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이 찾아가는 시세계-이난희시집‘얘얘라는 인형’
첫, 눈(雪)의 시간
이난희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맨 처음 이야기
알몸의 나무를 더듬는 손
어서 와
여긴 너무 멀어 따뜻하지
마른 입술이 달의 한쪽 팔을 베고 눕는다
아직 사랑하는 법을 몰라
마른 잎이 두근거린다
사방 적막하고
어떤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우린 울지 않는다
너무 다정한 비밀들
어둠을 들추고 달이 사라질 때 우리는
맨 처음 기억으로 겨울을 살아간다
*김문영의 작품-북한산-
*집 이사로 이난희 시집은 두 번의 시간여행 끝에 내게 도착했다.
우체부에게 헛걸음을 시켜 미안하고,시간낭비,에너지낭비 모두가 미안타.
충북 충주 출신의 이난희 시인의 첫 시집 ‘얘얘라는 인형’을 읽으며 시인이 한센인 정착촌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한센인 2세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시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센인 정착촌에서 살고 있는 너는/자주 이별의 형식을 기록했다-중략
누가 너의 마음에 검은 도장을 새겨 놓았나-중략
-‘스티그마-옥에게’ 일부
그래서 이난희는 ‘그 자신이 고통을 당하는 환자이자 고통의 치유자’라고 안지영 문학평론가는 단정하고 있다.
하여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이란 자기 신체의 말단 부위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감정이입 덕에 시인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인 양 반응할 수 있게 된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작동하는 방식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시인은 감정이입의 역능을 맹신함으로써 자기를 구원자로 내세우는 자들을 경계하고 ‘내가 널, 우리가 널 지켜줄게’라는 말이 그저 명분 없는 약속에 그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그렇게 이난희는 벽에 핀 이름모를 풀꽃이 한센인이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있다.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