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의 클래식 여행- 바흐의 최대 걸작 브란덴부르크 4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흐의 최대 걸작
바흐시대 모든 악기편성이 다 동원되어
클라비어연주에 뛰어난 '골트베르크 변주곡'
<브란덴부르크 협주곡Brandenburgische Konzerte, BWV 1046∼1051>는 바흐가 남긴 협주곡들 가운데서 최대 걸작이며, 최고의 경지에 오른 ‘합주협주곡’작품으로 평가된다. 1721년에 바흐가 이 6곡의 협주곡들을 브란덴부르크 후작 크리스티안 루트비히Christian Ludwig, 1677∼11734에게 바쳤기 때문에 브란덴부르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협주곡은 고전주의 이후에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기악곡’이라고 하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협주곡의 종류만도「관현악협주곡orchestral concerto」,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 「독주협주곡solo concerto」등 다양하다. 바로크시대의「합주협주곡」은 독주자가 여러 명 등장하기 때문에 오늘날 흔히 들을 수 있는 협주곡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곡은 바흐시대에 사용가능한 거의 모든 악기편성이 다 동원되어 악상의 다양함과 화려함 그리고 힘찬 악곡으로 깊은 맛이 흐르기도 하지만, 제2번에서 트럼펫과·플루트·오보에·바이올린이 독주 악기로 사용되며, 제6번에서는 바이올린파트를 제외한 점 등이 특이한 악기편성이다.
6곡마다 악기 편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음색의 폭이 매우 넓어진다. 그리고 연주자의 스타일과 기법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매우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음악애호가였던 크리스티안 루트비히는 자기 집에 우수한 사설 악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악단의 연주를 위해 바흐에게 곡을 의뢰하였다. 이 곡을 작곡하여 증정문과 함께 이 곡을 바쳤다. 바흐는 쾨텐 공의 궁정악단에서 교회와 관계없는 일반적인 작품을 많이 작곡했다. 쾨텐의 젊은 영주 레오폴트Leopold대공이 세속음악을 선호했던 성향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곡도 여기에서 준비한 곡들 중의 하나로 다시 정리하여 공에게 헌정했는데, 공은 이 협주곡을 몹시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이 협주곡들을 연주하려면 많은 악기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브란덴부르크 궁정악단만으로 이 곡을 연주할 수 없었다.
당시 바흐는 비발디의 협주곡에서 형식을 차용하여 이를 기반으로 여러 협주곡을 썼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은 많이 다르다. 일부 악장은 비발디의 협주곡 형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품 제2∼5번이며, 제1번과 제2∼3번은 독자적 형식으로 만들었다. 이 중 제5번 D장조가 가장 화려하고 서정성이 풍부한 곡으로 많이 애창되는 곡이다.
「제1번, F장조 BWV 1046」에서는 비올리노 피콜로violino piccolo(소형 고음바이올린. 지금은 제1바이올린이 대용)가 주요독주악기이며 여기에 호른·오보에·파곳·1군群의현악기로 편성된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1악장에서 당당한 악상과 다듬은 듯 치밀한 악곡구성이 뛰어나다. 제2악장에서 애수에 젖은 멜로디는 파가니니 바이올린선율을 연상케 하다 다시 본래의 기분으로 되돌아간다. 3악장에서는 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리토르넬로Ritornello형식이며, 투티tutti와 솔로의 대비를 보이며 음악은 경쾌하다. 4악장은 미뉴에트로 폴로네즈와 2개의 트리오로 되어있다.
「제2번, F장조 BWV 1047」은 트럼펫·플루트·오보에 3관악기와 바이올린을 독주악기로 하고 있다. 제1번이 모음곡형식에 갇혀있지만, 여기서는 협주곡형식을 갖추면서 트럼펫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제3번, G장조 BWV 1048」은 바이올린·비올라·비올로네violone·쳄발로 같은 현악기군 만으로 편성하였다. 우리가 여기저기서 가장 많이 듣는 악장으로 많이 연주된다.
「제4번, G장조 BWV 1049」은 바이올린과 2개의 플루트를 위한 협주곡으로, 제1악장과 제3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이 크게 활약하기 때문에 바이올린협주곡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비발디의 작풍을 풍기며, 밝은 한줄기의 빛이 흐르는 듯 아름답다.
「제5번, D장조 BWV 1050」에서는 플루트·바이올린·쳄발로cembalo가 독주악기지만 쳄발로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어 뛰어난 쳄발로곡이기도 하며, 마치 쳄발로협주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2악장에서는 플루트·바이올린·쳄발로cembalo가 목가적인 애수를 풍기는 3중주를 기품 있게 펼쳐 보인다. 이 곡에서는 현악합주 구성에 유일하게 ‘솔로 플루트’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개량된 가로 플루트Traverse flute를 의미한다. 제2번과 제4번에서는 리코더가 사용되었지만, 최초의 가로 플루트가 사용된 솔로 협주곡이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비발디의 영향을 받아 리토르넬로Ritornello형식으로 작곡되었지만, 악장의 구성이나 악기 편성 측면에서 새로운 발전과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제6번, Bb장조 BWV 1051」는 비올라 다 브라치오viola da braccio 2·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2·첼로·비올로네violone 및 쳄발로(지금은 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로 편성된, 아름답게 단장한 세련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 곡의 음반은, 리히터가 뮌헨 바흐오케스트라와 녹음한 것을 최고로 친다. 박력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곡이다.
<골트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은 주제곡과 30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하프시코드 곡 집이다. 1741년 처음 출판되었고, 바흐의 클라비어 연습곡Clavier-Übung; 건반연습시리즈의 4번째이다. 작곡가가 이곡에 붙인 원래의 제목은 <여러 가지 변주를 가진 아리아Aria mit verschiedenen Veränderungen>인데, '아리아와 변주'인 셈이다.
바흐의 기악곡 중에서 오르간 곡에 못지않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클라비어곡인데 그 중에서 이곡은 가장 규모가 크고 뛰어난 작품이다.
당시 드레스덴 궁정에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Hermann Karl von Keyserlingk백작은 심한 불면증을 앓고 있었는데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자기를 모시고 있었던 요한 테오필 골트베르크Johann Theophil Goldberg, 1727∼11756에게 쳄발로를 연주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백작은 골드베르크를 통해 바흐에게 쉽게 잠들 수 있는 곡을 의뢰하게 되었다. 그런데 카이저링크Keyserlingk백작은 바흐가 작센 공으로부터 궁정음악가의 칭호를 받으려 했을 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이었기에 이를 쾌히 받아들여 이 곡이 탄생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골트베르크Goldberg는 어릴 때부터 백작의 보호 아래 음악을 배우고 자랐으며, 바흐에 사사한 일도 있었던 그는 클라비어연주에 뛰어나 이 변주곡을 초연하였기에 곡의 이름이 '골트베르크 변주곡'으로 붙여졌다. 변주곡Variation이란 어떤 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로 변형하는 기법을 변주라고 하며, 주제와 몇 개의 변주로 이루어지는 곡을 변주곡이라고 한다.
이 곡의 베이스가 되는 부분은 곡 첫머리의 아리아로 3/4박자의 느린 리듬으로 청량감이 있는 수면제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카이저링크 백작을 잠들게 하였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런지 들어보자, 아마 지겨워서라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잠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주제로 사용하고 있는 이 아리아는 1725년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연습곡집> 제2권에 있는 곡으로 바흐는 여기에 30개의 변주를 붙여, 사라방드 스타일의 G장조「주제」와 이어지는「변주1」∼「변주30」으로 구성하였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