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일상의 통신사- 김순찬시집 ‘탱자나무의 거부’

자연과 일상의 통신사- 김순찬 시집 ‘탱자나무의 거부’

소나무 생애

      김 순 찬

푸른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어 비굴하게 살았다

남들과 달리 얽매인 생활로

자유롭게 자라지 못했다

순탄치 못해 등 굽은 몸통으로

오래도록 목숨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고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한다.

*김순찬 시집 ‘탱자나무의 거부’에 담긴 60여편의 시에서는 소나무, 탱자나무, 칡넝쿨, 청보리, 꽃양귀비, 갈대밭, 라일락, 담쟁이, 자작나무, 해당화, 싸리나무, 철쭉, 느티나무, 관음송(소나무), 산딸기, 개나리, 버드나무, 유채, 진달래, 수국, 산벚꽃, 홍매화, 장미 등 23종의 식물들이 등장한다.

개별종이 아니고 군락형태나 식물의 의미가 담긴 꽃다발, 숲, 정원, 뜰, 가시덤불, 나무, 열매, 별꽃, 단풍 등을 포함하면 31개의 식물도감이 펼쳐진다.

시집의 절반이 식물과 동화작용을 하고 있다.

하늘과 땅에서 자연을 휘도는 백로, 왜가리, 까마귀, 고라니, 할미새, 뻐꾸기, 새, 강아지, 저어새 등도 감초처럼 등장한다.

인생의 먼 여행길에서 되돌아 갈 시점임을 인지한 시인은 시의 습작 시간이 오히려 행복한 순간이며 자연을 체감하며 일상적 삶을 조명하는 관찰자가 되고자 한다고 고백한다.

김순찬 시인은 자연을 휘돌며 스케치하면서 단아한 시어의 함축보다 아직은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보폭을 견줘가며 애써 설명하는 아마추어리즘이 귀여움마저 들게 한다.

하긴 비비배배 뒤틀리며 푸른 잎을 피우는 소나무에게서 자신의 삶을 투시하며 ‘아름답게 살았노라’ 그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토지주택공사, 고용노동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전력이 있다)

(환경경영신문, 길샘 김동환 시인,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