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특명
현장을 직접 확인
정주영의 특명에 따라 신동수는 신속하게 현장으로 내려가 각종 구조물 구축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금강1, 2교를 비롯해 구조물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정주영은 매주 일요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대전-영동 구간의 10여 개에 이르는 공구의 현장소장들을 불러 공구장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공정실적 보고와 중장비 배치 등 다음 주 추진계획이 논의됐는데, 신동수와 약속한 대로 본인이 직접 토목구조물 공사를 챙기고 지시했다.
당시 특이했던 점은 정주영 회장이 주찬응 상무 외에 이제 겨우 스무 여덟밖에 안 된 중장비 담당 이명박 과장을 늘 대동하고 다녔다는 사실이다. 서울교 때 전화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신동수가 이명박을 직접 눈으로 대면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입사년도로 따지면 1965년에 입사한 이명박이 신동수보다 1년이 앞서지만 당시로서는 직급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신동수가 한참 위였다. 그렇지만 신동수 소장은‘힘 있는 소장들과 당당히 맞서던’이명박 과장의 젊음과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중장비를 담당하다 보면 힘 있는 소장들의 기세에 눌려 그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공정하게 중장비를 배분했고, 심지어 일부 소장들의 중장비 독점을 막기 위해 정주영 회장에게 중장비 사용료 책정을 건의해 효율적인 관리체제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설에는‘10년 후 현대 사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는데, 허무한 공언이 아니었지요. 그만큼 열정과 꿈이 누구보다 컸던 분이었습니다.”
1969년 중순 신동수는 다시 본사로 복귀했다. 대전-영동 간 고속도로는 도로, 노반, 구조물 등 대부분을 끝낸 상태였으며, 나머지 도로포장과 당재터널 굴착 등 일부공사는 양봉웅에게 인계했다. 양봉웅은 경부고속도로 최대의 난공사였던 당재터널을 뚫은 인물로 유명세를 탔으며, 이후 고려산업개발 회장까지 지냈다.
본사에서도 신동수는 양화대교 설계를 담당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전의 신현주 사장이 찾아왔다. 토목계의 대선배이자 한때 사장님으로 모셨던 분이었던 만큼 깍듯하게 맞았다.
비록 신현주 곁을 떠났어도 신동수는 국전과 계속 인연을 맺으며 설계용역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회사를 그만둘 때 황해근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물려주며 향후 경부고속도로 사업에서 함께 협력하자고 약속했던 만큼 언제나 국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대전-영동 간 현장소장 시절, 국전이 이 사업에 참여해 황해근이 많은 활약을 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