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목에는 국화향기가-길샘 김동환

떠나는 길목에는 국화향기가

-친우 고(故)김한중을 그리며

...........................길샘 김동환



발갛게 익어가는 가을이었네

초승달 밤길이라 조심하라고

먼 길 둘러 둘러 목좀 축여가며 가라고

지평위에는 이슬들이 다소곳이 내려 앉았네

그렇게 늦은 가을녁

나들이 나온 세상 구경 육십여년

한평생 매듭짓고 잘 살았노라

억세풀 하얀 손을 흔드네

산구절초도 정상에서 배웅하네

서운함이야 있어도 미워하지 않았고

아쉬움은 여운처럼 남겨야 사는 재미라고

무수한 언어들이 쏟아져도

됐네, 그 한마디만 족했지

전통혼례로 내 장가 가는 날

자네는 백마가 되고

난 어깨위의 백로가 되어

신부 가마를 호위하며 수봉공원 문화회관

앞마당을 두어바뀌 휘돌아 갔었지

언제 자네 입에서 가시돋힌

언어의 유희가 쏟아진적 있었나

그저 엷은 미소 머금은 눈빛

세상사 다 그런거라고

술 한잔에 시간을 녹여 내렸지

우리 세상구경 다 하고

돌아가는 날이면

지평선 어느 양지녁에

잡풀 다 뽑아 놓고

먼길 돌아 오느라 수고했네,예 오시게

소주잔 건네며

못다한 이야기 들어주겠지

하이얀 모시 물들이는 감물로

친우들의 이름을 모처럼 적어본다.

용,상,형,광,성,동,영,경,홍,

건,문,원,윤,선,남,길,찬.......

한중아, 이냥 한번 부르고 싶구나

이 가을 햇살에도 추억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뒤 언저리에

실루엣으로 드리워진 한중아.

저문녁에도 함소(含笑)짖는 한중아.

이만 먼저 가시게,나줌 보세.

- 2017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