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미터 유독물질 질산으로 처리한다-저연에서 무연황동으로 교체해야

수도미터 유독물질 질산으로 처리한다
사용 금지된 질산처리 제품 버젓이 유통
위생인증 받아 서울시 등 지자체 납품
수출 길 막는 “저연황동”재질 수도미터 이대로 좋은가?

무색의 부식성과 발연성이 있는 대표적인 강산인 질산(H₃NO₃)으로 세정한 수도미터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부실한 위생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수돗물 사용량을 계측하는 수도미터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KS)은 수도미터의 재료 및 구조에서(5.1.3) 수도미터 내부의 물과 접촉되는 모든 부품은 무독성, 유해화학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재질로 제조되어야 하며 도금, 도장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개정된 냉수용 수도미터 계량기 기술요건에도 산세처리를 할 때에는 질산(H₃NO₃), 염산(HCL)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대다수 수도미터 제조회사들은 황동에 함유된 납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질산(H₃NO₃)으로 산세 처리하여 납 성분 비율을 낮춰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에 버젓이 납품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내 40여개의 수도미터 제조회사들은 법을 위반한 수도미터를 생산 및 납품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지자체나 관련 기관들은 제대로 감독이나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고 이들 제품이 위생안전인증(KC)을 버젓이 받고 있다는데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산세처리과정에서 질산(H₃NO₃)으로 납성분을 일시적으로 제거한 후 용출성능시험을 하면 기술표준원이 제시한 납용출 성능기준인 0.001mg/L을 통과할 수 있고 서울시가 요구한 납 함유량 0.85%이하도 무탈하게 통과되기 때문이다.
질산(H₃NO₃)으로 산세처리 된 수도미터는 납 성분이 일시적으로 감소되나 수 시간이 경과되면 납성분이 다시 증가한다. 그러나 납품기일에는 무난하게 위생안전인증(KC) 및 서울시 요구량(납 함유량 0.85%이하)에 부합하여 납품되어 진다.
지난해 말 청와대 민원이 접수되어 2018년 서울시에 기 납품된 총 8개회사(대한계기정밀, 삼원미터텍, 삼성계기공업, 그린플로우, 한진테크, 신한정밀, 청호정밀, 경성제닉스)의 수도미터에 함유된 납성분 검사결과 경성제닉스 제품에서 서울시 기준(0.85%)보다 3배나 초과된 2.4%가 검출된바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에 성분검사를 의뢰한 결과 나머지 7개 업체는 0.3%에서 0.45% 정도가 나와 서울시 기준에 모두 합격했으나 경성제닉스 제품에서는 타 기업 제품보다 6배에서 8배가 높은 납함유량이 나와 전격적으로 회수조치하게 되었다.
현재 수도미터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구리합금의 경우 국내 최대 원자재 공급업체인 ㈜서원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납 성분 함량 0.3~0.85%의 경우 "저연황동"으로 0.25%이하의 경우 "무연황동"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0.25%이하의 경우를 무연황동으로 규정하고 제품에 무연황동만을 사용하고 있다.(환경경영신문,12월9일자)
수도미터 주물 제작 시 외갑(황동)의 스케일제거 공정은 1,2차공정을 거쳐 3차 공정에서 순수한 물로 세척하여 수도미터 황동외갑을 생산하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1차에서 PCF침적세척제, 2차에서 EC전해세척제를 사용하여 세척하는데 이때 강산성 세척제인 질산(H₃NO₃)과 염산(HCL)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세척한 수도미터는 내부 및 표면에 주물사 제거나 스케일을 제거하고 내부의 가공 칩과 수용성 절삭유를 제거하면서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게 되는데 이때 황동에 함유된 납도 일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용출성능기준 이하로 검사되어 위생안전인증(KC)을 무탈하게 넘길 수 있다.
서울시 상수도본부가 납 성분함유량기준을 엄격히 하기 위해 조달구매 시 납 함유량을 0.85%이하로 설정했지만 질산(H₃NO₃)처리로 납함유량 기준을 무탈하게 넘길 수 있다. 전국적으로 수도계량기 구매 시 지자체마다 자율적으로 기준을 설정하여 합격된 제품을 받고 있으나 비교적 타 지역보다 그 기준을 강화한 서울시의 경우도 납은 0.85%이하, 구리는 59.5%이상, 철은 0.15% 이하로 설정해 놓고 있어 납이 함유된 수도미터가 여전히 판매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저연황동을 원재료로 허용함으로써 납 성분 제거를 위해 질산(H₃NO₃)용액으로 세척할 수밖에 없어 제조사들에게 편법행위를 자행하게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납성분의 위해성은 널리 알려져 이미 수도자재중 원료에 납 성분이 함유된 PVC파이프(가소재)나 수도꼭지(로얄토토, 대림요업 등)등은 납 성분이 배제된 무연황동으로 제작·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수도미터만은 여전히 저연황동을 고집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심각한 위해적 요인을 던져주고 있다.
수도미터 생산기업 중 무연황동으로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조달구매 평가방식에 이와 같은 위해성 문제보다 최저가 입찰에 높은 점수를 줌으로써 상대적 불이익을 보게 하고 있다.
다수공급자 계약(MAS)구매 제안 시 서울시를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들은 표준평가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는데 가격점수가 65점인 반면, 품질점검은 5점, 기술인증은 0.5~1.0점의 가점만 줌으로서 위생과 품질위주의 기업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수도미터 40여 제조회사 중 직접 주물로 황동(외갑)을 제조하는 기업은 한서정밀, 대한계기정밀, 경성제닉스, 한국아이치, 대정워터스 등 5개회사이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납품받아 수도미터 완성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도미터 제조회사 중 한서정밀과 대한계기정밀은 저연황동에서 선진국형인 무연황동으로 대체하여 이미 생산에 돌입하고 있다.
따라서 2월말 현재 무연황동으로 수도미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한서정밀이 공급하는 4개사와 대한계기정밀이 공급하는 6개사 등 10여 개 기업 등이 무연황동 수도미터를 제작할 수 있다.
질산(H₃NO₃)의 특성은 금속과 매우 격렬하게 반응하여 납과 같은 물질을 제거하나 이때 발생되는 증기 흡입만으로도 폐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된다. 피부와 눈에 큰 손상도 초래하며 강산의 경우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재해사례로는 반도체 공정에서 황색연기가 발생 근로자가 15일 후 폐기종과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물속에서는 독성을 띠며 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수돗물에서는 질산(H₃NO₃)성질소라는 항목으로 수질분석을 하는데 이때 질산(H₃NO₃)성질소가 수돗물에서 다량 검출된 경우 하천수 오염이나 축산폐수 등의 유입도 의심되지만 수도미터에 함유된 질산(H₃NO₃)으로 인한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질산(H₃NO₃)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는 12조(안전, 보건표지부착), 24조(보건조치), 29조(도금사업 안전조치), 31조(안전, 보건교육), 43조(건강진단), 49조(공정안전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사항이 설정되어 있다.
국내 최대 원자재 공급업체인 ㈜서원, ㈜보영금속에서 수전금구의 경우 이미 무연황동 제품을 “로얄토토”, “대림요업”, “유진워터스”, “아메리카스탠드”, “다다”등에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국내의 수도미터의 경우 아직도 “저연황동”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업체에서는 여전히 산세 처리과정에서 질산(H₃NO₃)과 염산(HCL)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수도미터의 경우에도 “저연황동”제품에서 산세 처리과정이 필요 없는 “무연황동”제품으로 시급히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경영신문/박남식 부장)

 기술표준원 수도미터 용출성능기준(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