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엔지니어링 탄생과 CEO_11

신현주의 부탁을 받고 당시 현대건설 정순영 전무를 찾아갔으나 이미 채용이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자리에서 정순영이 ‘그러지 말고 당신이 우리 회사에 와서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고 ‘태국 같은 외국에 보내주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웃으면서 되받았다. 그랬더니 대뜸 ‘당신이 원한다면 어디든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화가 이쯤 흐르고 보니, 진담임을 깨달은 신동수는 ‘말만 들어도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현대건설 측에서는 전화를 걸어 같이 일하자면서 영입의사를 밝혀왔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소문이 확산돼 신현주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렇잖아도 인력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신현주는 크게 분노하여 정주영을 직접 찾아가‘왜 남의 사람 빼가려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 국전의 신현주 사장은 토목계의 대표적인 원로였던 만큼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미 당사자인 신동수는 흔들리고 있었다. 내무부에서의 현장감독, 국전에서의 토목설계 경험 이후 신동수는 시공회사에서 현장경험을 쌓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여러 날 고민 끝에 결심을 굳힌 신동수는 마침내 신현주를 찾아가 자신의 의지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좀 더 큰 바다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이것으로 끝이겠습니까. 국전과는 후일을 도모하겠습니다.”
신동수의 솔직한 말에 토목계의 대선배인 신현주로서도 전도유망한 젊은이의 앞날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신동수의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는 황해근 밖에 없다고 판단한 신현주는 그가 국전을 떠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황해근 역시 현대건설로의 잊기를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신현주의 부탁을 선뜩 받아들여 신동수는 황해근을 불러‘나 대신 국전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앞으로 경부고속도로라는 큰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니‘나는 시공업체어서, 당신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손잡고 크게 협력하자’는 내용이었다. 황해근은 선배인 신동수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