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연구소(국립환경과학원 전신) 대기연구부에서 탄생된 한국대기환경학회는 어느덧 30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어엿한 성년으로 성장하였다.
그간 수십 명에 불과 했던 회원들이 2천 7백 명의 거대한 학술 단체로 성장하였다.
"Asian Journal of Atmospheric Environment" 을 발간 SCOPUS에 등록하여 국제학술지로 성장하여 세계 속의 학회로 발전해가는 모습은 살아 움직이고 있는 역사의 실체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더욱 감동을 던져준다.
필자는 20 여 년 전 중국의 대기환경 심각성과 우리나라 등 주변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우려한 바 있다. 환경부와 협력하여 중국과 일본 정책결정자 및 전문가를 서울에 초청 1996년 7월 4일에서 5일 까지 동북아 지역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워크숍을 주관한 바 있다. 본 워크숍을 통해 한·중·일 3국 전문가들 간에 공동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후 일본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1999년 8월 16일부터 18일 까지 국립환경연구원(국립환경과학원 전신)에서 1차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전문가 회의(LTP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대기환경을 주제로 한 한·중·일 3국이 함께 한 첫 번째 전문가 회의이다.
전문가회의에서 필자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역설한 바 있다. 그때 중국 측 전문가들로 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러 차례의 산고 끝에 2006년 11월 9일부터 10일 까지 제 9차 LTP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고 황산화물에 대한 3국간 상호 영향에 대한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중국에 의하여 한국이 받는 영향은 각각 41%, 39%, 34% 수준임을 밝혔고, 9차 전문가 회의를 통하여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제시하고 중국의 대기환경이 한국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장기간 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중국 대기환경으로 한국이 받는 영향은 대략 40~50% 전후임을 밝혀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중·일 3국은 장거리이동 오염물질에 대한 중요성과 공동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어 현재까지 15차 LTP 전문가 회의를 통한 13차 공동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는 큰 업적을 이룩하였다.
최근에도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소득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자동차 보유량이 급증하고 있고, 석탄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극심한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10일 부터 중국 베이징, 화베이, 화동, 중부 및 서부 일부 지역 등 총 130만 평방킬로미터에 걸쳐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였다. 베이징의 경우 3주 이상 심한 스모그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베이징 소재 미국대사관에서는 미세먼지(2.5 마이크로 이하인 초미세 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의 허용기준치보다 수십 배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하였다.
이의 여파로 서울에서도 2013년 1월 12일부터 21일 까지 10일간 스모그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미세먼지 농도가 151 마이크로에 달했다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다. 일본에서도 중국에 대책을 요구하였다는 보도가 발표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의 1/100이나 1/200 정도의 입자로 마스크를 착용해도 미세먼지를 막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 한다.
2013년 5월 5일 부터 6일 까지 일본 기타큐슈에서 개최된 제 15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3국 장관은 미세먼지에 대한 건강상의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3국 장관은 동 분야에서 진행 중인 LTP 공동연구에서 이룩한 진전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였다. 그리고 미래 협력을 고려하여「대기 오염에 관한 3국 정책 대화」를 새로 창설하는데 동의하였다.
대기환경이 한·중·일 3국 모두 동일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기술연구에서 정책적 연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걸맞게 한국대기환경학회도 다시금 새로운 방향의 전환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국제학술지의 위상에 걸맞게 연구 대상 범위도 국제적으로 확장 되어야 하겠다. 머지않아 동남아 및 중남미 지역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할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연구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중·일 및 관련국제기구가 참가하고 한국대기환경학회를 유치 기관(Host Organization)으로 하는 국제환경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아시아, 중남미 지역 공통의 환경현안을 조사·연구하고 기술개발과 전문가 교육·훈련,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함도 내일을 향한 우리 학회의 방향이고 길이다. 또한 아시아,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대기환경 산업의 진출을 지원하고 방안을 모색함도 우리의 역할이다.
필자는 20여 년 가까이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국제 공동 연구 경험을 토대로 현재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후학 양성에 온 정열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남미 지역의 산림훼손 등을 통한 난개발로 인한 이상기후와 대기오염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
미력하나마 한국대기환경학회의 국제학술 이념에 적극적인 참여와 미래 환경의 중심축으로 우리 학회가 선도적 역할로 나아가게끔 노력하고자 한다.
한국대기환경학회의 30년 세월을 곰곰이 헤아려 보면서 오늘의 기쁨과 미래를 향한 학회원 모든 분들에게 충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박일수
(한국외국어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