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인증과 내수용 인증
쇠고기로 소비자의 평가방법의 변화를 열거하자.
순수한 국산 쇠고기만 통용되던 시절에는 평가와 시험기준이 단순했지만 수입쇠고기가 국내 시장을 점유하면서 평가방법도 달라졌다.
수입고기가 없던 시절에는 맛과 부위, 가격, 취향에 따른 선호도에 따라 품질평가가 이뤄졌다. 그러나 수입고기 이후에는 이 같은 품질평가 보다 중요한 것이 광우병 걸린 소가 아닌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다.
비교평가의 변화는 파이프업체에도 여지없이 밀려온다. 얼마 전 PVC파이프 업체들은 한자리에 모여 자탄 속에 현실적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국가가 지정한 최소한의 규정인 KS조차 받지 않고 생산된 제품을 국내 시장에 확산시켜 PVC관 전체의 불신을 초래하여 PE관이나 강관, 주철관 등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에서이다.
처음의 품질인증은 원재료, 관의 물리적, 기계적 성질과 치수만을 체크하면 되었지만 짝퉁이 남발되면서 원료와 재료, 관의 구성 물질, 관의 신재여부와 관의 강성 등 범위가 확대되었다.
가짜의 범란으로 결국 품질인증의 강도를 높게 한 일례이다.
품질의 최저기준을 설정하여 안전한 제품으로 짝퉁을 근절해보자는 국가마다의 인증제도는 이제 전 세계의 또 다른 비관세장벽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비관세장벽(非關稅障壁/ NTB(Non-Tariff Barrier)은 관세에 의하지 않고 수입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수입수량의 할당, 국내산업 보호정책, 수출에 대한 금융지원, 각국의 특유한 기준·인증제도, 수입절차상 관행 등이다.
비관세장벽이 특히 주목받게 된 것은 미국이 1974년 통상법에 이 문제를 취급하면서부터인데, 국제무역을 저해한다는 세계 각국의 여론에 국제적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 75년 3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무역교섭위원회 아래 비관세장벽 그룹이 설치돼 그 경감·철폐를 위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증하는 인증제도만 해도 한국 표준 인증인 KS를 비롯하여 기간을 설정한 신기술인증(NEP,NET), 우수성능인증, GR, KC, 건자마크, 물마크 등 각 조합에서 발행한 단체인증, 환경표지, Q마크, K마크, GS, GD, 조달우수제품, 형식인증, 성능인증, 녹색기술인증, 에너지효율1등급, 우수재활용, 에너지절약, 신재생에너지설비 등과 국제적인 ISO인증 등 그 수가 넘쳐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이 같은 인증을 받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소모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받아야 하는 인증 제품들도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수출하려는 국가가 인정하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내산 인증이 해외에서는 짝퉁취급을 받아야 하고 인증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전자제품은 CE마크를 물과 관련된 제품은 NSF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정수기 수출을 위해서는 전자제품이어서 CE마크를, 물을 다뤄야 하므로 NSF인증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밸브를 일본에 수출하려면 일본 수도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물탱크 재질을 유럽에 수출하려면 WRAS(Waer Regulations Advisory Scheme)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인증을 받으려면 기간소요뿐 아니라 비용도 수천만 원 씩 지출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도 있다.
하긴 평택미군기지안에 납품하려 해도 국내 인증은 소용없고 미국 NSF를 받아야 하니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내외 소요되는 인증비용이 한해 1조 7천억 원이나 소요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고민을 할 때이다.
최근 환경부는 상하수도협회를 통해 또 다른 인증 제도를 만들려는 추세이다. KS제품의 한계를 보충하기 위한 또 다른 인증제도이다. 국가간 WTO 등 다양한 협약을 통해 공조하는 방향인데 인증마크만은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문서 등을 인증하는 아포스티유인증이란 제도도 있다.
61년 헤이그에서 각국이 발행한 공문서와 사문서의 국가공증 서류를 공식적인 문서로 인정해주기로 협약하는 제도로 작은 섬나라 피지도 70년대 가입했으나 우리나라는 2007년에서야 가입했다.
혹 세계 각국의 인증제도와 유사한 분야를 찾아 국가가 협약을 통해 유사한 인증은 동일하게 활용되는 차원의 국가적 전략은 세울 수 없는지 반문하고 싶다.
해외 어느 인증제도보다 우리나라 인증이 더 까탈스럽고 어려운 관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왠지 불안한 것만은 분명하다
초창기 3-4천만원 하던 인증비용이 이제는 2-3백만원이면 되어 인증자체에 의심을 가게 하는 ISO인증은 대표적 사례이다. 기계화, 과학화, 동시다발검증이 가능하여 저렴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기업들 중에는 환경인증, 녹색인증 등 다양한 인증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산 사고는 발생되고 장관과 기념사진을 찍은 인증기업으로 조사기간을 2년 동안 유예받은 기업이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한다.
이러저런 이유로 관련분야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지만 인증 받는 절차와 과정 중에 투명성과 명확성, 진실성이 없다면 과연 그 인증마크를 등에 달고 거리로 나섰을 때 누가 그를 우러러 볼까.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ISO와 CE마크가 인정되고 있다.
해외수출을 역점적으로 펼치는 정부가 각종 인증제도에 대한 대책과 대안마련이 미흡한 현실을 보면서 조속한 국가적 전략이 요구된다.
하긴 미친 봄이라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표준인증제도를 부여한다면 최소한의 양심만은 부둥켜안고 의정활동을 할 것인지 우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