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료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요즘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기아와 굶주림의 아이들을 돕자는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추위가 밀려오는 겨울철 유행이겠거니 하지만 정작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돕자는 광고는 들려오지 않는다.
커피와 물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면서 UN산하 식량기구(ko.wfp.org)와 파트너기업으로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10여 년 전 창립한 캐나다 알버타에어스그룹(Earth Group)의 창립자인 kori Chilibeck(34세)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유엔식량기구와 파트너쉽으로 학교급식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어스그룹은 현재 연간 약 25만 명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코리씨는 우리나라 후원단체가 사회봉사라는 명목아래 60% 이상을 인건비등 관리비에 지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바 있다.
어스그룹은 이 같은 불필요한 인건비, 관리비를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식량과 물을 지원하기 위해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이 주요전략이다.
내 나라의 가여운 아이들에게는 냉담하면서 먼 나라 이웃에게 보내는 진정성은 요란스럽다.
사회적 봉사그룹들도 이정도인데 국회는 더 말할 것 없다.
작은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정부의 문을 열려고 애쓰지만 결국 막바지에 하소연하는 곳이 국회이다.
국회도 이 같은 민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결실을 공개하면 좋으련만 대부분 정치자금을 요구하고 그 돈이 없어 기업주는 분노만 보약처럼 삼킬 뿐이다.
와이로라고 흔히 통칭하는 뇌물은 일본말 같지만 한자로 와이료라고 불린다.
와이료(蛙/개구리와,餌/먹이 이,料/되질할료)는 ‘개구리 밥의 값’이란 말로 고려 명종시대의 문신 백운거사 이규보를 떠올리게 한다.
임금이 궁을 떠나 험한 시골의 초가 댁을 찾게 된다.
가난한 선비에게 묵어 갈수 없냐고 했지만 워낙 가난해 물 한 공기뿐이 드릴 것이 없다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막을 알려준다.
임금이 선비 집을 나오려는데 담벽에 ‘유아무와 인생지한’이라는 글귀를 접하게 된다.
임금은 도통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어 선비에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선비는 부끄러워하면서 중국 고사에서 나오는 우화를 들려준다.
꾀꼬리와 뜸부기가 목소리 자랑을 하면서 승부를 황새에게 묻기로 했다.
황새는 3일 뒤에 그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다.
이에 꾀꼬리는 3일간 목소리를 다듬으며 기다리고 있었고 뜸부기는 황새가 제일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 받치기 시작했다.
3일후 황새는 뜸부기가 꾀꼬리보다 목소리가 더 아름답다고 판정했다.
이 같은 중국우화가 자신의 처지에 비춰 다를 게 없다며 자신의 담벽에 ‘유아무와 인생지한’이란 글귀를 써 붙였다.
임금은 조정에서 실시하는 과거에 응시하라고 했지만 선비는 십년을 한결같이 옳은 답을 적어냈으나 매번 낙방한 것은 조정의 시험관에게 받칠 뇌물이 없어 낙방만 하여 과거시험은 포기했노라는 고백을 듣는다.
임금님의 간절한 요청에 가난한 선비는 마지못해 응시했고 시험 제목은‘유아무와 인생지한’이 나왔다.
이렇게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 바로 이규보선생이다.
올 초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1천 원 이상만 먹어도 징계를 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문제는 대통령이 돼서도 나랏돈을 훔쳐 곳간에 쌓아두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높은 직급만큼 그 액수가 상상하기 어렵다.
내년부터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담배값 인상이란 허울 속에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입법을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자체들이 요구한 각종 건설투자 예산은 힘쓰는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에 의해 나눠 먹기식 인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의 나랏돈 살림을 제대로 지켜가며 사용한다면 사회복지예산은 걱정 없다는 말이 제법 수긍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을 대신하여 사회적 감시에 나선 민간단체들도 정부의 예산을 통해 춤 출 수밖에 없다.
학계는 연구비를 받기 위해 정부의 입맛에 맞춰 개구리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출간한다.
업무의 혁신은커녕 그저 세월만 낚는 공직자들은 명예스럽게 승진하고 퇴임하지만 일만 하다 감사에 적발된 공직자들은 퇴직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다.
그래서 공직의 연륜이 깊어갈수록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침묵하고 눈치만 보며 요령만 피우는지 모른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과 기술을 지닌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빤히 보여도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개구리를 잡으러 갈 여비가 없고 개구리를 받칠 옹기그릇이 없는데 무슨 수로 성공을 기대하랴.
뒤늦은 매운 바람과 추위가 가난의 뱃속을 더욱 움추려들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