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문밖에서도 번져서야

동양종합건설도 인도네시아에서 제철소의 원료처리시설을 2012년 6월 2천3백만＄에 계약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루마니아에서부터 미국, 베트남, 싱가포로, 알제리, 중국, 칠레 등 해수담수화설비를 비롯한 각종 중장비 기자재들을 수출하여 올 한해 가장 많은 기자재를 납품하기도 했다.

상수도사업이 정점으로 치닫고 고도정수시설도 마감 길로 가는 시점에서 건축경기도 위축되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생존을 위한 살길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현실이다.
18대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대선공약에서 건설경기를 살려보겠다는 내용보다는 복지와 일자리창출에 많은 공약을 던져놓고 있다.
경영기법에서 유럽식 자본주의의 기본은 상품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여 더 비싸게 팔 것인가라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도 연애를 하듯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다.
흉내만 낸다고 해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고객에게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전자상품이 세계시장에서 고가의 매장에 진열되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여년 안팎이다. 그전에는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가방에서부터 옷, 전자제품 등 해외의 유명브랜드들을 구입하는 한국 고객이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국민들의 씀씀이가 줄고 고가의 외국제품 구매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절약이라기보다 이미 고가 제품들이 생활 속에 흔하고, 선호하는 제품들이 국산으로도 품위유지에 손상이 가지 않을 만큼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주요원인이다. 명동길목이나 백화점, 동대문시장에 중국인을 비롯한 일본인들까지 눈에 많이 띄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왠지 국가적 자존심과 뿌듯할 정도의 어깨 힘이 돋아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건설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자존심과 가치와 품격을 팔기보다는 저급한 가격경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점은 너무도 부끄러운 현실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최근에도 베트남 호지민시가 운영하는 10만 톤 규모의 작은 정수장 건설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인 포스코, 코오롱, 쌍용, 대우, 태영 등이 피나는 투쟁을 한 끝에 태영이 수주하였다. 기술과 설계, 디자인과 가치적 우위보다는 순전히 가격경쟁을 통해 수주하게 된 정수장  건설 사업이다. 그것도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아니라 순전히 우리나라 기업들 간의 피투성이 경쟁이었기에 더 안타깝다.

베트남 정부는 바라만 보아도 가격이 내려가고 당초 예정가의 55%에 발주했으니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작태가 세계 시장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번져 해외건설협회 고위직 간부는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끼리의 싸움박질을 말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과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여기에 비공식적으로 관련된 인사들에게 발주금액의 10%의 뒷돈을 줘야 하니 태영이 수주한 금액으로는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는 실정이다.
여기에 각종 상수도 관련 자재들을 공급하는 회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여 과연 제값을 받고 팔수나 있는지 은근히 걱정이다.

밸브회사도 동아밸브. 고성밸브, 삼진밸브 등 3~4개 기업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져 결과가 매우 기다려진다.
비좁은 국내시장을 떠나 광활한 세계로 나가기 위해 디딤 역할을 충실히 하는 koika의 활동이나 관련기관들의 노력은 언제나 고맙고 음지에서 싹을 틔우기 위한 노력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빈번한 국내기업 간의 과다한 가격경쟁은 국내기업들의 명예와 가치를 떨어트리는 지름길이다.

세일즈 기법의 기본원칙으로 물건을 팔지 말고 가치를 팔아야 한다고 성경구절처럼 박혀 있지 않는가.
이런 가치 없는 가격경쟁을 막고 사전에 조절하여 제값을 받고 기술적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신뢰를 쌓게끔 2차적 선도 작업이 시급히 필요하다.

올 한해 세계를 향해 무섭게 도전하는 많은 건설사들과 부품업체들의 힘겨운 역투는 격려할만하지만 제발 집안 싸움하듯 해외에서도 국내기업끼리 혈투를 벌려 한판 씨름판만 만들어서야 과연 선진국인가.
새해에는 가치를 팔고 신뢰를 팔고 기술을 팔아 마음을 사는 건설사와 부품업체들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