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조작설 한국은 알고 있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에서도 4년전 교통환경연구소의 전문가 팀에서는 충분히 예측했다.

연구소는 10여년간 총 2,842건의 배출가스 인증서를 발행하면서 축적된 검시안을 가지고 실제 운영상태에서의 실험 결과를 이미 지난 11년과 12년 발표한바 있다.

일반 휴발유차에서는 인증시 제출한 서류와 실제 운영시의 배출가스검출량에 큰 변화가 없으나 경유차는 현격하게 차이를 보여줘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예견했다.

당시의 발표자료를 보면 차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상일박사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영하 7도이하의 동절기의 경우 갑자동차는 기준보다 5배,을자동차는 8배,병 자동차는 10배등 실험대상 6개 자동차 모두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에어콘을 틀었을때의 배출가스는 8개 제품중 6개 자동차 모두 7배에서 11배이상 검출되고 있다.

하지만 발표를 하고도 국내 모든 언론은 죽은 듯 고요했고 국회 환노위에서조차 거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자동차회사라는 거대 기업,유럽연합대표부의 위상,우리나라 현대자동차의 해외수출의 악영향등에 위축되어 국가기관인 교통환경연구소의 연구발표는 그저 그들만의 학술발표로 끝을 맺었다.

환경부도 눈치보기에 급급했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자동차 회사가 개발도상국이나 중소기업들이 생산해내는 제품이었어도 과연 이랬을까 반문이 간다.

오히려 교통환경연구소에서 13년간 줄곧 자동차배출가스 인증업무만을 해오던 경험 많은 전문가를 향해 비수를 던지기까지 했고 국내사회는 마치 몹쓸 공무원을 색출한듯한 요란스러움으로 올 여름을 보내야 했다.

언론보도만을 보면 지독한 갑질만을 일삼는 퇴행적 공무원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건경위와 현실을 면밀히 살펴보면 경찰에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가 유럽자동차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주한유럽연합대표부였는데에도 경찰은 인증서발급 지연이 금품수수의 경중에 따라 차등화하는 악덕 갑질공무원으로 설정했다.

또 배출가스 배출이 국내 기준은 물론 EURO-6 기준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스러운 대형 건설차량들에 의해 사건이 불거졌다.

대형차 인증신청을 올 1월부터 3월까지 단기간에 15건이 동시에 신청했고 이를 제대로 심의하기 위해서는 올 초부터 시행되는 유로-6 기준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관련 서류도 복잡하여 불가피하게 연장할 수밖에 없는 사실적 관계에 대해서는 경찰조사가 너무 미흡했다는 감이 든다.

이에 대해 감히 환경부나 소속기관 모두 쥐죽은 듯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몸만 사리고 있다.

인증처리시간은 자동차 제작사가 신청을 하면 기술자료 제출 및 기술검토후 인증서를 발급하게 되는데 그 기간이 고작 15일로 사실상 이번 폭스바겐과 같은 조작유무를 확인하고 실제 배출량을 조사분석하여 처리하기란 불가능한 시간이다.

정작 사건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해당 국가인 유럽은 4개월에서 6개월이 환경인증 소요기간이고 미국도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인증비용도 국내는 150만원 내외인데 반해 유럽은 1-2억원의 인증비용이 소요된다.

즉 외국차가 국내에서 인증받으려면 15일만에 150만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되지만 국산차가 유럽 인증기간에 인증받으려면 6개월의 시간과 최대 2억원의 인증비용이 들어간다.

또 국내 인증기관은 국가기관인데 반해 유럽연합은 각국에 민간이 운영하고 있고 그 자율성과 융통성에서는 한국보다 매우 유리하다.

인증처리기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에도 정해진 법의 테두리에서 무조건 15일 이내로 설정한 것은 법을 위배하고 갑질을 하게끔 하는 기회를 주거나 인증업무를 날림으로 처리하라는 무언의 규정일 뿐이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속에서도 올해 신청한 15건중 10건은 15일 이내에 처리하였고 5건은 검토소요시간 확보를 위해 관련규정에 따라 1회 처리기간을 연장하여 인증을 했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히 15일 이내만을 고집하고 소비자에게 판매만을 위해 일방적으로 납품일자를 못박은 국내 자동차판매사들의 행위도 한몫했다.

인증지연으로 계약해지등 사업상의 손해를 봤다는 볼보트럭코리아는 유로-6 인증신청전에 3백대이상 계약을 했고 결국 50여대 가량 인증서 발급지연으로 해지되었다는 것이 볼보측의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나약한 국내 연구기관들의 한계를 또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한-유로 FTA규정에도 양국의 경유차 배출허용 기준과 시험방법 관련 규정을 일치하도록 했으나 해당국의 인증서 제출시 별도의 검토없이 인증서를 발급해야 한다는 의미는 없다.

국내 현대자동차도 유럽에 수출할 경우 별도의 일증절차를 거치고 있고 오히려 우리의 15일보다 긴 180일의 시간이 들어가고 그 경비도 우리나라의 150만원보다 많은 1-2억원의 인증비용이 들어간다.

이같은 역차별적 행위가 배출가스인증만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스스로 권위를 찾고 세계적인 우수인증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밝힐 것은 밝히고 이에 따른 강력한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 과장급 연구소를 부원장급으로 올리고 조직도 확대하여 빈약한 인력과 시설확충을 해야한다.

자동차 매연은 도심속에 가장 큰 오염물질임도 분명하고 경제적 가치가 높은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올 한해는 이른봄부터 가을까지 자동차가 관심권에서 맴돌고 있다.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처럼()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힘을 쓰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것은 아닌지 정부나 국회,언론과 자동차를 운행하는 모든 소비자가 한번 되짚어 볼 일련의 사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