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당선자와 호흡을 함께 할 인사가 철통같은 보안으로 언론사나 전문가들조차 내정인사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해 예고기사조차 날리지 못하고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인사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소신으로 국가통치의 바른길로 향한 고독한 숙고인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우리나라 부처중 비교적 여성장관을 많이 배출한 부서로 여성가족부를 제외하고 보건복지부와 환경부가 있다. 이들 부서의 역대 여성장관의 인사시스템과 정책의 흐름을 보면서 박근혜 당선자의 국가통치의 길목을 유추해보는 것도 미래를 예측하는데 디딤돌정도는 되리라 본다.
보건복지부와 환경부의 경우 30년 동안 복지부는 9명 환경부는 5명의 여성장관이 활약했다. 정치인인 김정례씨가 복지부 최장수 여성장관으로 전두환시절 82년부터 30개월을 근무했다. 반면 환경부에서는 교수출신의 김명자씨가 김대중시절인 99년부터 32개월간 근무했다. 복지부는 김정례 장관 이후 박양실, 송정숙, 주양자, 김모임, 김화중, 전재희, 진수희 그리고 김금례 現 장관 등 9명이, 환경부는 김영삼정권시절의 황산성변호사출신의 장관을 비롯하여 연극인 손숙, 학계 김명자, 사회운동가 한명숙 그리고 유영숙 現 장관 등 5명이 근무했다. 이중 1개월 장관으로 주양자, 박양실, 손숙 장관 등이 꼽히고 있다. 남성보다 희귀성이 있어서인지 단명한 장관이 의외로 많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이 뽑은 박근혜 당선자는 이제 앞으로 주어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게 되어 더욱 더 관심이 모아진다.
대다수 장관들이 1년 내외로 활동하였는데 여기서 환경부출신 여성장관으로 황산성, 한명숙, 김명자, 유영숙 現 장관의 업무스타일을 박근혜대통령당선자의 통치철학과 견줘보고자 한다. 박당선자는 최초의 총리 낙점자가 스스로 사퇴하는 사태를 연출했다. 후임 총리 인선은 동일한 법조계 출신을 낙점하여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문제에서는 김명자 전 장관과 비슷한 흐름이 견줘진다는 평가다. 다만 사임을 종용할시 단호하되 넌지시 위로와 인간적 격의로 감정적 뒤풀이가 없게 하는 넉넉함은 한명숙 前 총리와 더 닮은꼴이 있다고 해석된다. 황산성, 유영숙 장관은 자신의 소신보다는 핵심참모에 엮어 인사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인생역경에서는 한명숙 前 총리와 박근혜당선자의 굴곡진 삶이 묘한 대칭으로 대비된다. 우선 이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체득한 인물들이다. 타 장관들은 평이한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룰에 따라 흘러왔다면 이들 두 사람은 파동치는 사회의 회오리 속에 던져졌던 인물로 조명된다.
한명숙 前 총리의 경우 24살에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도 못하고 남편 박성준을 15년간 교도소로 보내야 했고 자신도 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으로 2년간 구치소생활을 했다. 오랜 헤어짐의 끈을 기다림과 자신을 다듬어가며 훗날 김대중정부에 와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총리와 환경부장관 그리고 의원생활을 한 인물이다. 반면 박근혜대통령 당선자는 부모가 총탄에 의해 떠난 후 청와대생활을 청산하고 길고 긴 고행자의 길에서 30~40대의 삶을 이어갔다. 결국 이들 두 분은 왕성한 사회생활을 해야 할 청·중년 시절을 사회의 한 단면 속에 갇혀 홀로 기다림의 매듭을 이어갔다.
두 분 모두 평범한 일상의 여인으로 삶을 영위할 수도 있었지만 훗날 정치인으로 거듭나면서 한분은 총리로, 한분은 대통령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 업무 스타일과 추진력에서는 김명자 前 장관이 닮은꼴이라면 사회적 통합력에서는 한명숙 前 총리와 근접하다고나 할까. 박근혜대통령 당선자가 국회의원으로 환노위 활동을 하던 시절이다. 국정질의의 내용을 사전에 배포하는데 박근혜의원 보좌관이 배포한 질의내용은 40점도 안 되는 엉성하고도 핵심이 없는 국감질의였다. 그러나 정작 국감장에서는 배포된 내용을 단 한귀절도 읽지 않고 자신이 정립한 내용으로 질의를 하는데 관계자들을 당혹케 할 정도로 명확했다. 핵심적 내용만 지적하여 다시금 박당선자의 여론청취와 높은 분석력을 맛본 사례이다.
높은 곳에서는 낮은 곳을 세세히 관조할 수 있다. 아는 것을 알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 일이 풀리는데 일부장관들은 모르면서도 아는 듯 한 행동을 취함으로서 참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국민들은 박근혜대통령 당선자의 걸어 온 길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국민들에 의해 지난 60년 세월이 다듬어지고 형성된 삶인지도 모른다. 결단력과 추진력 그리고 자애로운 모성적 감성을 함께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도 큰 욕심일까.
“마음, 마음이여, 알 수가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구나.”달마스님의 법문 관심론에 나오는 말이다.
<이병은 전문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