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한 대백제전은(9월 23-10월 9일) 천도 행렬을 재현한 백제 사비 천도재(개막행사), 백제 성왕의 역사를 재현한 백제군 출정식, 사비 백제의 예, 온조왕을 추모하는 백제대왕제, 백마강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의 절개를 기리는 궁녀제, 구드래에서 신리 부교를 연결하는 돛단배를 이어 다리를 만든 구드래 국제 무역항 행사 등을 펼쳤다.
그러나 관심은 아무리 내려다보고 올려다보아도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지는 않았을 듯한 낙화암과 낙화암 아래 고란사에서 샘솟는 고란약수가 가장 궁금했다.
학창 시절에도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왔었는데 그때도 3천 명이라는 숫자에 놀랐을 뿐 의문은 여전했다.
부소산성을 지나 태자골 숲길을 따라 부소산에 올라 낙화암 정자에서 백마강을 휘둘러보는데 꼬마가 아빠에게 묻는다.
“저렇게 나무들이 많은데 어떻게 사람들이 빠질 수 있지?” 아빠는 대답을 못 한다.
나도 선웃음으로 백마강에 되묻는다.
‘어떻게 죽을 수 있지, 삼천 명씩이나, 세월호도 아니고 백마강아’
백제고유의 무늬"반용문전'낙화암의 백화정
우리나라의 약수 중에 초정약수, 달기약수와 함께 유명한 고란약수에는 무슨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에 한 잔만 마셔도 3년씩이나 젊어질 수 있을까.
젊음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라 내리 3잔을 마셨다. 9년은 젊어졌다고 생각하니 왠지 힘이 솟는다. 10잔 정도 마시고 부소산성을 내려와야 하지 않았나 벌써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부질없는 허망한 욕심에 쓴 미소를 지어본다.
고란약수는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의 낙화암 아래 고란사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대표적인 석간수이다.
고란사는 백제 17대 아산왕 때 창건되어 역대 왕들의 기도처이다.
당나라의 소정방 군대에 나라가 위태로워지면서 낙화암에서 백마강으로 목숨을 던진 궁녀들의 원혼을 추모하기 위해 고려 현종 19년(1208년) 재건립되었고 조선시대 정조 21년(1797년) 중건되었다(충남 문화재 98호).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로 법당 벽화는 삼천궁녀의 넋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 강가 절벽 등에 자생하는 다년생 식물인 고란초가 고란사 주변에 자생하고 있어 고란사로 칭했다.
고란약수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즐겨 마셨다고 하여 ‘어용수’라고도 불린다.
의자왕이 매일 약수를 받아오게 했는데 약수에 고란초 잎을 하나씩 띄워서 가져와 이 물을 고란수라고 했다.
고란 약수에 대한 전설은 백제시대 이 마을에 살던 노부부가 늙도록 자식이 없었다. 한 도사로부터 효험이 있는 약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남편에게 약수를 마시고 오라고 일렀다. 남편이 날이 밝도록 돌아오지 않아 약수터를 찾은 할머니는 웬 갓난아이가 남편의 옷을 걸친 채 울고 있었다. 할머니는 한잔을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는 도사의 말을 영감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고 할머니 손에 자란 이 아이는 백제에 큰 공을 세우고 좌평 벼슬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란사고란약수,고란정
과연 젊어진다는 고란약수에 용해된 미네랄은 무엇이 들어 있길래 3년씩이나 젊어질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접근해봤다.
고란약수의 기본적인 수질을 보면 pH는 7.45로 약알칼리성을 띠며 (먹는 물 수질 기준 5.8-8.5), 부여군이 의뢰하여 23년 8월 30일 분석한 수질 분석표(검사기관 금강환경연구원)에는 일반세균 84(정수기의 일반세균은 100 내외 정도 검출된다), 대장균 불검출, 암모니아성질소 불검출(기준 0.5mg/L 이하), 질산성질소 5.5(기준 10mg/L 이하), 과망간산칼륨 소비량 0.9(기준 10mg/L 이하)로 표시되어 있다. 이 성적표만 보면 먹을 수 있는 물이다.
