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고도 암담한 참회록
-샤머니즘의 정치와 대한민국
참회합니다.
어둠속의 신부님 앞에 눈물 흘리며 더듬더듬 내 뱉는 고백도 아니고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윤동주시인의 참회도 아닙니다.
자신의 추함과 약함을 모두에게 공개하며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있는 어거스틴의 참회도 아닙니다.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구하는가?” 자신에게 묻고 묻는 톨스토이의 고백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의 영혼이 갖는 아름다움과 추악함, 그들이 겪는 행복과 고통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하며 살았냐며 자아에게 반성하는 루소의 고백록도 아닙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도 그려지고 수필가 박근혜대통령의 젊은 날의 초상화가 애잔하게 번져 지지만 귀중한 한 표를 던진 이유는 박근혜대통령은 홀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두 형제자매는 있지만 자식도 부모도 없으며 지근거리의 친족도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얽히고설켜 복잡하게 들러 쌓인 난감한 인맥들도 없습니다.
그 어떤 정치인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대통령입니다.
그 자유로움은 훌륭한 무기가 되고 국민을 위한 선명한 그림을 곱게 그릴 수 있다는 기대이며 소망입니다.
정치, 교육, 사회, 도덕의 혁신을 통해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부패지수 높은 대한민국을 반석위에 올려놓을 인물이라 생각했습니다.
낙서로 얼룩진 칠판을 지우듯 부패따위는 싹싹 지우며 소신 있게 국가를 통치하리라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머니 같은 고 육영수여사가 그러하듯 여성으로서 대한민국을 포용하리라 기대했습니다.
이 모든 생각이 허상을 위한 기도문이었고 모래성보다 쉽게 무너지는 짝사랑 같은 꿈이었습니다.
드라마보다 영화보다, 야구경기보다 최근의 청와대발 뉴스는 과거의 뉴스와는 확실히 다름으로 가면 갈수록 참담함이 쌓이기만 합니다.
이 시대의 유물이라 그런 것인지, 어느 국무위원도 영원히 동고동락 할 것만 같던 그 많은 비서진조차 무너진 공화국의 앞마당을 쓸쓸히 떠나야 하는 고아 박근혜대통령을 어루만져 주지 않았습니다.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밤잠 못 이루며 뒤척인 수년간을 오로지 최태민만이 심신을 위로하며 삶의 용기를 심어 주었고 결국 유일한 맨토가 되어 주었습니다.
정상적인 종교인이 아니면서 70년대 불어 닥친 사이비종교의 파장처럼 서민들뿐 아니라 청와대 안방까지 검은 영혼들이 휘젓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위대한 종교인들은 누구하나 검은 커튼을 거두지 못하고 일부는 오히려 꼭두각시 행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졸지 고아가 되어버린 삼남매 중 장녀였던 박근혜대통령은 당시 어린동생들에게 엄마역할도 해주지 못하고 청와대 영애시절 이후에는 오히려 담을 쌓았습니다.
독버섯처럼 최태민이 퍼질러 놓은 그 씨앗들인 최순득, 최순실, 정윤회, 장시호, 정유라, 그리고 또 그 누군가에 의한 무대인테리어에 2막 연극은 펼쳐졌습니다.
최순득, 최순실, 장유진, 정유라의 갈등이 최근에서야 불거지고 동맹관계가 깨어진 그 파편들로 인해 국민은 ‘놀람 교향곡’에 침잠할 뿐입니다.
국민의 인지를 받지 못한 똑똑한 인물들은 허상에 사로잡힌 국민들을 이용하여 대통령을 만들고 그 장막 속에서 정치적 욕망을 실현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정권 1년이 지나고 2년이 가도 우리의 상식선에서 최소한의 기대와 방향 점은 자꾸 어긋나도 대한민국의 인재들이라 자처하는 모든 이들은 침묵으로 한마디 비판도 없이 자리를 지키거나 한마디 말에 유랑자처럼 밀려난 인물들로 갈려 집니다.
당시로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그땐 그랬지라고 변명은 말아 주세요.
대통령 인접에서 튕겨져 나간 전여옥씨는 그래도 출판물을 통해 "박근혜는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ㆍ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박근혜에게 있어서 한나라당은 '나의 당'이었다. 한국은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였다. 국민은 아버지가 긍휼히 여긴 '나의 국민'이었다. 물론 청와대는 '나의 집'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바로 '가업'(my family's job)이었다. 라고 현재 쏟아지고 있는 의혹의 실체에 가까운 고백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인사들이 유리성의 대통령의 실체를 감지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욕심만 채우거나 정치적 야망에 숨죽이며 4년 세월을 버텨 왔습니다.
언론도 변죽만 울리고 발가락의 묻은 먼지 같은 것들만 털어냈습니다.
청와대 비서진이나 국무위원, 그리고 분야별로 선정된 기관장들의 면면은 최소한의 상식선을 벗어나 국가보다는 자신만을 위한 설계변경을 하고, 인사문제는 물론이고 세월호사건 처리과정, 개성공단 폐쇄, 최근의 백남기 사태 등등은 도무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특히 여성의 마음으로는 그렇게 모질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누군가가 뒤에 있었고 우리의 자칭 똑똑하다는 정치인들은 간과했습니다. 실책 중에 실책이고 결과는 우리의 똑똑한 지식인들은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헤아리지 못하고 난파직전에서야 혼비백산 각기 살 궁리에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험집 내기는 멈춰야 합니다.
참회합니다.
어쨌든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고 대통령은 보필할 비서진과 국무위원들을 선정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멍이 들었고, 무시했던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외교현장에서 보이는 당당함이 차라리 부러워집니다.
유솝 빈 이삭 초대 싱가포르 대통령의 국민적 공감형성과정과 부패방지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고 한 리콴유대통령을 현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워 졌습니다.
남은 1년 반 동안 상처 난 국가를 꿰매고 개인보다는 국가를 위해 헌신할 분을 통치대행으로 하고 그동안 개인의 영달만을 노렸던 인물들은 스스로 주저앉아 주십시오.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사하고 이유 불문하고 경중에 따라 국민이 납득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물러난 분들은 오로지 국가를 위한 깨달음의 비판을 해 주십시오.
참 사회단체, 참 종교인, 참 학자, 참 기업인, 참 언론인, 초 순수의 정치인으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춰주세요.
얼룩이 묻은 인사들은 설사 추천을 받는다 해도 스스로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국민이 뽑은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희망은 이미 사라졌어도 무사히 차기 통치자에게 넘겨지도록 과도기의 정치를 해주세요.
여당이니 야당이니 나눌 필요도 없습니다.
3년 6개월의 현실정치에서 의심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퍼즐처럼 짜 맞춰지는 요즘, 언론도 감시자 역할은 하되 흙탕물만 휘젓지 말고 내일의 나침판으로 방향키가 되어 주세요.
참담함으로 잠 못 이루는 국민에게 안도의 잠을 자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진실은 선명하게.
찌꺼기가 남아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