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수난곡Matthäus-Passion, BWV 244>은 바흐의 교회음악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텍스트는 루터가 번역한 신약성서 마태복음 26∼27장, 그리고 시인 피칸더Picander의 종교시와 찬송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주시간은 2시간 45분 정도이며 크게 두 1부와 2부로 나누는데, 당시에 1부·2부 사이에 설교가 있었다고 한다. 아리아와 합창을 잘 결합시킨 작곡기법이 돋보이는 곡으로 <요한 수난곡Johannes passion>과 함께 지금까지의 수난곡 중 최고 걸작이며, 가히 종교음악의 진수라 평가받는다.
바흐 사후 79년이 지난 1829. 3. 11일, 멘델스존은 바흐의 서거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채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해묵은 악보를 찾아내어 바흐의 <마태 수난곡Matthäus-Passion, BWV 244>을 무대에 올려 역사적인 지휘를 하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거장의 위대한 작품이 다시금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음악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모두 뜨거운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이 음악회를 보고 난, 독일의 관념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헤겔1770∼1831은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그의 음악을 완전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바흐의 부활을 기뻐했던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멘델스존은 이 복원연주를 지휘하여 바흐의 업적을 소개하고, 바흐의 묻혀있던 곡을 되살려 다시 우리에게로 끌어내주었고, 자신의 연주회 또한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흐를 서양음악의 아버지로 칭송받게 되었던 계기가 된다.
수난곡은 복음서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을 다룬 종교음악으로 그 역사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있었지만, 근대적인 수난곡의 형식이 완성된 것은 바로크 시대였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1900는 1주일에 세 번씩 <마태 수난곡>을 들었다면서 스스로 선교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베드로의 느낌으로 들었을 듯하다, 비록 기독교인Christian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안정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베드로의 아리아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제가 흘리는 눈물을 보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불쌍히 여기소서. 제가 흘리는 눈물을 보시고, 제가 흘리는 눈물을 보시고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가슴 아프게 통곡하는 제 이 심장과 이 눈을 보소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하고 참회하며 노래한다.
마지막 제68곡 합창은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을 꿇고 무덤속의 당신을 부릅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요!····” 매장의 장면과 동시에 마태수난곡 전체까지 맺는 것은 역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합창)이다. 저녁에 신도들이 무덤에 모여 한 사람 씩 고별을 이야기 하다가, 마침내 전체가 두개의 앙상블로 부르는 대합창이 된다.
<요한 수난곡Johannes Passion BWV 245>은 모두 40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1722년에 라이프치히시의 요청으로 작곡하여 1723. 3. 26일 성 금요일에 연주되었다.
요한복음에 기반 한 대본으로 만들어진 이 곡은 오늘날까지도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세계각지에서 연주되는 명곡이다. 이 곡에는 바흐의 깊은 신앙심과 슬픔·분노·기쁨·공포 등과 같은 감정이 잘 녹아있어서 우리에게 크나큰 감동을 준다.
화성적이며 대위접적인 음악의 완상자인 바흐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여 숭고한 인간미가 흐른다. 바흐가 출생한 아이제나흐가 프로테스탄트의 발생지이자 마르틴 루터가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역사적인 곳이어서인지, 그는 경건한 신앙심으로 평생을 보냈다. 항상 경건하게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바흐의 음악이기에 수많은 예술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토카타와 푸가Toccata und fuge, D단조 BWV 565>의 작곡연대는 정확하지 않지만 20세 전후에 만든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18세기의 토카타는 푸가 앞에 놓여 토카타와 푸가라는 형식을 만들었다. Toccata는 ‘손을 댄다’라는 이탈리아어로 16∼117세기에 걸쳐 많이 작곡된 전주곡이나 환상곡과 같이 본래 화려한 기교를 가진 기악곡으로, 건반악기를 위한 곡이다. 자필 악보는 없고, 필사본이 베를린 주립 도서관Staatsbibliothek zu Berlin에 보관되어 있다.
바흐시대에는 유명한 악기 제조자인 고트프리트 질버만Gottfried Silbennann, 1683∼11753의 노력으로 오르간이 최고조로 발달한 시기로 ‘악기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 시기에 바흐는 오르간을 위한 곡을 만들어 이를 더욱 완성시켰나갔다. 이 작품은 바흐의 종교적인 음악 외에 오르간 곡으로서 대위법·푸가기법을 이용한 화려한 작품들 중에서도 유명하며, 오르간의 성능을 살린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는 매력 있는 곡으로 평가받는다.
