 갑자기 인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 바로 짠물로 불려 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점은 타지방의 지방색과 비교해 볼 때 인천에만 적용되는 특징이라 할 것이다. 사실 인천이란 지역을 두고 「인천사람」을 분류 하려고 들면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그건 서울이란 지명을 두고 「서울사람」을 분류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인천은 도시의 형성과 변화과정이 빠르고 팽창의 속도가 컸던데 비해 이런 변화의 주체로서 순수 인천 토박이의 힘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을 가리켜 「서울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인천은 그보다 훨씬 이전 즉 1900년경에 이미 「인천공화국」이 아니라 「인천 국제 공화국」이라 불러야 마땅할 도시가 형성 되었다. 개항이라는 격변하는 국제적 상황이 빚어 낸 결과인 것이다. 1883년 개항 당시 지금의 중구와 동구에 해 당하는 제물포에는 미처 1천명도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것이 1900년 인구조사 된 기록을 보면 16,455 명으로 늘어나 있다. 이중 외국인의 숫자만도 자그만치 6천5백 명이나 된다. 불과 8년 사이에 말이다. 행정 구역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인구 폭발이다.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방불케 하는 유민의 유입이라는 대사건이 인천의 도시 형성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그 뒤로도 인천은 계속 유민이 들어온다. 그 당시 우리나라 타지역 도시들은 잠자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가 8·15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며 또 한 번 대량의 유민들이 유입된다. 이렇게 처음부터 유민의 유입이라는 변수를 안고 성장한 인천이기에 그 성격이 다른 도시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 당시 다른 도시들이 전통적인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인천은 상당수가 급료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방식을 체득하고 있었다. 거기서 파생되어 나온 인천의 모습이 짠물이다.

이렇게 타지방 사람들이 몰려들어 형성한 도시여서인지 몰라도 「짠물」이란 호칭 역시 사람을 타켓으로 하지 못하고 인천이란 지방을 뭉뚱그려 오늘 이제 막 인천으로 이사 온 사람까지 당장 붙여 줘도 별로 어색하지가 않은 용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짠물」이란 소리를 수용하는 인천사람의 입장은 아마 그들의 고향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으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한다. 대개 인천사람들은 이 소리를 싫어하는 것 같다. 우선 짠물이라 부르는 의도가 호의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부르는 쪽에서 그런 감정을 담고 있다면 누가 좋게 받아드리겠는가.

그렇다면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를 감정에 실어 짠물이라고 부를까. 아마도 가장 중심적인 뜻은 “인색하다”, 또는 “인정머리가 없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자기의 이익밖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인간형을 말한다면 인색한 구두쇠를 칭하는 말일 것이다. 좀 좋게 인천사람 입장에서 고쳐 말한다면 남에게 신세 안지고 쓸데없는 낭비 안하고, 검약하는 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는 뜻도 된다, 또 짠물이란 말 속에는“이기적이다” 란 의미도 들어 있는 것 같다. 좋게 말해서 개인주의를 말하는 것일 게다. 왜냐하면 인천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서로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자기의 할 일과 권리를 분명히 할 줄 아는 사고방식은 있어도 남에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피해를 입히는 일은 용납하지 못하는 결백함 또한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개인주의 모습 아닌가.

짠물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좋게 해석한다면 서로 경계를 분명히 하고 의무와 권리를 철저히 해서 자기에게 돌아올 이익은 분명히 챙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짠물」이란 말을 다시 정의 해 보면 「철저히 낭비를 안 하고, 돈 쓰는 일이나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서로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권리나 이익을 분명히 챙기며 의무이행에도 빈틈이 없다.」 라는 뜻이 된다. 인천사람들이 듣기 싫어하고 캠프렉스로 여겨지는, 또한 이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비웃는 듯한 태도를 동반하는 이 「짠물」이란 말속에는 의외로 인천사람을 굉장히 추켜세워 주는 칭찬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는 후진국으로 살면서 외국을 여행했던 사람이나 외국 문물을 공부한 사람들에게서 선진국 사람들의 훌륭한 생활자세를 부러워하며 본받자고 한 것들이 있다. 그들이 허식 보다는 실질을 숭상하며, 낭비보다는 절약과 검소함을, 위세보다는 배려를, 독식보다는 합리적인 나눔을 생활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의 경계가 분명하며 합리적이고 권리 주장만큼 의무에 충실하다는 것도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들어 왔다. 이같이 선진국 사람을 칭찬하던 입으로 같은 내용의 말을 우리나라에선 짠물로 비웃음이 되고 컴프렉스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러니인가.

인천 사람이 특별한 인종은 아니다. 인천 사람이 짠물 소릴 듣는 것은 헤프게 살지 않고 -그렇게 살 여력도 없었고 그렇게 살아서는 인천에선 생존도 못했다.- 사리가 분명한 일이 아니면 내가 가진 것을 여간해선 남에게 잘 내놓지 않는 생활방식 때문일 게다. 전반적으로 인심이 후한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흠이 될 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좀 더 발전하려면 우선 이러한 정신의 토대가 필요하리라. 이런 절약과 검소한 생활의 정신이 없이 헤프게 낭비만 해가지고는 언제 선진국처럼 풍요를 누려 볼 것인가. 왜 외국사람의 근면하고 검소한 것은 칭찬하면서 짠물이란 말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이제는 짠물이란 말이 비록 인천 사람을 욕하고 비웃는 말이라 할지라도 컴프렉스로만 여기지 말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발굴하고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천적인 것이다. 그래야 인천이 생활방식에서, 생활철학에서 남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긍지를 후손에게 물려 줄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반에 짱구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둘이 있었다. 짱구라고 부르면 둘 다 몹시 화를 내어 아이들이 더욱 재미있어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두 아이 중에 한 아이가 짱구라는 별명을 듣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이 “짱구는 머리가 좋대”하고 대꾸하면서 웃기까지 했다. 다른 아이는 짱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졸업할 때까지 화를 내곤했지만, 한 아이는 어느 사이엔가 짱구라는 별명으로 놀리는 빈도가 줄어들고 대신 머리 좋은 아이로 인식되어지면서 졸업을 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문제는 불러주는 쪽보다도 수용하는 자세에서 인식을 새롭게 가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지방을 여행하다 농반 놀림으로 「짠물」 소리를 듣게 되면 나도 같이 웃으면서 “암 짠물이지. 얼마나 좋은가, 어짜피 한세상 살다 갈 거 너희처럼 싱겁게 엄벙덤벙 살아서야 살맛이 나겠나 이왕 살 거라면 좀 짭짤하게 살아야지”하고 말한다. 이것은 임기웅변이 아니다. 인천에서 살면서, 인천에서 터득한 나의 삶의 철학이다.

*당구장에서 당구를 하다보면 인천사람들의 당구는 짠다마라고 한다. 그래서 50이나 100정도 상향해서 출발 해야 맞다고 한다. 당구장에도 짠물이 베이는 것일까. 독자분들의 짠다마에 대한 지론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