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업 동물들에게 배워라
-약자는 공존과 공유, 협치가 필요-
국내 중소기업 중 특히 환경기업의 수명은 매우 짧다.
정부 정책의 향방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고 무너지고 사라지기 일쑤다.
물 산업을 포함한 환경산업의 역사는 40년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도 걸림돌이지만 기업의 영세성으로 대기업에 종속되고 대·중견기업의 갑질에 간신히 연명만 하다가 기력이 쇄진해지면 사업을 단념하거나 포기하고 만다.
한국사회에서 젊음들이 갈 곳조차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꿈을 접은 2세들이 그나마 부모가 애써 일군 기업에 들어와 가업승계라며 외형적 색체를 띄운다.
하지만 일장춘몽이고 부모가 이승을 하직하거나 병이라도 들면 그 간판은 내려지고 만다.
물론 일부는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2세들도 있지만 특히 제조나 3D업종과 같은 분야는 실낱같은 희망이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도 제조회사의 창업주가 병이 들자 곧바로 기업을 넘겨 버렸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과 국내 현실여건에 의한 외형적 문제와 더불어 내면적 문제도 상당히 곪아 있다.
젊은 날 기술 분야와 영업 분야에서 단련되어 새롭게 기업을 창업한 인사들을 보면 그나마 기업을 성장시키고 지속성이 높은 경영주는 영업출신들이다.
기술자 출신들은 사회 변화, 정책변화 등에 힘입어 한 순간 기업을 성장시켰지만 마케팅전략이나 외부와의 관계설정에 실패하여 고립되고 결국 지속성을 상실하여 현상유지가 고작인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
반면 영업출신들은 기술자 출신보다 솔직하지 못한 경향은 있지만 다양한 제품들을 모방하면서 시장상황에 대한 대처가 빠르고 외부영업에서 인간관계를 잘 설정하여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는 경향이 높다.
기술적 약점을 마케팅전략으로 이겨나가고 기술적 한계에 도달했을 때에는 상대의 기술을 인수하면서 후차적으로 기술보완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로는 이처럼 소기업들은 개미와 같이 집단적 행동이나 연합과 같은 공동대처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초식동물인 가젤은 육식동물인 치타가 공격하면 급격한 방향전환으로 치타를 따돌린다. 치타는 시속 110km,가젤은 80km로 당연히 먹혀버리고 만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여 가젤은 도망가는 거리를 늘리고 통통 튀는 비법으로 치타를 지치게 하고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꿔가며 치타의 진을 빼앗아 버려 위기를 탈출한다.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한 발짝 앞서가는 상품으로 1인자 자리를 고수하는 기술우위의 강소기업의 수법과 같다.
자연에서 약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포식자인 강자의 한번 실수는 한 끼 굶는 것으로 그치지만 피식자인 약자의 실수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빨리 날고, 달리고, 뛰어야 하며, 헤엄쳐야 한다.
토끼는 자신을 노리는 동물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귀를 발전시켰다.
말과 사슴은 귀를 180도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여 감시가 용이하게 했으며, 얼룩말은 눈을 머리 양옆에 두어 모든 방향을 한눈에 보게 발달시켰다.
환경 분야의 강소기업은 별반 없다. 다 비슷한 구조로 특이성도 없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갑질에 얼마든지 농락당하고 먹혀버리고 만다.
거북이는 튼튼한 갑옷으로 고슴도치는 가시 모양의 털로 자신을 방어한다.
식물에서 선인장과 장미 같은 식물들도 가시로 방어하며 찔리면 독성분으로 상대가 죽게 하여 아예 근접하지 못하게 한다.
바다에서의 정어리는 고래나 상어들의 공격에 공동체로 대응한다.
공동체적 집단행동에 정어리가 한두 마리씩 헤엄쳐 가는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정어리는 수천수만 마리의 거대한 무리로 태평양을 넘나든다. 무리를 지어 포식자로부터 경계를 강화하고 위협으로부터 공동의 방어를 취한다.
실리콘벨리에서 IT기업들은 벤처기업들이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성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치사함, 비굴함, 거짓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기업들은 어렵게 단체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협의체와 같은 공동체를 조성하는데 시간도 더디고 실패하는 확률이 높다.
서로가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협력하기 보다는 우월성에 도취하여 독야청청하다가 강자에게 송두리째 먹혀 버리고 만다.
오리너구리의 먹이사냥은 훌륭한 첨단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말랑말랑한 부리에 미세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기공이 있고 이 전파탐지를 통한 원격감지로 먹잇감을 식별한다.
원격감지를 하는 오리너구리는 눈이 없어도 어둠 속에서도 쉽게 먹잇감을 식별할 수 있는 첨단장비를 소유하여 생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기업들은 살아남는 법과 상호존중과 배려로 공존하는 지혜를 지녀야 한다.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평화롭게 들판을 거닐 수 있는 것도 먹이를 두고 서로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키 큰 기린은 나무 높은 곳의 잎과 어린 싹을 먹고 코끼리는 아래 쪽 잎과 가지를 먹으며 가젤이나 누는 들판의 짧은 풀을, 얼룩말은 키 큰 풀과 줄기를 먹음으로써 경쟁을 피하며 평화의 행진을 한다.
나무늘보는 나방을 자신의 몸 위에서 살게 하고 이들이 죽으면 그 영양분으로 초록이끼를 털 위에 피어나게 하여 위장색깔을 만들어 적들로부터 공격을 피한다.
환경기업들의 공존과 공생비법도 바로 이런 자연에게서 배워야 한다.
약자는 공생하던지 기술우위에 있던지 동물들에게서 죽음을 이겨내는 생존비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환경기업들이 고심해야 할 현실적 과제이다.
(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김동환/agamool@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