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는 우리를 어떻게 꾸짖었는가
조선 인조시대 청 태종이 명을 치기 위해 항복을 받기 위해 한양 삼전도에 진을 치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의 길목을 차단하였다.
결국 인조는 항복을 하기 위해 청나라 태종에게 무릎을 꿇는다.
이 때 청태종은 인조에게 다음과 같은 치욕적인 조칙을 내리고 꾸짖는다.
이글은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인 이 한우씨가 쓴 왕의 하루를 (김영사간/ 1만5천원) 옮기면서 당시 우리나라 왕의 굴욕적이 현장과 중국 청나라의 한국을 바라본 시각을 냉철하게 관조하면서 우리의 대외외교의 오늘을 음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관온 인성 황제(寬溫仁聖皇帝)는 조선 국왕에게 조칙을 내려 타이른다.
보내온 주문(奏文)을 보건대, 20일의 조칙 내용을 갖추어 진술하고 종묘사직과 백성에 대한 계책을 근심하면서 조칙의 내용을 분명히 내려 안심하고 귀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청했는데, 짐이 식언할까 의심하는 것인가?
그런 짐은 본래 나의 정성을 남에게까지 작용하니, 지근번의 말을 틀림없이 실천할 뿐만 아니라 후일 네가 유신(維新)하게 하는 데도 함께 참여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지난날의 죄를 모두 용서하는 규례(規例)를 상세하게 정해 군신(君臣)이 되면 대대로 신의를 지킬 것이다.
네가 만약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새롭게 하여 은덕을 잊지 않고, 자신을 맡기고 귀순해 자손의 장구한 계책을 삼으려 한다면 명나라가 준 고명(誥命)과 책인(冊印)을 나에게 바쳐 죄를 청하고, 명과의 국교를 끊으며 그들의 연로를 버리고, 일제의 공문서에 우리의 정삭[(正朔), 나라를 세우면서 반포한 신력(新曆)]을 받들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는 장자(소현세자) 및 재일자 (再一子, 봉림대군)를 인질로 삼고, 대신은 아들이 있으면 아들을, 아들이 없으면 동생을 인질로 삼으라.
만일 그대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짐이 인질로 삼은 아들을 세워 왕위를 계승하게 할 것이다.
만약 짐이 명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조칙을 내리고 사신을 불러내 그대 나라의 보병, 기병, 수군을 징발하거든 수만 명을 기한 내에 모이도록 하여 착오가 없도록 하라.
짐이 이번에 군사를 돌려 가도를 공격해서 취하려 하니, 그대는 배 50척을 내고 수군, 창포, 궁전(弓箭, 활과 화살)을 모두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군사가 돌아갈 때에도 식량과 편의를 제공하는 예를 응당 거행해야 할 것이다.
성절(聖節,성인이나 왕의 생신), 정조(正朝, 설날), 동지, 중궁천추(中宮千秋 ,왕비의 생신), 태자천추(太子千秋, 태자의 생신) 및 경조사 등의 일이 있으면 모름지기 예를 올리고 대신 및 내관에게 명해 표문(表文)을 받들고 오게 하라. 바치는 표문과 전문(箋文)의 양식, 짐이 조칙을 내리거나 간혹 일이 있어 사신을 보내 유시를 전달할 경우 너와 사신이 상견례 하는 것, 나의 배신(陪臣, 신하의 신하)이 알현하는 것과 영접하고 전송하며 사신을 대전하는 예 등을 명나라의 구례(舊例)와 다름이 없도록 하라.
군중(軍中)의 포로들이 압록강을 건너고 나서 만약 도망해 되돌아오면 체포해 본주(本主)에게 보내도록 하고, 만약 속(贖, 죄 대신 제공하는 물건이나 노력)을 바치고 돌아오려고 할 경우 본주의 편의대로 들어주도록 하라.
우리 군사로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다 사로잡힌 사람을 네가 결박해 보낼 수 없다고 핑계대지 말라. 내외의 제신(諸臣)과 혼인을 맺어 화호(和好)를 굳게 하도록 하라. 성벽은 수리하거나 신축하는 것을 하락하지 않는다.
너희 나라에 있는 여진족 사람들은 모두 돌려보내야 마땅하다. 일본과의 무역은 옛날처럼 하도록 허락한다. 다만 그들의 사신을 인도해 조회하러 오게 하라. 짐 또한 장차 사신을 저들에게 보낼 것이다. 그리고 동쪽의 여진족으로서 저들에게 도피해 살고 있는 자들과는 다시 무역하게 하지 말고, 보는 대로 즉시 체포해 보내라.
너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는데 짐이 다시 살아나게 하였으며, 거의 망해가는 너희 종사를 온전하게 하고, 이미 잃었던 네 처자를 완전하게 해주었다. 너는 마땅히 국가를 다시 일으켜준 은혜를 생각하라. 뒷날 자자손손 신의를 어기지 말도록 한다면 너희 나라가 영원히 안정될 것이다. 짐은 너희 나라가 되풀이해서 교활하게 속였기 때문에 이렇게 교시하는 바이다.
(숭덕 2년 정월 28일)
<저자 / 이한우
출판사 / 김영사
정가 / 1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