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최병구(聲聞 崔炳九) 시인의 삶과 문학
길샘 김동환시인이 인생사적 강의
어려운 시절 중앙문학과 인천문학간행
낙엽기(落葉記)
-최병구
이 분간 지을 수 없는
상황 속을
어디쯤 떨어진 곳에서
나는 웃고 있는가
아니면 울고 있을
까닭을 알고 싶은
또 하나의 나는
꼭 있어야만 하는가
기쁜데로의 자세가 아니면
슬픈데로의 대답일 것을....
*최근 한 문학강연에서 김동환시인이 고 최병구시인의 인생과 문학에 대한 강의를 했다.
고대 스토아 철학파의 대가인 루키우스 안아이우수 세네카의 활동 시기는 음모와 투쟁, 광기어린 행동이 자행되던 로마제정시대로 세네카는 찰나의 욕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인생의 짧음에 대해 마음의 평정이란 에세이 –세네카의 인생론-은 인생론의 정수가 응축된 책이다.
인천지역의 현대문학사에 있어서 성문 최병구 시인의 족적은 과거 로마시대의 협정과 비슷한 시대적 상황에서 인생론적 담론보다는 삶의 세계를 오로지 향토문학의 길잡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인물로 누구는 영원한 자유시인 랭보와 비견하지만 세네카의 인생과 더 많이 대비된다.
1981년 여름, 57세의 나이로 이승을 떠난 최병구 시인에 대해 평소 술자리를 함께하면서도 잦은 실갱이를 벌였던 문학평론가 김양수 선생은 ‘그가 겪은 시대는 순정의 시인이 감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시대였다. 일제시대 태어나 일군으로 징병에 끌려가 북만주벌판에서 소련군에 패퇴한 일본군과 함께 혼비백산 돌아왔지만 6.25전쟁시절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비애를 체득한 인물이다. 순수시인의 순정으로 가득한 그는 따뜻한 시인이지만 어두운 시절을 도맡아 누린 시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병구 시인은 종군기자와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약자에 대한 흑기사로 활약했다. 사회적 현상에 강한 분노를 스스로 억제하며 살아왔다. 그 분출구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문학지를 발간하면서 지역문화와 더불어 중앙문학의 한 틀을 마련한 힘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병구 시인이 살다 간 1950년대부터 1980년까지는 먹거리에서조차 곤궁했던 척박한 시절이었으며 감히 누구도 문학잡지를 발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최병구 시인 자신도 아들의 자살과 곤궁한 생활 속에 부인과 이별하고 둘째부인과 삶을 살아가면서도 순수문예지인 중앙문학 3권과 인천문학을 6권이나 간행한 것은 인천문학사에 있어서 유일하게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 재평가될만한 인물이다.
인천에서 간행된 문학잡지에서 개인의 사재를 털어 간행된 것은 최병구 시인이 발간한 중앙문학과 인천문학이 유일하며 기타 문학지들은 인천시의 후원이나 예총 등 협회지 성격으로 간행된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중앙문학과 인천문학에 대한 재평가는 추후 이뤄져야 할 과제이다.
-시인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