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관은 가짜의 보호소인가
우리나라의 인증기관은 분야별로 그 수가 급격하게 급증하고 있다.
환경 분야는 물론 교육, 보건, 산업, 농림, 수산, 산림, 경제 등 산업분류에 따라 인증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인증산업의 확산은 결국 불신에 대한 고리를 최소화하고 신뢰도를 조성하여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기업의 사업 확산과 소비자들의 구매촉진과 더불어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정부, 국민, 기업 간의 신뢰적 소통을 위한 약속으로부터 시작된다. 인증제도는 이런 점에서 자의적 타의적으로 혹은 강제적으로도 조성되고 활성화 된다. 다양한 산업구조에서의 인증 제도를 보면 환경산업은 물론 한국전파진흥원의 공중선 성능인증제도, 한국관광 문화연구원의 친환경관광 인증, 노무사들의 공인노무사 역량인증, 건축물의 안전성인증, 스포츠 마사지 자격인증 등 인증산업은 점차 거미줄처럼 확산되고 있다.
인증산업의 시작점은 대체적으로 ’9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하여 2천 년대 이후 급속하게 전파되었고, 관련 산업마다 지금도 새롭게 인증 제도를 만들어 운영되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인증이란 결국 인간과 인간과의 약속을 상징하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고리이다.
하지만 그 인증이란 고리는 현대 사회에서 또 다른 불신과 비도덕적인 야합의 집단 매개체로 둔갑하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1년부터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경우 2015년 7월말까지 인증평가에 자율 참여한 병원 중 인증평가에 탈락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인증률이 100%였다. 하지만 인증병원 5곳 중 4곳에서 의료사고가 터졌다. 이대목동병원도 같은 경우다.
메르스사태 당시, 확진자 186명 중 182명이 병원에서 감염되었는데 감염이 발생한 14개 병원 중 9곳은 보건복지부 인증병원이었다. 살충제 계란사태에서는 친환경인증농가계란에서 무더기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총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는데 이 가운데 31개 농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일반 농가(18곳)보다 오히려 친환경농가에서 '부적합 판정' 계란이 많이 나왔다.
대기업조차 10년이 지난 인증번호를 다른 디자인에도 복사해서 라벨에 붙여 쓰거나 인증번호가 있어야하지만 표시되지 않은 제품도 있으며, 허위번호로 기재된 제품도 있는 실상이다.
실내공기인증사업에서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조사한 ’17년 사후관리대상 68곳 중 30곳은 조사를 거부하고 조사를 받은 38곳 중 10곳이 인증기준치를 초과한 부적합 시설로 나타났다.
한국상하수도협회에서 주관하여 인증한 절수형변기도 절수형변기를 새로 개발하지 않고 기존변기 ‘관’의 크기만을 줄여서 절수형 변기로 인증을 받은 후 발주기관에 이를 증명하는 ‘환경표지인증’을 제시하며 변기를 납품하고 있다는 국회의 지적도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HACCP 인증업체는 ’12년 1,809개에서 ’16년 말 4,358개 1.4배 이상 늘어났고, 이물 혼입사례도 ’12년 54건에서 지난해 90건으로 70% 넘게 증가하고 있다. HACCP 인증업체에서 이물 혼입사례도 늘어나고 있는데 ’12년 49건에서 ’13년 50건,’14년 58건,’15년 62건으로 증가했고,’16년에는 총 90건의 이물혼입이 적발되었다
반면, 어린이집평가인증의 부당한 취소로 인해 소송결과 승소 등으로 매년 평가인증이 복원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데 평가인증이 취소된 후 5년간 36개소 어린이집에서 인증이 복원되기도 했다.
인증제도의 사회적 혼란 속에 정부는 최근 5개 부처 합동으로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책임강화와 상시적인 시스템마련방안을 제시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인증에 대한 신뢰제고를 위해 부실기관, 위반농가 제재를 강화하고, 해양수산부는 양식장 HACCP 등록 확대, 수산물 이력제 의무화 시범사업 실시 등으로 수산물 안전인증시스템강화, 환경부는 국무총리도 지적했듯 단기적 전략은 없이 중·장기적 전략인 국가 지속가능성 평가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진취적이고 국제 경쟁에서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이 있는 인증제도의 혁신내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인증제도가 또 다른 사회적 폭군으로 둔갑하기 전에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현 시점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의 NSF인증은 그 생명력을 왜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성철스님은 ‘실행 없는 말은 천번 만번 말해도 소용이 없다. 아는 것이 천하를 덮을 정도라도 실천이 없는 사람은 털 끌만큼의 가치도 없는 물건이 된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길샘 김동환/시인,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