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장수천 - 10

 

1980년 10월 29일,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기소된 야당지도자 김대중 씨에게 사형이 구형된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 운동을 김대중 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민중을 선동해 일으킨 봉기로 조작해 김대중 씨와 문익환 목사 등 20여 명을 연행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사형이 구형된 후 스즈키 젠코 일본 총리가 최경록 대사에게 김대중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이 문제가 내정간섭으로까지 비화돼 한국과 일본 간에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형확정 후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현지 교포들과 각국의 양심적 지식인 등이 김대중 구명운동에 나서자 군사정권은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고 1982년 12월 김대중을 석방하고 23년 후인 2004년 1월 29일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군사재판정에 참여한 군장교중 한명이 바로 여운건 회장이다.
사형선고를 내린 군관이 후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드시려는 샘물과 다시 얽히게 되다니, 참 인연은 물처럼 흘러가버리는 것만은 아닌 것이 돈처럼 돌고 도는가 보다.
당시의 국가정보원은 이 같은 사실을 감지하고 약산샘물 박사장에게 여회장을 회사에서 퇴임시키라고 종용하게 된다.
이에 박사장은 –나의 생명의 은인이며 존경하여 내 스스로 모신분인데 청와대에 납품을 하지 않으면 않았지 그리할 수 없다-라고 회신한다.
신원조회가 끝나면 바로 경호실에 통보하여 차량출입만 받으면 되는 절차만 남기고 있던 약산샘물은 결국 청와대납품이 물거품이 되고 만 듯 더 이상 청와대주변과의 소식이 단절된다. 하지만 한 달 후쯤 다시 청와대에서 낭보가 날라 온다.
여회장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생수를 납품하라는 통지이다.
물론 당시 청와대와의 이 같은 충돌을 여회장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박사장의 생각으로는 여회장의 인품으로 보아 이 소식을 알면 여회장은 홀연 약산샘물을 떠날 인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후일 이 같은 박사장의 고집스런 처세에 오히려 탄복하면서 박사장의 신조와 의리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기도 했다.
작은 중소기업 샘물회사를 이끄는 장본인으로 청와대 입성은 엄청난 홍보효과가 크고 어쩌면 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인데, 청와대 납품을 거절하고 여회장을 모시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요즘사회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CEO의 철학적 면모다.
결과적으로 한 달 후부터 약산샘물을 매월 50박스씩 청와대에 납품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납품하여 돈만 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납품에 따른 세금계산서였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여태껏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고 발행할 수 없다는 통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