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신과 철학이 사라졌다.(2017.4)

환경부 소신과 철학이 사라졌다.

-CEO의 중요도 다시금 확인-

환경부 국장출신이 최근 간행한 자서전적 에세이를 읽다보면 주변에 혹은 본인에게 한번쯤은 스쳐갔을 경험과 불합리한 현실을 목격했던 기억을 상기시킨다.

새재를 넘은 목민관 이야기라는 책에서 저자가 시장재임시절 지역에서 50년간 묵은 민원으로 지목이 상하천부지란 이유로 그곳에 기거하는 42가구가 불법 건축물 취급을 무한정 당하며 살아야 하는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공무원들의 한심한 작태와 이와 대결하는 해결사의 끈질긴 설득을 기본으로 당근과 채찍의 효율적 활용과 지도자의 관심도가 국민의 삶 속으로 얼마만큼 스며들어야 하는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힘 있는 자들의 농간에 의해 허위사실이 진실인 냥, 허위사실유포 죄라는 죄명으로 수사를 받고 이를 변론하면서 무죄를 받았지만 그들의 농간으로 이어진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와 지속적인 상처는 결국 한 인간이 얼마나 무참하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건전한 정책적 선거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캐기 위해 현직 공무원을 동원하여 수일간 미행을 시키고 그 결과물을 사진에 담아 고발함으로서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등도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중심선이 어떻게 변질되어 악용되는지 생생히 알려주고 있다.

최근 환경부의 10여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된다.

묘하게도 필자가 기획하여 출간을 서둘렀던 환경30년사의 기획시기와 맞물려 있다.

4대강 특별법(김명자 장관시절)이 만들어진지 10년도 되지 않아 4대강사업(이만의 장관)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잃어 버렸고, 수도권매립지를 설립(토지구입 전두환 전 대통령, 박판제 환경청장시절)하기 위해 정치권과 국무위원 그리고 청와대까지 움직여 이룬 결과물을 결국 30년도 넘기지 못하고 지자체에(윤성규 장관시절) 넘겨줬다.

온실가스 관리는 환경부가 온실가스관리 팀을 운영하고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까지 구성하여 온실가스 관리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급작스럽게 범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총리실과 산업통상자원부 관할로 사업과 조직을 송두리째 넘겼다.

오죽하면 국회환경노동위 이상돈 의원은 여의도 입성 첫 포문으로 환경부가 매년 발간하는 환경백서는 환경백서가 아니라 장관백서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긴 박근혜 정부시절 환경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백서에 사진이 담긴 것은 지난해 홍천에너지타운 준공식에 참석한 단 한 장의 사진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래도 매년 1~2회의 환경관련 사진이 담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년까지 6,700억 원을 투자하여 일자리 3,500여개를 창출하기 위해 지능형 상수도시스템 등 핵심기술을 개발하고자 대구에 조성하고 있는 물산업클러스터 사업도 지속적인 사업추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마무리도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지만 당선자 시절 환경공약 중 눈에 들어 왔던 것이 있다. 환경오염처리시설에 대해 허가기간만료 시 최상기술(BAT)을 적용한 재허가 기준을 설정하여 환경기술시장을 활성화 하고 실효성 있게 환경규제 정비와 환경오염처리시설의 허가기준개편, 장외영향평가제(Off-site Consequence Analysis)를 도입·시행하여 구미 불산 누출사고 같은 환경재해의 근원적 예방대책을 제도화 하겠다는 등이다.

그중 미약하나마 시행되고 있는 것은 장외영향평가제이지만 아직은 초보단계이다.

박근혜 정부와 함께 등장한 인물이 윤성규 장관이다. 윤장관은(56년생·충북충주출신)충주공업고등전문학교(고교과정 3년 포함 5년제),한양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독일 클라우스탈 공과대학교 Diplom과정 수학, 한양대학교 환경공학 석사. 한양대학교 환경공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경력만 보면 무척이나 화려하고 분명한 환경인이다.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위원으로 길고 긴 장고의 행보를 거듭해 온 이유는 국무회의나 범 부처와의 업무 충돌 시 아낌없이 환경부의 소신을 던져버리고 타 부처에게 주도권을 이양한 덕택이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의원은 부총리를 퇴임하면서 국무위원들과의 대화에서 환경부장관은 가장 장수하는 장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공직자들은 이제 어느 누구도 소신 있게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점차 확산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몸으로 맞이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이를 염려만 했지 환경부 출신들의 모임인 환경동우회나 환경원로들의 모임인 일사회에서도 일언방구 충언이나 설득등도 없다.

CEO의 행동반경과 정서, 신념과 집약적 추진력이 하부 공직자들의 걸어갈 길에 건강하고 튼실한 디딤돌이 되는 주요 지표임이 다시금 입증되고 있는 이즈음이다.

  -환경경영신문/김동환 (agamoo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