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에는 제헌국회 이래로 가장 많은 24,141건의 법안이 제출되어서 그 중 3,195건의 법안이 가결됨에 따라 13.2%의 법안가결율을 보였다.
제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의원안을 2만 건을 넘어서 21,594건이 발의되어 제19대 국회 대비 39.8%증가한 반면 정부안은 제19대 국회 대비 1건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의원안 발의가 급증하면서 규제안도 날로 증가하고 있어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규제영향분석은 정부안에 대해서는 의무절차로 제도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실로 국회에서도 17대 국회부터 규제영향분석 의무화가 발의되었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1998년 토니블레어 정부가 규제정책에 대해 비용편익을 분석하는 규제영향평가지침을 마련했다. 영향평가서는 의회의 법안심사과정에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1980년 레이건 행정부가 비용편익분석이 의무화되면서 시작되었고 1993년 클린턴 행정부가 행정명령 제 12866호(규제개혁과 심사), 2011년 오바마 행정부는 행정명령 13563호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행정입법을 통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면 규제영향분석서를 정부의 규제 감독기관인 백악관 관리예산처 산하 정보규제국(OIRA)에 제출해야한다.
의원안은 규제영향분석 대상이 아니지만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경우 의원안도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해야한다.
독일은 2000년 행정규칙인 연방정부 공동직무규칙(GGO)을 개정하여 입법평가를 의무화하고 국가규범통제위원회(NKR)가 입법평가서를 심사한다.
프랑스는 규제영향분석에 준하는 영향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영향연구의 헌법적 근거를 2008년 개헌했다.(헌법 제 39조 제3항)
우리나라 국회가 17대 당시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국회는 ‘의원입법에 대한 사전 절차가 강화될 경우 의원의 입법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자동 폐기되었다.
우리나라 국회의 의원안의 증가추세를 보면 13대, 14대 의원안은 462건, 252건 정도였으나 15대 806건, 16대 1,651건, 17대 5,728건, 18대 11.191건, 19대 15,444건, 20대 21,594건으로 13대 대비 50배나 급증했다.
반면 정부안은 13대 368건, 14대 581건, 15대 807건, 16대 595건, 17대 1,102건, 18대 1,693건, 19대 1,093건, 20대 1,094건으로 완만한 증가를 보였다.
가결율에 대해서는 정부안의 가결율은 제14대 국회에서 92.4%로 정점을 찍은 이래로 현저하게 하락하고 있으며, 제20대 국회에서 가장 낮은 27.9%였으나 의원안은 제18대 국회에서 5.7%의 가장 낮은 가결율을 기록한 이래로 제19대 국회에서는 7.3%, 제20대 국회에서는 6.7%의 가결율을 나타내고 있어 정부안의 가결율은 낮아지고 국회의안 가결율은 높아지는 대칭적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상임위원회별 법안 수는 20대 국회의 경우 17개 상임위원회 중에서 행정안전위원회의 소관 법안이 가장 많은 3,215건(13.3%)을 차지하였고, 그 뒤를 이어서 보건복지위원회가 2,590건(10.7%), 국토교통위원회가 2,250건(9.3%), 환경노동위 2,145건(8.9%), 기획재정위 2,119건(8.8%)순이며 정보위와 특별위원회가 가장 낮은 34건,22건이었다.
가결율은 제20대 국회 평균 가결율은 13.2%인데, 상임위원회 중에서 소관 법안의 가결율이 가장 높은 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로 가결율은 평균 가결율의 2배가 넘는 28.5%였다. 국토교통위 18.5%, 산통위 19.7%, 문체위 18.5%등인 반면 보건복지위 12.7%, 환노위 가결율은 9.5%이며 낮은 위원회는 국회운영위원회(4.9%), 기획재정위원회(6.7%), 행정안전위원회(8.0%)순이다.
반면 폐기율에서는 외교통일 3.7%, 국방 2%, 농축산위 1%, 환노위 0.9%순으로 높았다. 임기만료 폐기율에서는 전체 평균이 62.1%이며 위원회별로는 정보위원회(97.1%), 법제사법위원회(80.8%), 국회운영위원회(80.3%), 행정안전위원회(74.2%), 교육위(70.6%), 정무위원회(70.1%), 환경노동위(66%)순이었다.
특이점은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소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의원의 입법적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이라면, 대안반영 폐기된 법안은 위원회 심사를 거쳐서 대안에 ‘반영’된 법안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전체 법안 중에서 대안반영 폐기된 법안은 23%를 차지했지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경우 39.4%,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34.7%에 이를 정도로 대안반영 폐기로 처리된 법안비율이 높았다. 국토교통위는 25.9%, 환경노동위는 23.1%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안의 가결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가결된 법안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안(48.1%)이 새누리당 의원안(30.9%)보다 많았다.
국회의원 선수별로 보면 재선의원안의 가결율이 가장 높은 반면, 3선 이상 의원안의 가결율이 가장 낮았다.
지역구 의원안과 비례대표 의원안의 가결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여성의원 안보다는 남성의원 안의 가결율이 높았다.
의원 발의가 점차 높아지는 현상은 좋은 측면이 있으나 불필요한 규제정책으로 국민과 기업에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은 좋은 규제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우리나라도 영국과 미국처럼 의원안 발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17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사전절차가 강화되어 의원의 입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에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된바 있다.
OECD 규제정책위원회는 세계 각국 정부의 규제정책을 분석·평가하고 있는데, 2017년 한국 정부의 규제정책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의원안에 대해서도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거나 국회 내에 규제품질관리를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OECD는 한국의 경우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 중에서 의원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회차원에서 규제정책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제21대 국회에서 의원안 발의 시에 규제영향분석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으나 통과할지는 의문이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박사는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통계학 상으로는 좋은 일면(일하는 국회의원)이 있으나 과연 현실과 미래를 향한 입법안인지 명증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입법안에서도 홍보성이 강한 규제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의원발의도 정부안처럼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고 정부안, 의원안 모두 규제영향분석을 하는 전문기관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국회 신찬기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