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태 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
새싹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덜렁 대답하고 후회하는
호기를 부리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번 만큼은
떫은 가슴에 등불을 밝히겠습니다.
옹이 듬성등성 박힌 감나무
부동자세로 또박또박 선서를 한다.
*70여편의 시들을 펼쳐 나가면 어느새 우리는 산자락에 걸친 언덕길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귀농한 한 사내를 만난다. 쪽파와 땅이 서로 만나 무엇을 했길래 이토록 땅이 부드러워졌는가 골똘히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한폭의 풍경화가 펼쳐진다.
열심히 호미질을 하지만 성한 고구마는 없고 때굴때굴 굴러가는 배부른 굼뱅이의 비웃음을 거침없이 받아야만 한 초보 농사꾼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들풀과 저소나무에 걸친 반달과 서리꽃,채송화와 넝쿨장미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어느새 이들과 친구가 된 시인이 뱉어내는 추억들은 시간여행을 떠난 빛 바랜 사진속 풍경들을 엘범을 들추듯 한 장 한 장 기억 밖으로 잡풀을 뽑듯 뽑아내고 있는 시를 만나게 된다.(길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