이 곡은 강렬한 하행 음형으로 된 아다지오 도입부를 가지고 시작되며 이어서 셋잇단음표에 의한 폭풍같은 토카타의 주제가 이어지고 푸가부분으로 들어간다. 이 곡에 대해서는 바흐의 작품이 아니라는 위작설도 있고, 또 작곡된 해가 바이마르 초기의 시대인지 아른슈타트 시대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휴머니즘을 지향했던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1962는「바흐의 토카타toccata에 붙여」라는 시를 남겼다. 신비스럽기까지 한 바흐의 작품에 대한 예찬이자 인간 바흐에 대한 존경심이기도하다. “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 성스러운 흐름이 영원히 흐르며, 심연으로부터 종종 그 음이 번쩍인다. 그 음을 듣는 사람은 신비함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순간 신비가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향수에 불타올라 신비를 붙잡으려한다 왜냐하면 그는 아름다움을 예감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 곡은 오르간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어왔는데, 19세기 폴란드 최고의 피아니스트 카를 타우지히Carl Tausig가 편곡한 피아노 버전이 유명하다. 그리고 20세기 영국의 명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가 편곡한 오케스트라버전도 뛰어난데, 그는 1937년에 자신이 직접 출연한 영화「오케스트라의 소녀One Hundred Men And A Girl」에 이 곡을 삽입하였는데 영화가 유명해지면서 이 곡도 함께 유명세를 탔다.
재미있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넘어서 인류의 형제애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로 195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1965박사의 이 곡 오르간녹음도 있다. 그는 아프리카 봉사기금 마련을 위해 유럽순회 연주회 경력을 가지고 있고 뿐만 아니라「바흐의 오르간작품Bachs Orgelwerke」이라는 바흐에 대한 책도 썼던 음악애호가이자 전문가이다. 따라서 그는 독일출신의 프랑스 의사·음악가·철학자·신학자이자 루터교목사가 직업이었다.
<무반주 첼로모음곡Six Suites for Unaccompanied Cello, BWV 1007∼1012 >은 바흐가 괴텐 시대인 1717∼1723년 사이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 곡은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릴 정도이며, 첼로가 독주악기로 부각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첼리스트뿐 아니라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흐는 당시 독주악기로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던 첼로의 적극적인 연주기법 개발을 위해, 즉 첼로 교육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곡된 뒤 200년 가까이 묻혀 있었던 이 이 ‘첼로의 구약성서’를 우리가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로 불리는 에스파냐의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1876∼11973 덕택이다.
카잘스는 11세 때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 12세 때 바르셀로나 시립음악원에 진학하여 첼로와 작곡을 본격적으로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바르셀로나의 헌 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버려져 있는 악보뭉치 하나를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단다. 바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의 악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때에 카잘스는 프랑스의 유명한 작곡가 생상스를 소개받아 그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게 되었다. 생상스는 “오늘의 연주는 지금까지 들은 이 협주곡의 연주 중에서 최고이다”라는 찬사를 받고, <무반주 첼로모음곡>의 지닌 매력을 깨달았다고 한다. 첼로의 연주법을 개선하는데 노력해 가면서, 그때부터 이 악보를 꾸준히 연구하여 15년 후인 1904년 <무반주 첼로모음곡> 전6곡 공개연주를 하였고, 바흐의 걸작중의 하나인 이 곡이 세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악보의 발견은 참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실로 200년 가까이 묻혀있던 보석의 찬란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바흐가 직접 쓴 자필악보는 소실된 것으로 보이고, 소년 카잘스가 찾아낸 이 악보는 바흐의 자필악보가 아닌 그의 두 번째 아내 안나Anna Magdalena Bach, 1701∼11760의 필사본이다.
카잘스가 이 곡을 처음으로 녹음을 단행한 이후, 지금까지 이 곡은 모든 첼리스트들이 도전해야 할 αalpha에서 ωomega라고 한다니, ‘첼로의 성서’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과장된 표현만은 아니다. 이 곡과 함께 세상으로 알려진 카잘스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온기가 없는 기계적인 연습곡으로만 여겼다. 우주의 광휘와 시상을 분출하는 이 곡을 듣는다면 어느 누가 차갑다고 말할 수 있으랴!”라고 말했다. ‘활의 왕’으로 불리며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카잘스의 명연은 지금도 <무반주 첼로모음곡>의 금자탑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반주라는 점이다. 박자에 맞추어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선율악기melodic instruments이면 반드시 동반해야 할 반주, 즉 통주저음Generalbass; thoroughbass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첼로 한 대가 선율악기이면서 동시에 통주저음의 역할도하는, 선율과 반주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대의 첼로로 연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완벽하게 연주해내기 위해서는 독특한 연주기법이 필요하다. 파블로 카잘스는 오랜 시간의 연주 끝에 이 기교적 난제를 해결하고 처음으로 이 곡을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다시 내놓은 연주자이기에 카잘스의 존재를 빼놓고서는 이 곡의 연주와 부활을 논하지 마라!
바흐가 6곡에 모음곡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클라비어 곡으로 작곡한 영국모음곡이나 프랑스모음곡과 동일한 의미의 모음곡이다. 곡 전체는 원칙적으로 ‘알르망드Allemande-쿠랑트Courante-사라방드Sarabande-지그Gigue’ 등의 4개의 춤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알르망드 앞에 특정한 춤곡 리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유로운 악곡 프렐류드prelude를 넣고, 사라방드와 지그사이에는 당시 유행하고 있던 춤곡인 미뉴엣minuet·부레bourrée·가보트gavotte를 간주춤곡으로 삽입하여「프렐류드-알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미뉴엣·부레·가보트-지그」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