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행복하다고 하는데,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부자가 된다는데 각박한 현실에서 두려움은 멈추지 않는다. 평균 수명이 날로 늘어나면서 허겁지겁 달려온 일상을 되돌아보기보다 살아갈 앞날을 걱정해야 할 시대에 우리는 존재한다.
과거보다 미래를 염려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오박이란 유행어가 나돈다. 대학가와 사회초년생들의 삶의 경제학으로 현금 100억 원 이상이면 대박, 30억 원 이상이면 중박, 15억 원 이상이면 소박, 10억 원 내외이면 절박, 5억도 안되면 쪽박이라는 오박의 생활경제지표다. 육순길에 접어들거나 넘긴 격동기의 삶에서는 너무도 화려한 삶의 지표인지 모른다. 장년층에 접어든 삶에 있어서의 생활지표는 아마도 이들 젊은 층과는 확연히 다른 수치로 그려질지 모른다. 일테면 30억 원 이상이면 대박, 10억 원 이상이면 중박, 5억 원 이상이면 소박, 2억 원 이상이면 절박, 1억 원도 안 되면 쪽박이라는 현찰지표가 더 수궁이 갈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적 변혁은 젊은 층에게 새로운 지표를 마련했고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가치적 경제지표를 턱없이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날 경제사회에서의 실제 국민들의 체감온도인데 어쩔 것인가. 적어도 이런 현찰이 있어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데.
최근 정부고위 공직자 재산 총액이 박근혜대통령 25억, 허태열 비서실장 26억, 곽상도 민정수석 29억원,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22억, 황교안 법무부장관 21억,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46억원, 윤성규 환경부장관 19억원부터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1억 7천만원 등 평균 재산이 18억원정도라고 발표했다. 그러면 국회의원 중 전체 재산에서 예금, 유가증권 등 현금 보유액은 얼마나 될까?
단연 정몽준 의원으로 예금 442억 원, 유가증권 1조 8691억 원이며, 김세연 의원(부산금정구)이 예금 13억 원, 유가증권 668억 원을 보유하고 있고, 화성갑의 고희선 의원이 예금 18억 원, 유가증권 1837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윤상현의원이 예금 47억 원, 유가증권 136억 원, 현영회 의원이 예금 28억, 유가 90억 원, 성완종 의원이 예금 15억 원, 유가 219억 원으로 젊은 층이 분류한 대박반열에 올라와 있다.
30억 원 이상의 중박 의원들로는 대략 15명 정도인데 정의화 49억 원, 박덕흠 38억(예), 61억 원(유가), 신경민 10억(예)20억(유), 신장용 6억(예), 33억(유가), 여상규 41억(6억), 이민우 37억, 김희선 42억(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10억 원에서 20억 원의 소박의원들로는 강기윤 5억(예), 10억(유가), 조명철(17억), 주승용 12억, 진영 17억, 최재천 14억, 한기호 11억, 정진석 16억(2억), 홍종학 14억, 홍일표 12억(2억6천), 강창희 13억, 김한길 14억, 류지영 12억, 권선동 17억, 김광림 14억, 김영주 3억(유가 8억), 김우남 10억, 김재원 9억(6억8천), 박영선 13억, 박남춘 14억, 박주선 19억, 안홍준 12억, 이에리사 14억, 장윤석 16억원 등 30여명이다.
5억 원에서 10억 원 사이로는 최봉홍, 박상은, 박홍근, 박혜자, 한선교, 노천래 의원이 8억, 5억원으로는 강기운, 김기준, 김상희, 이학재, 이헌승, 주호영 의원 등 32명 정도이다.
5억원 미만을 쪽박이라 하지만 쪽박이라 말하기 거북스러운 의원들도 상당수이다. 단순히 예금이나 유가증권이 허할 뿐이지 대지, 주택, 토지, 건물, 예술품 등 다양한 소장품 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박하거나 쪽박신세의 현찰을 지닌 허한 사람들은 꿈을 지닐 수 없는 것일까.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삶의 고도를 조정하는 조정사는 우리 자신이다. 체념과 고통, 무지의 세계 속 두려움에서 깨어나려면 무의식에서 스스로 깨어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어두운 생각이나 감정이 우리를 파멸 속으로 던져버리려 할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이 우리를 구속하려 할 때마다 탈출하려는 시도와 생각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 단순한 현찰 보유액으로 두려움에서 해방되리라는 착각은 순전히 착각일 뿐이다. 비상의 날개는 바람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날갯짓을 하려는 의식과 도전의 자아의식의 변화이다.
요즘 살인진드기가 우리를 공포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진드기에 대한 공포는 없었다. 그러나 진드기가 국부마취성이 있으며 바이러스균이 있고 그 원인으로 생명을 앗아가 버린다는 의학계의 발표로 우리는 산과 들판을 멀리하려는 생각으로 함몰되고 있다. 작은 그저 5미리 내외의 진딧물에게서 불안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지만 삶의 난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지표가 현찰이라면 아직도 우리는 어둠의 고통과 자신만이 감추고 싶은 흔적을 지우려는 일그러진 의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진드기에서 해방되어 산으로 들로 내 몸을 던져야겠다. 그리고 오박의 계산법에서 튕겨져 나와 가치의 재발견을 위해 대자연의 숲으로 걸어가야겠다.
지금 당장, 샛별이 뜨는 이 시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