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불화 현대미술로 승화될 수 있나
첫 개인전에 실험적 의미 심어
깊은 산중 한국의 고찰에 가면 사찰 전각에 그려진 각종 탱화들을 만나게 된다.
나열하면 영상회상도, 팔상도, 삼세불회도, 열반도, 아미타내영도, 극락구품도, 지장보살도, 명부시왕도, 감로탱화 등이다.
그러나 이들 탱화는 현대사회에서 그리 가깝지만은 않다.
그나마 불교미술에서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묵선 하나로 여백, 절제, 생략, 암시, 상징을 통하여 선의 경지를 표현하는 달마도가 불교미술의 대중화에 조금 더 접근했을 뿐이다.
8-90년대에는 중광스님이 달마도의 기치에 세속적 풍자를 더하고 그 범위를 12지상 등 다양한 동물들을 소재로 한 그림이 미술시장을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미술, 불화는 아직도 대중과의 깊은 교감을 지니지 못함도 사실이다.
따라서 불화라면 깊은 사찰안의 탱화, 그리고 술김에 그린 듯한 달마도가 전부인 듯 여겨진다.
5월 초 세월호의 침몰 속에 전 국민이 애달파하는 가운데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는 운여화(무득)김명희씨의 불화 개인전이 열렸다.
그니의 처녀작인 관세음보살도를 비롯하여 동자도, 아미타불삼존도, 수월관세음보살도, 약사여래도, 지장보살도등과 중국의 사찰인 보령사에 그려진 여인인 귀녀도등을 선보였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펼쳐 보인 불화라 설핏 생경스럽긴 하지만 (사)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이사장 허필호)가 주관한 2014 전통공예 폐스타전(압화, 전통도예 등)과 어울려 한 축을 확실히 다져줬다.
부처님상이나 보살상등에서 풍김은 애잔하면서도 잔잔한 미소가 김명희씨의 화풍을 조금씩 여미고 있다.
희귀하게도 세상 속으로 한발 다가서고 싶은 연꽃과 원앙을 담아 부부간의 화목과 상생의미를 부여하는 작품과 동자, 동녀를 통해 잃어버린 순수 찾기,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관음의 미소로 저울질하게 하는 작품들은 앞으로 무득이 현대불화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기 위한 암묵적 도전이기도 하다.
무득 김명희씨는 종교미술의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전통화로 좀 더 개방적 사고로 접근하고자 시도했으며, 18회 전통공예전에서 「16나한도」로 대통령상을 받은 김의식선생의 제자로 현대미술과의 교감과 생활 속의 불화로 재탄생하기 위한 시도를 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조계사청년회 불화반 강사이며 전통공예협회 불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환경부 불자회(회장 정연만차관) 부회장인 심무경(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실장)과는 평생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