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는 주말임에도 환경인들이 대거 몰려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곽결호,이만의전장관을 비롯하여 현직의 실,국장등과 정책평가연구원 역대 원장인 원로 노재식박사,이병욱전차관.이상은,박태주전원장과 박광국현원장까지 환경부와 평가연구원 전,현직인사들이 세브란스병원으로 모였다.
정회성(54년생.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박사가 향년 62세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정회석(자원순환유통센터,전환경부상하수국장)씨의 친형님이기도 한 정회성박사가 7일 오후 4시에 별세했다. 그동안 임파선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울산에 위치한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해왔다.
서울대,연세대,삼성의료원등에서 내린 불가능한 임파선암 판정에 방사성치료도 거부하고 1년전 울주군에 위치한 정토마을자재요양병원 (이사장 능행스님)호스피스동에 장기요양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주의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원장시절 역점사업으로 펼쳤던 국제환경산업을 퇴임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강한 집념을 보여줬다. 심신에 이상현상을 감지하고도 코이카와의 협력사업중 하나인 베트남 오지 현장에 장기 체류하면서 우리나라 환경산업과의 소통을 꾀하는 열의를 다하기도 했다.
병이 악화되어 병상에 누워서도 베트남현지 최종보고서를 수차례 탈고하는 깔끔한 마무리를 시도할 때에는 주변사람의 가슴을 더욱 애잔하게 했다. 아픈 병상중에도 환경관련 신변잡기를 에세이로 출간하기 위해 구술을 하면 영문학박사인 부인이 받아 적어가는 병상속의 고독한 정신적 투쟁을 계속했지만 최근 인쇄까지 끝낸 에세이집은 세상에 보여주지 못했다.
이 책은 차후 찾아온 문상객들에게 증정할 예정이라는 것이 유족들의 전언이다.
퇴임후에도 출판사겸 연구사무실인 –환경과 문명-을 은평구 녹번동 주변에 설립하고 집필활동과 연구활동을 병행하면서 팔리지 않는 다수의 저서를 발간 기술적 서적 중심의 환경분야에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인물로 각인되게 되었다.
연구원의 동료들과 일부 환경인들은 인문사회적 전문 출판사겸 연구소를 지원하여 지속적인 운영을 하자는 의견들도 모아졌다.
최상기,박용하,최지용,김광림박사와 함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창립한 정회성박사에 대해 김광림박사는 –정박사는 잘 짜여진 네트워크로 많은 인물들과 소통을 해온 인물이다.
누구보다 참 환경인으로 열정적인 신념을 가지고 거침없이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정책결정등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동의를 구하면서 남다른 배례의 정신이 어쩌면 개인적으로는 정신적 부담이 컸는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정박사는 당시로는 드물게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에서 정책분석학박사학위를 받아 국내 귀국후 91년 창립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초대설립연구원이면서 맏형으로 연구원의 초석을 다져온 인물이다.
전라도가 고향인데도 대학은 영남대를 졸업하여 토속적인 지역적인 경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학구열을 펼친것도 특색이다.
대통령자문위원회,국가지속발전위원회위원회와 연구원장 재임시절 07년에는 한국환경정책학회장으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원장은 3년임기를 보장받아 업무를 추진해 왔으나 연구원 출신으로는 최초로 원장에 취임했지만 노무현정권 말기 1년 2개월간만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아픔을 겪어야 한 것은 자신이 그려갈 세계를 포기했던 절망적 시련기이기도 하다.
역대 원장들의 출신경향을 보면 1대노재식(원자력안전기술원(2년)출신), 2대 정진승(KDI출신(1년),3대 김종기(KDI출신(3년),4대 이상은(건설기술연구원부원장(3년),5-6대 윤서성 (환경부차관(6년),7대 정회성(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07,4-08년6월),8대 박태주(부산대공대교수,3년),9대 이병욱(환경경영학/환경부차관 엘지환경연구원장,3년)-10대 박광국(59년생)카톨릭대 법정경영학부교수)등 대부분 외부의 학계나 연구기관,환경부출신들이 취임하여 환경정책과 영향평가등을 총괄 지휘해왔다.
그래서 연구원 설립이래 최초로 내부인사가 수장에 등극한것은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환경정책 전문가들의 산실인 한국환경정책학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해 같은 시기 원장직과 학회장을 동시에 겸임한 인물로 원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학회장을 2회 연임하면서 활동을 지속했다.
이후에도 국가 환경정책에 대해 소신있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신장이 아픈 환자에게 코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를 수술하는것과 같다.지금의 4대강 사업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살펴야 하는데 큰 물만 강이라 여기는것과 같다.
잉어는 큰물에서 산다.하지만 잉어가 되기까지는 알에서 시작해 치어를 거쳐 잉어가 되는데 이들이 자라려면 큰물뿐 아니라 수초,모래,실개천등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바 있다.
정부의 하천관리정책에 대해서는-국토부는 강의 하류가 오염되면 상류에 잇는 물을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이 오염되면 댐을 막아 상류의 물을 사용하는 등 근본적인 수질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가 강 하류지역에 위치하므로 하류의 수질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라고 주장한바 있다.
환경정책의 근본 패러다임으로는 –자연은 스스로 정화되도록 놔두고 인간이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하며 수질정화를 위해 수처리 기술을 적용하고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자원을 남용하므로 결국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태안 유류 유출사고처럼 95년 시프린스호 사고 이후 대대적인 보강을 했던 유류사고 방재체계가 실제 상황에서는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초등방제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환경정책은 방향성과 밥법론이 중요한데 큰 틀에서 정책 아젠다의 방향을 설정하고 다양한 방범으로 추진해야 하나 방향이 옳다고 반드시 정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바 있는 정회성박사이다.
고인과 친분관계를 맺었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은-철학과 신념이 강하게 녹아있으면서도 소통과 융합을 몸소 실행한 인물이다. 환경분야가 대체적으로 기술과 과학에 쏠림현상이 강한데 인문사회적 방향에서 국가 연구기관의 전문인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전달한 인물이 정회성박사이다. 국제환경을 누구보다 중히 여긴 정박사에게 정부는 훈장 추서를 하므로서 값지게 살다가 간 고인을 다시 한번 새겨보는 기회가 마련되야 한다- 라고 말한다.
가족으로는 큰아들 정지윤씨가 서울대물리학과 박사과정을,작은 아들은 한림대의대를 다니고 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