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닉슨 대통령

칼럼-12월 

박근혜와 닉슨 대통령

-나라를 구한 촛불 민심- 

병신년이 결국 촛불에 녹아 내렸다.

얼마 후면 정유년 닭의 해가 다가온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실체가 나약한 촛불에 비춰지고 태워지며 지저분한 잔제들이 하얀 눈밭이 녹아가면서 떠오르는 병신년이다.

역사속으로는 맨몸의 수군 통제사 이순신은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배한척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밀물처럼 온나라를 덮쳤던 정유재란이 눈앞에 다가온다.

정치적 논란으로 허겁게 지면을 메우기 싫지만 최순실이란 못난이 상자를 열면 환경분야도 이래저래 그 흠집들이 상혼처럼 남아 있어 지울래야 지울 수 없다.

홍천에너지타운,대구물산업클러스트,설악산케이불카등 사업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하필 그 시기 그 곳에 왜 해야 했는가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남는다.

항시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지휘자가 없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던 환경관련 기관장들의 공백속에 쌓여 온 인사문제의 적체도 청와대로 눈길이 가진다.

국립환경과학원장은 1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관련 부서의 고위직 간부들의 인사도 수개월씩 여백으로 남기기 일쑤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은 임기를 넘기고도 계속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키는 일은 물론 알아서 굴욕적인 환경행정으로 최장수 장기집권을 한 환경부장관은 물론 안봉근 사단에 의해 무리한 인사가 흔적처럼 남아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그대로 국무위원이나 산하기관장들의 난맥상으로 비춰졌던 병신년이다.

결국 박근혜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야 했고 물러날 시기를 찾고 있는 병신년의 12월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는 부모도 남편도,자식도 없다. 국민들이 가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4년여간의 통치에서 제왕적 군주로 나 혼자만의 올레길을 산책하였다.

가족과 같은 국민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안았던 그 결과가 탄핵으로 대한민국의 5천년 영혼에 심각한 얼룩을 남겨 주었다.

무리없이 더는 상처를 남기지 말고 훗날 국민들로부터 용서와 해량을 받을 수 있는 전직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촛불 민심이 겨울 밤을 녹여가는 잠못이루는 밤, 45년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고별사가 떠오른다.

1972년 미국을 경악시킨 게이트가 불거졌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 닉슨이 ‘워터게이트’에 연루된 사건이다.
닉슨은 '개천에서 용'이 된 인재이다. 캘리포니아주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닉슨은 케네디 후보와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TV토론 대결을 펼쳤을 정도로 토론의 달인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입학 허가까지 받았지만 가난하여 집근처 시골 대학으로 진학했다. 이후 듀크대 로스쿨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정계에 입문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에는 부통령으로 활약했다. 
한 번의 대통령 선거 패배이후 1968년 선거에 당선돼 미국의 제 3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쟁보다는 평화와 외교를 강조하는 데탕트 정책으로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재선에도 성공하지만 곧 불거진 ‘워터게이트’가 닉슨의 발목을 잡는다.

그 사건으로 백악관을 떠나면서 닉슨은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과 대비되는 명연설을 남겼기 때문이다.


 

국민여러분,

이 연설은 제가 이 나라의 역사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수 많은 결정을 내렸던 이 집무실에서 행하는 37번째 연설입니다.

저는 공직생활을 통해 결정을 내릴 때마다 항상 그것이 최선의 국익에 부합되도록 노력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걍력한 정치적 기반이 의회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아무리 고통스러운 것일지라도 끝까지 의무를 완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이익은 어떤 개인적인 고려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중도에 포기를 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저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온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대통령과 온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평화,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없는 번영을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내 개인의 무고를 증명하기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대통령과 의회 모두의 시간과 관심이 그곳에 거의 모두 빼앗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 정오를 기해 대통령직을 사임하려고 합니다.

포드 부통령이 이 자리에서 대통령으로 선서를 하게 될 것입니다.(74년 8월8일/리차드 M,닉슨)

내 개인의 무고를 증명하기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대통령과 의회 모두의 시간과 관심이 그곳에 거의 모두 빼앗길 것이라는 말은 오늘의 국내 일그러진 소모적 정치형태를 미리 염려해준듯 하다.

불행하고 참담한 병신년도 지울 수 없는 세월의 한 페이지다.(길샘/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