수소이온농도(pH)에서 고란약수는 약알칼리수로 한국의 보편적인 농도를 지니고 있다. 수돗물의 원수인 지표수는 7.0 전후를 유지하는 반면 지하수는 6.8 내외의 약산성을, 막여과(RO) 정수기 물은 5.5 내외의 산성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백마강
우리나라의 유명약수터의 경우 약산성을 띄우는 약수는 초정약수(6.2), 도동약수(5.95) 등으로 탄산을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7.5 이상의 약알칼리 경향을 보여주는 약수는 박달제(7.5), 용천약수(7.61), 방동약수(8.44), 방아다리약수(7.77), 삼봉약수(8.18), 화암약수(8.16), 후곡약수(8.11), 찬우물약수(7.59), 냉정약수(7.55) 등이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의 물은 7.85지만 남한강을 따라 흘러오면서 수도권 취수원인 팔당에서는 7.1에서 7.4 정도로 농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미네랄 중에는 실리콘의 농도가 높은 편이며 용존물질에서는 탄산칼슘과 황산칼슘, 황산나트륨 등이 함유되어 있다.
고란약수에서 검출되고 있는 광석 성분들은 지혈, 진통, 진정 등 치료 효과가 있으며 혈압강하, 지방간 및 비장 등의 보호와 당뇨 감소 등의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 미량 함유되어 있다는 점에서 젊어진다는 전설과도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장수촌 물의 미네랄 이온 함량은 지형적, 지질학적으로 함량 면에서 고란약수와 큰 차이가 있으나 미네랄 이온 분포상태에서는 세계 장수촌과도 큰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고란약수가 미량 성분들이 다양하게 함유되었다는 점이 일반 물과는 다른 점이다.
인간의 몸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는 게르마늄, 셀렌, 란탄 계열, 크롬 3가, 스트론튬과 같은 물질이 있다.
세계 5대 장수촌 지역은 ◂식수로 우물물(약알칼리성 천연수)을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의 카프카스 지역 ◂철, 망간 등 미량원소가 많은 약알칼리수 성분의 빙하에서 녹아내린 지표수를 마시는 파키스탄 훈자 지역 ◂‘신선한 골짜기’로 명명되고 있는 계곡수의 물을 마시는 에콰도르 빌카밤바 지역, 그리고 중국 산강 지구의 장수마을과 중국 바마현 등을 꼽고 있다.
건강과 생명에 대해서는 인간 모두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국내에서는 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수질 기준에 따른 안전성 여부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인간이 마셔서 위해로운 물질에 대한 검출, 불검출로만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는 단순 분석에 머물고 있다.
백제옛다리(구드레-신리부교)
그러나 과학 문명과 의료기술에 따라 인위적인 고령자보다 순수한 자연환경에서의 장수촌에 대한 진단과 평가분석은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세계의 장수촌 물을 비롯한 물로 인한 건강성 회복과 생명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활발하다. 건강과 물, 좋은 물과 나쁜 물, 물속의 미네랄과 건강식품에서의 미네랄 특성, 환경 시대의 내분비장애 물질과 물과의 관계 등 연구할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국내에서 물을 다루는 곳이 서울시상수도본부,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LG, 코웨이, 쿠쿠, 청호, 암웨이 등 대기업 위주의 정수기 사업, 진로 하이트, 제주삼다수, 농심, 동원 등 샘물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익적이며 과학, 역사, 생명을 아우르는 물과 관련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전 세계가 ESG 경영에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물을 다루는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이 같은 분야의 연구 투자에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여군과 공주시에서는 신라문화와 대비하여 매우 열악한 백제문화의 재건을 장기적으로 수립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방분권의 특화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본인들에게 백제문화는 고향과 같아 백제 도읍을 수시로 찾아오지만, 그들을 맞을 준비는 매우 미흡하다. 백제문화의 재건은 흙 속에 묻혀 있는 조상의 얼과 참값을 현대에 되살려 문화역사의 재탄생을 통한 지역 경제의 부흥을 꾀할 수 있는 조상들이 남긴 최대 선물이기도 하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