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당선자와 박재홍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 되는 해 여성과는 거리가 먼 철강회사가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자와 사촌간인 박재홍 전국회의원이 설립한 동양철관이 올해부터 상수도사업에서 손을 떼야 하기 때문이다.
자의적 경영방침에 따라 손을 놓는다면 모르지만 이유는 중소기업경쟁제품 지정업체로 최종 선정되어서이다.
박재홍전의원은 28세인 약관에 포항종합제철의 행정실장을 역임하고 4년 후인 32살에 국내에서 최초로 동양철관을 설립한다.
포철도 그러하지만 동양철관도 당시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상하수도관 마저 수입해야 하는 딱한 현실에서 73년 국가 기간산업의 주요부품인 강관을 국내에서 최초로 제조하는 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故 박정희 대통령이 작은아버지로 후에는 정계로 진출 4선 의원을 하면서 경제계를 떠나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13대에서는 사촌동생 박준홍씨와 선거전을 치러 세간의 화재를 낳기도 했다.
이후 동양철관은 우리나라 광역상수도 1~4단계 등과 각 지자체의 대형 상수도관로, 신도시 상수도관을 공급하는 중심 기업으로 급성장하지만 박정희 서거 후 동양철관도 내홍을 겪는다.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포항제철과는 달리 개인 기업으로 존재한 동양철관은 기업인이라기보다 정치적 발판 역할로 퇴색되고 금융권이 전문경영인을 둬 운영하는 비련의 세월을 맞는다.
법정관리 속에 운영되는 동양철관이지만 수도종사자들에게는 우리나라 강관발달사의 획을 그었으며 많은 중소기업을 양성하고 기술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한 기업으로 영원히 각인되는 기업이다.
이후 섬유회사인 현재의 갑을로 소유권이 넘어와 과거의 전성기는 아니지만 상수도를 비롯한 송유관과 가스관사업으로 사업을 확산하면서 여전히 강관업계의 중심축을 형성해가고 있다.
무소불위의 전성시대를 지나 시련의 계절을 타고 넘더니 이제 동양철관은 상수도사업에서 손을 떼야 하는 최악의 순간을 맞게 된다.
중소기업 경쟁지정은 국민의 희생과 정부의 적극적 지지 속에 성장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황폐한 땅에서 계간을 하며 꿋꿋이 기업을 일구는 중소기업에게 공평한 게임을 할 수 있게끔 정부가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매우 바람직하고 좀 더 일찍 서둘렀어야 한다는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드는 제도개선이다.
하지만 상수도강관은 100%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에서만 사용되는 혈관과 같은 자재이다.
더구나 제조과정이 고가의 조관설비가 필요하고 압출식 피복설비와 검사설비도 갖춰야 하는 대규모 시설과 면적이 필요하다.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이 중소기업이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국내 강관생산 기업들은 상수도관의 경우 상당수가 원관을 생산하는 시스템이 없으며 단순히 원관을 구매하여 관 안팎으로 도복하여 납품을 하고 있는 현상에서도 잘 읽혀진다.
동양철관은 강관의 아킬레스건인 용접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30억 원 이상이 투자되어야 하는 자동용접기도 개발하여 인력난과 품질확보를 위해 투자를 지속했다.
그런데 단순한 수치로 연간 매출액 1500억 원 이상의 기업에게는 중소기업경쟁제품으로 지정하여 발목을 묶어버려 상수도관을 생산할 수 없게 했다.
동반성장과 대기업의 무자비한 횡포로 고난을 겪는 우리의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게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좋으나 상수도관의 중심축이면서 관수시장이 대부분인 강관의 경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당장 올해부터 중소기업의 생산품에 대한 품질에서 신뢰를 가질 수 없다는 대다수 지자체와 수공, 농촌공사 등 상하수도관계자들의 회의적 반응이 세차게 불어온다.
하물며 우리나라 대표적 상하수도단체인 상하수도협회도 저품질의 중국산 원관을 사용해 불량률이 높아지고 실제로 서울시, 수자원공사 등에 납품했던 중소기업제품에서 치명적인 불량품이 나온 사례를 나열하고 있다.
품종별로 조사를 하였지만 제품 자체가 민수시장이 없이 관납만 해야 하는 품종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턴키방식 등을 통해 대기업 건설사에 일부 납품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물량으로는 상수도관을 제조하여 판매한다는 것은 도산의 지름길이다. 장자의 똑바로 자란 나무라서 먼저 베어진다는 직목선벌 감정선갈(直木先伐 甘井先渴)말이 연상된다.
중소기업의 상생적 발전과 병행하여 이 같은 관납 위주의 제품에 대해서는 상수도사업이 민영화가 상당수 이뤄지면서 관련 제조사들의 기술과 품질이 확보되는 시점까지는 제조판매 할 수 있는 제한적 허용이 필요하다.
과거 플라스틱 PE 파이프를 생산하던 대기업인 대림산업도 플라스틱 조합과 연계하여 일정 규모 이내로 판매하게 함으로써 플라스틱 파이프의 기술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한바 있다.
잣대를 균일하게 잘라 한 개 기업만을 위해 제도를 바꿀 수 없다는 논리보다는 사회적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정책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제도개선이며 방향이다.
상수도관으로 출범한 동양철관은 올해로 40년을 맞는다.
인생 좀 알만한 불혹의 나이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니, 정책입안자들의 명석한 혜안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