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거산 김영삼대통령과 배드민턴

고 거산 김영삼대통령과 배드민턴

어여쁜 중년 여성들과 혼복으로 시합

스매싱으로 상대의 허점을 공격

지난해 겨울은 우리나라의 어른을 잃었다.

최근에는 이승만대통령을 대한민국을 건국한 초대대통령으로 민주와 자유를 정치적 감각으로 던져준 어른임은 분명하므로 국부로 칭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세계 어느 나라이든 아픔과 피의 얼룩은 저려 있어도 국부는 존재하지만 우리는 감히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모시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땅을 떠난 고 거산 김영삼대통령은 민주정치의 어른이다.

하여 고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여러 기억속에서도 끄집어 내고 싶은 것은 청와대를 떠난 이후 동네에서 아침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민주화운동으로 통치자로 활동하던 시기는 조깅을 하는 모습이 왕왕 TV에 비쳐졌지만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은 영상으로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역대 대통령중 배드민턴 실력이 가장 좋은 사람은 전두환대통령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활스포츠를 번지게 한 인물은 전두환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로 생활체육 발전에 큰 힘이 된 인물임은 분명하다.

청와대에서 상도동으로 주거지를 옮긴 후 김영삼대통령은 인근 동산에 위치한 실내 배드민턴장인 수도배드민턴장을 찾는다.

93년부터 2013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20여년간 운동을 했다.

회원수가 1백여명 남짓한 수도배드민턴클럽은 여느 배드민턴동호회와 진배없이 인근 동산에 마당을 고르고 그 위에 초록천막을 쳐 조성한 그런 배드민턴장이다.

정부나 지자체에 도움없이 순전히 동네 배드민턴 동호인들끼리 품앗이를 하면서 조성한 그런 코트이다.

수도배드민턴장은 4개 코트가 있는 곳으로 국내 평균 코트장과 걸맞는 규모이다.

아침 7시경 코트장을 찾을 무렵이면 경호인들이 먼저 도착하여 코트를 점검하고 흙바닥을 잘 다져 놓는다.

이윽고 김대통령이 입장하면 동호인들이 줄을 서서 맞이하고 악수를 하면서 정담을 나눈다.

몸을 풀고 나면 시합을 하는데 남자복식은 삼가고 항시 예쁘고 실력이 있는 여성 파트너를 점찍어 혼복으로 시합을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후방에 건전한 경호원들이 밀착하여 김대통령의 동작 하나하나를 주시한다.

살벌한 경호가 아니라 혹 넘어져 부상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는 밀착방어이다.

그렇게 20여년간 김대통령의 파트너로 운동을 했던 여인들도 부지기수이다.

최근까지는 장모씨가 동반자였지만 7년전에는 젊은날 배드민턴선수였던 미모의 정모씨가 지도를 해주며 파트너 역할을 하기도 했다.

워낙 늦은 나이에 배드민턴을 시작한 터라 동작의 유연성이나 공격성이 약하긴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하므로서 보는 안목은 매우 높아 좀 헐거운 동호인들에게 코치도 하고 실력이 늘어 난 회원에게는 반드시 칭찬을 아끼지 않아 다정한 이웃 할아버지로 살가움을 심었다.

배드민턴의 묘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상대 네트 앞에 살짝 셔틀콕을 떨어뜨리는 ‘드롭’을 구사하기도 했지만 주로 강하게 상대 코트에 셔틀콕을 쳐대는 스매싱’을 잘 구사했다.

여성 파트너는 주로 50-60대로 인생의 종반전에서 맞보는 또다른 희열을 느끼며 삶의 미소를 충전시키던 거산이다.

배드민턴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국내 3백만 동호인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체 시합과 구청장배 , 시장배,그리고 전국대회까지 생활체육의 한 거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3년 4월 감기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이후 배드민턴 클럽의 한쪽에는 김 전 대통령의 지정 코트가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듯 하다.

코트 옆 조그마한 다락과 같은 갖가지 잡다한 물건을 두는 짐칸에는 김 전 대통령의 전용 의자가 자주색 담요에 덮여 생전에 뛰던 고 김대통령의 발자욱소리를 감싸 안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