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시 한편- 최명희 시집 ‘가을, 말씀을 읽다’
가을
최명희
한적한 오솔길
청솔이 한 마리 마중을 나왔다
가을이 어디냐고 물어 봤더니
살금살금 걸어서 밤톨 하나
밤나무 밑에 떨어진 가을
청솔이가 주워서
소풍을 간다
*동시와 같은 시다.
최명희는 모든 사물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고, 이뻐하고, 때로는 미워하며 그 미움이 어디에서 왔는지 자아성찰을 해간다.
-그의 소식은 묵묵하다/그에게 전화가 끊어지고/대화마저 단절된/이제 침묵만이 그와 나의/유일한 대화-<‘혜윰’부분>
-밀물과 썰물에 씻기어 가는 묵언/글을 쓰고 있는 바다/잠든 영혼의 슬픈 시-<‘바다’ 부분>
-새벽이 준 새로운 희망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잠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털어내는 시간-<‘아침무늬’부분>
-봄이 고무신 속을 들락날락/봄소식 전해 주고 환생했구나-<‘고무신’부분>
-환장할 봄/푸른 생의 내력을 점지하고 있는/그는 누구인가-<‘벚꽃’부분>
-남해 어느 죽방에 걸려/수라상에 올라오기까지/수많은 통과의례를 거쳤으리라-<‘멸치’부분>
-유효기간이 지난 시간을 꺼내/환기를 시켜본다/유효기간 안에 있는 것들은 신선하다-<‘유효기간’ 부분>
-영혼의 눈이 깊어가고/겸손을 알아버린 노옹-<‘고행’(은행나무) 부분>
-미완의 계절/마지막 열차에서/발효시키지 못한 나의 지식에서/붉고 서늘한 고뇌가 가을처럼 밀려왔다-<‘여름, 미완의 계절‘부분>
계절과도 속살을 나누고 늙은 은행나무에게서 겸손을 배워가는 최명희는 -벚꽃처럼 화사한 봄날은/사진 안에 갇혀 가을을 잃어버린 듯 수줍다/사진 속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빛바랜 수줍음’부분> 그리고 보니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