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특수법인격인 한국상하수도협회가 10여년을 넘겼다. 회원이 공무원과 기업 등 민간인이 함께 어울려 조성된 협회는 우리나라 물산업의 중심협회로 거듭나면서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건실한 협회로 성장했다. 예산과 결산을 통한 주판알에서는 확실히 고속 성장하는 협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들과 민간회원사들은 협회가 회비와 각종 사업을 통해 이윤만 추구하지 실질적인 도움이나 물 산업발전을 위한 모티브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런 와중에 최근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실행하려던 위생안전기준 인증 제도를 위한 ISO인증 철폐에 따른 부조화가 정기총회장에서까지 터져 나오면서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당혹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대체 2년간의 긴 시간을 주었는데 사건이 터진 이유를 종잡을 수 없다며 그간의 노력을 게을리 한 기업들의 문제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이번 위생인증문제는 기업들보다는 사업수행을 해야만 하기에 범법자로 몰려야 하는 지자체공무원들의 위기의식이 더 강했다. 그래서 이들은 급수부장 등 기술부장회의와 실무과장협의회 회의에서 긴급현안문제로 수 차례 논의를 하기도 했다. 밸브조합에서도 시행 초기부터 부당성과 문제점을 나열하고 해결방안을 촉진하는 건의안을 공문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오죽 답답하면 협회와 환경부 눈치 살피기 9단인 밸브업체들이 정기총회장에서 쓴 소리까지 내뱉었을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협회와 조합은 또 다른 제 2의 권력집단이라며 불평을 토해내면서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안주거리로 정치쇄신을 오징어처럼 내놓곤 한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정치가 바로서야 하고 공직자나 정치인이 불편해야 국민이 편하며, 선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강해지는 사회가 올바르며, 변화하고 혁신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말한다. 상하수도협회 설립초창기 국회에서는 협회가 민간 기업을 이용하여 공무원집단의 아성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며 극히 부정적 시각으로 협회설립 인준을 해주지 않았다.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을 몇몇 민간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회라며 적극 옹호하여 탄생한 것이 상하수도협회인데 그런 염려가 조금씩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매출액이 감소하고 수도산업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기업들은 기술개발비와 함께 각종 인증제도와 허가 등을 받기위한 지출로 빠듯하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바른 소리 좀 하는 민간회원들은 하나 둘씩 협회와 멀어져만 가고 충직한 기수들만이 오색 깃발을 하염없이 나부껴 협회의 중심축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도 있다.
지난해 예산결산을 보더라도 대부분 사업에서 이익을 냈으나 순수한 서비스투자 사업으로는 환경교육, 각종 협의회와 위원회 운영, 연구용역등에 고작 3억 원 정도만 소요됐을 뿐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각종 인증 등에 소요되는 경비가 준조세만큼 버거울 정도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불만은 속으로 다스려야만 할 수 밖에 없다. 감히 입 바깥으로 내몰다가는 기업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생인증은 선진화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며 물산업의 기본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도 민간기업의 활성화와 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증은 기업이 부담한다 해도 검수나 단체 인증료 등은 구매자가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본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자체가 구매할 물량만큼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확인하고 검수하여 양질의 제품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뇌물 등 비리가 발생되지 않고 기업은 좋은 제품만을 생산하게 하는 제도수정은 생각할 가치가 없는지 지금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창조경제의 한 방향이며 협회도 이윤창출과 기업경영의 활성화를 도우면서 품질의 확보가 정착된다.
민간분야에서 전문직으로 종사했던 풍부한 식견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물 산업발전을 위한 협회 자문위원회로 구성하거나 군소지자체들의 현안과제에 대한 연구와 방향설정을 위한 다양한 연구등도 협회가 나서야 할 과제이다. 지금 협회는 열심히 자금을 모아 자체사옥을 마련하고자 하는 뜻은 알고 있다. 그러나 사옥을 마련하고도 이 같은 행태로 사업을 수행한다면 기업에게나 지자체에게나 좋은 동반자로 여겨지기보다 사회적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모난 자나 순정하는 자나 평생 물산업에 종사한 인사들의 사랑방도 운영하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는 영세한 기업들에게는 아낌없이 지원하고 투자하는 협회는 될 수 없는 것일까. 위생인증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균형감각과 위생관리의 명확한 규정, 조사 및 심의제도의 정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민간기업 회원사들과 지자체의 현장의 소리가 접목되어 활발한 토론과 논의가 열려야 한다. 4월말에 발표한다는 상수도자재 인증제도의 규정안도 공개되어 기업들의 실질적 의견을 수렴하고 협회가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다수가 이해하고 만족하며 수궁하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다. 혹 비밀스럽게 일부 의견만 수렴하여 규정안을 마련한다면 또다시 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더 싸고 질 좋은 제품,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기술, 더 인간적이고 우리문화에 맞는 환경조성, 이 모든 것이 창조경영이며 이를 뒤에서 보조하고 보살펴 주는 단체가 상하수도협회였고 이를 정착시켜 가는데 회원사와 협회직원과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뤄지길 기대하면 어설픈 착각일까. 기술발전을 막는 제도가 인증제도라면 심각한 고민과 대안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