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의 몽니
-김은경 장관과 환경부-
지난 11월 9일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이임사를 끝으로 세종청사를 떠났다.
이임사에서 김 전장관은 지난했던 1년4개월간의 여정을 스스로 요약했다.
2실에 머물렀던 환경부 조직이 4실 규모로 커졌고,(생활환경정책실, 4대강조사평가단, 수자원정책국) 20여 년간 숙원과제였던 물관리일원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에너지전환정책과 온실가스감축로드맵 구성, 미세먼지, 화학안전, 폐비닐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미세먼지종합대책, 화학안전관리법,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자평했다.
대체적으로 필자는 새로 부임한 인물보다는 퇴임이후 그간의 행적을 주로 조명했다.
부임초기에는 신이 아닌 이상, 향후 전략에 대한 아부성이나 추측성 기사를 쓰고 싶지 않았고 대다수 언론매체와 달리 그간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방향으로 정리하여 후자들에게 디딤돌이 되어주길 바램에서 이다.
인사청문회를 매우 깔끔하게 통과하면서 시작된 김은경 전장관의 1년 4개월의 행보는 매우 극명하게 대치를 보여준 특성을 지니고 있다.
환경부다운 몽니를 보여준 사례로는 흑산공항 개발에 대해서 정무적 판단이 아닌 생태환경적 접근으로 조심스럽게 반대의 의사(안병옥 전 차관도 같은 의식을 보여줌)를 표명한 사건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심기를 거역하면서까지 환경부의 역할과 방향을 보여준 매우 드문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4대강 보 개방은 김 장관답지 않은 무조건적인 강행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김은경 전장관의 몽니로는 인사문제이다.
취임 초기 김 전장관은 인사문제는 자신이 몇 개월 직접 살펴보고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3~4개월 지난 후 시작된 인사에서 환경부 본부 국장급에 청·처·부 처음으로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의 신선경 자원순환부장을 자원순환정책관으로 임명했다.
대체적으로 여성이 여성을 거부하는 경향을 배척하고 여성환경학자를 본부로 발탁했다.
적폐청산을 강력히 추진하지 못한 감사관에 대해 미진하다고 인력개발원장으로 내쳤고, 자신이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환경부 최초로 운영지원과장에 여성과장을 임명하더니 7개월 만에 신설된 4대강조사평가단으로 다시금 발령 냈다. 당시 여성 운영지원과장에 대해서 매우 똑똑하고 바지런한 인물이지만 아직은 환경부조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인사를 환경부의 핵심부서인 운영지원과장에 임명한 것은 실책이라는 말이 무성하게 나돌았다.
장관과 한 몸이 되어 밀착 행정을 해야 하는 대변인(장관이 직접 선택)도 6개월 만에 원주지방환경청장으로 발령 냈다.
고향이 같다고 하여 차관과의 밀착을 염려함도 있지만 현장시찰에 나선 장관이 카메라기자를 피해 숨어야만 했던 곤욕스러움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다.
일부 고위직 인사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해외파견이나 지방근무를 자처하기도 했다.
몽니는 사실상 잘 사용되지 않았다가 ′98년 김종필 국무총리가 내각제를 안 하면 몽니부리겠다는 발언으로 다시금 정치권의 주요단어로 재탄생한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심술을 부리는 것‘ 우리말 풀이사전에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몽니를 많이 부린 인물로는 조선 11대 국왕 중종의 2번째 정실부인이자 조선 12대 국왕 인종의 계모, 조선 13대 국왕 명종의 생모인 문정왕후를 꼽고 있다.
문정왕후는 20살이 된 명종이 친정을 시작한 후 편전을 내주고 물러났지만 친동생인 윤원형을 이용하여 조정의 뜻을 모았다.
야사에서는 내시와 궁녀들을 이용하여 명종을 감시했으며 아들이었던 명종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뺨을 때리거나 회초리를 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인물로는 임진왜란을 맞은 선조의 몽니가 유명하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중심화두로 잡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시의원시절부터 지켜 봐 왔지만 신념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 반면, 소통이나 협력관계는 원만하지 않은 인물로 조명되어진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환경부의 업무특성상 80%가 타부서와의 소통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추진하기 어려운 부서이다.
오죽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장관도 국무회의에서 가장 많이 화두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 김은경 장관으로 매우 애처로웠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한바 있다.
기업이나 기관은 한 개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움직여야 갈 길을 방황하지 않고 제대로 갈 수 있다.
특히 쟁점이 되는 현안들은 상대를 설득하고 협조를 받아가며 타협과 협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기관을 무조건적인 적폐청산대상으로 여길 때 이미 그 조직은 사기를 잃고 또 다른 문제를 탄생시키고 만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협력과 상생 없이 추진된다면 그 가치를 잃고 만다.
시의원 시절보다 큰 그릇으로 협력과 융합으로 환경의 총수로 당당히 선보일 것 같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사회단체활동을 한 인사들이 좀 더 융합과 소통을 통한 조직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함도 이번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정왕후나 선조의 몽니는 결국 인사문제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사실도 되새김 할만하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