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은 '자동차가 달리는 길로, '-반'이란 사람이 자날 수 없는 전용도로라는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라는 뜻이다.
최고의 기능을 갖춘 자동차 전용 도로는 슈넬슈트라세(Schnellstrasse)라고도 부른다.
아우토반의 동서 방향은 짝수, 남북 방향은 홀수로 부여된다. 슈넬슈트라세의 제한 속도는 대개 130km/h이지만 200이상 달려도 제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몰래 카메라도 없다. 하지만 요즘와서 구간별로 속도제한 표시를 하고 있으며 도로의 출발점과 끝점에는 70.50km/h등을 표시하고 있어 무한질주의 종착점을 알려준다.
다만 추월할 경우에는 반드시 1차선에서만 가능하고 앞차는 백미러로 뒤차의 속도를 가늠하여 알아서 2차선으로 차선을 비워준다.
아우토반은 활주로로도 이용되게 설계했는데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부터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아우토반'이라는 명칭은 1929년에 만들어졌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패배로, 배상금이 청구되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빠진 독일은 세계 대공황으로 인한 불경기로 심각한 경제 타격을 입는다. 대량의 실업자가 생기고 1933년 나치당이 정권을 가진 후 아돌프 히틀러는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아우토반 건설 계획을 세운다. 공공사업을 통해 실업률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아우토반은 세계에서 첫 번째인 고속도로 네트워크였으며, 독일을 세계 굴지의 자동차 대국으로 만들어내는 거점이 된다.
프랑크푸르트로부터 다룸슈타트까지의 구간이 최초 1935년에 개통했다.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우토반을 한국에 옮겨온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경부고속도로이다.
경제난 타개, 수출촉진, 실업자 구제를 위한 고속도로 건설은 오늘날의 도로사업의 중심점으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우리나라 도로와의 차이를 분별한다면 큰 차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금부터 80여년 전에 건설한 아우토반이지만 단순한 직선도로보다는 클로소이드 곡선을 이용한 완만한 커브의 라인 설정과 주변 풍치에 맞는 교량과 고가다리 디자인을 비롯해 자연경관과 조화되는 도로건설이다.
즉 평야지대를 가로지르며 절단된 흉상이 아니라 숲과 나무를 조성하여 도로가 포도밭과 어울려 또 다른 풍경화를 나그네에게 선사해준다.
자동차수가 증가하면서 주거지역을 지나는 시점에는 반드시 둔덕을 만들어 자연적인 소음차단을 하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잎사귀가 넓고 하늘높이 자라는 방음림으로 소음을 차단시키고 있다.
또한 자연적으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굴곡을 줌으로서 속도를 스스로 줄이게 하여 지역 주민들이 차량 소음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 시켜준다.
최근에는 저소음포장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는데 도로포장을 한 기업에게 운영관리까지 맡겨 도로포장의 운영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것도 30년간 운영권을 줌으로서 우리나라의 1년마다 포장을 하여 교통체증은 물론 에너지 낭비, 도로파손이 당연시 되는 현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기에 덧붙이기에 명수인 우리나라는 주거지역을 지날 때마다 줄줄이 방음벽을 설치해 바깥풍경을 차단하여 주변경치를 헤치고 만다. 결과적으로 도로 바깥은 농촌들녘이 아니라 방음벽만 어지럽게 스쳐 지나가게 설계했다.
독일 북쪽인 하이델베르그에서 네덜란드 암스텔담까지 4시간 정도 달려가지만 방음벽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반가울정도로 드물다.
대부분 높게 자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거나 둔덕위로 풀들이 우거진 그 너머에는 어김없이 주거지역이 있다.
독일 국경을 통과 하여 암스텔담으로 가는 길목에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설치된 방음벽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음을 하늘로 날려버리기 위해 도로바깥쪽으로 방음벽이 뉘어져 있어 신기하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는 도로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자 방음터널이나 방음벽을 최선책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방음터널은 비용도 문제지만 화재 등 사고 시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된다.
방음벽도 미관을 해칠뿐더러 바깥 풍경을 차단하게 하고 고층아파트가 대중을 이루는 우리나라에서는 소음저감에 원초적 기능도 발휘하지 못한다.
주택건설이나 도로건설 시 토목위주의 단순 설계가 아니라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과 소음저감, 원초적인 저소음 포장으로의 전환, 둔덕과 숲을 통한 방음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긴 요즘에도 민원이 발생한 아파트 앞 조경수들을 보면 대부분 은행이나 단풍, 소나무 일색이다.
백로 한 쌍 찾아오지도 않는 소나무만을 고집하는 것도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단순 설계자들의 돈 놀음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원천적으로 소음을 줄이는 저소음 포장이 우선이고 자연이 주는 숲을 통한 소음저감 그리고 나서 피치 못할 현장에 그곳에 맞는 풍광과 조화를 이루는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
아우토반에서 힘껏 페달만 밟아 보려는 욕구도 해결해야 할 욕망이지만 고속도로를 설계하면서도 이웃과 주변 환경에 최대로 어울려 보려는 노력의 과실을 눈여겨 볼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