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2021.09.17.:제2021-23호)한 ‘기후변화대응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라 탄소세를 걷으면 205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0.08~0.32% 포인트 하락하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02~0.09% 포인트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69조에 의거하여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이는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최대 12조원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추산되는 기금으로 이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 추진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기후위기대응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정부 유상할당 수입금이 주요 재원으로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710여개에 이른다.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유상할당 비율은 10%로 제3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수입금으로 환산하면 3조원, 20%는 6조원, 40%는 12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은 정부가 각 기업에 허용하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정하면서 일정비율의 배출권을 정부로부터 직접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는 무상 90%, 유상 10%이다.
탄소세의 도입은 한국은행이 염려하듯 탄소세가 생산·소비를 옥죄는 경로를 통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기업들은 탄소세와 유상할당 등 이중 부담으로 기업 환경을 악화시킴으로써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탄소세 도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우선은 정부가 발표한 배출권할당계획에 따라 유상할당비율을 현행 10%에서 좀 더 강화하여 3-40%로 상향하는 등 기업이 이중의 부담을 지우지 않게 한국 실정에 맞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중·장기적 순환경제의 수순을 밟아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소세는 전 세계적으로도 스웨덴, 덴마크, 필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25개국이 도입했으며 유럽연합(EU)도 기술발전을 전제로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에서 탄소세가 적용되는 비중(2020년 기준)은 5.3%에 불과하며, 국가별 탄소세율은 이산화탄소 1톤당 최저 0.1달러(폴란드)에서 최고 133.3달러(스웨덴)에 이르는 등 국가 간 격차가 매우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산업 경쟁력 약화와 저소득층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대통령은 2021년 청와대에서 주재한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세제와 부담금제도의 개편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불평등과 소외가 없는 공정한 전환이어야 한다"며 "산업별 전환 로드맵을 마련해 안정적인 산업 재편과 고용 전환을 유도해나가겠다"고 말한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로드맵을 그리는 단계로 탄소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부연설명 한바 있다.
20대 대통령후보 중에 탄소세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는 인물로는 심상정 후보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대통령 직속의 ‘탈탄소사회전환 위원회’를 설치하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0년 대비 50% 이상으로 상향하고 탄소세 도입과 녹색채권 등 공적재원 활용 및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민간펀드를 활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오준호 후보도 화석연료 에너지 전체에 대해 2023년 이산화탄소 환산 톤(tCO2eq.)당 6만 원을 부과하고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세율을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여 2023년 42조 원, 2026년 53.6조 원의 탄소세 세수를 확보해야한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을 위한 입지확보, 재생에너지 생산·유통·판매가 자유로운 통합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 온실가스 다 배출업종의 탈탄소 전환지원 강화 및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 탄소 배당을 재원으로 추진한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후보는 “탄소세가 톤당(t)당 5~8만원이면 거의 1년에 30조원에서 64조원이 걷힌다.”며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가 70조로 탄소세를 부과하게 되면 현재 법인세의 50~90%가 늘어난다고 TV토론에서 말한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안철수, 김동연 후보 등은 탄소세에 대하여 직접적인 거론은 없었다.
윤석열 후보는 과학기술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실현가능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달성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탄소감축과 적응 위주의 기후위기대책으로 탄소중립사회로의 대변환으로 가기위해 재정지출시기 조정 및 재량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세입 증대 예상분을 활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하고 2018년 대비 40%인 2030년 NDC(국가결정기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조정하고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 개발로 탄소중립 재정지출 합리화 및 세출조정을 하며 탄소중립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비용은 국내 연구개발비 확대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재연 후보는 기후위기에 따른 전환비용은 기업의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직접세 비율을 올리는 형태로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의원이 발의한 탄소세법은 온실가스배출 기업에 톤당 8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여기서 나오는 56조원 규모의 돈을 전 국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전경련이 온실가스 1톤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의 세 가지 과세기준을 가정하고 분석한 결과 각각 7조3000억 원, 21조8000억 원, 36조3000억 원의 세 부담이 더해졌다. 한국과 온실가스 배출량(7억 톤)이 비슷한 캐나다의 경우 지방정부에 따라 14달러에서 28달러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전체 법인세수 대비 10,1%, 30.2%, 50.3%에 해당하는 규모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710여개로 그 중 반도체, 배터리, ICT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보다 영업이익이 낮은 철강, 화학, 시멘트, 정유 기업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배출량 기준 상위 100대 배출처는 전체 탄소세의 89.6%를 부담하며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 비중은 시나리오별로 10.8%, 32.3%, 53.8%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상위 10개 배출처를 제외하면 탄소세 비중이 39.0%, 117.0%, 195.0%까지 상승하게 되는데 영업이익이 낮은 기업일수록 탄소세 부담이 크다. 탄소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배출처 수도 시나리오별로 각각 22개, 41개, 50개에 달했다. 톤당 30달러를 부과할 경우 발전에너지 업계가 8조8000억 원, 철강업종이 4조1000억 원, 석유화학 2조1000억 원 등으로 계상된다,
현대제철의 경우 2019년 탄소배출권 구매를 위한 배출부채 1571억 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는데 이는 2018년 영업이익 73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전환 정책 강력 이행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조세제도 개혁 ▲재생에너지 확대와 사회갈등 예방·해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전력산업 및 전력시장 개혁 ▲전력·가스 시장 통합 독립규제기관 신설 ▲대형원전 축소, 출력감발 손실비용 최소화 대책 마련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제도 개혁 ▲에너지기술 국가 R&D 우선순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 ▲취약계층 배려한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적응 정책 수립·이행 ▲수리·반납 권리 보장, 플라스틱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0년 탄소배출권 시장규모(2,291억 유로)는 2018년(1,438억 유로)대비 59% 증가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탄소배출권 시장의 적용을 받는 비중은 2005년 4.9%에서 2021년 17.9%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신총식 박사)
탄소세 부과하면 GDP성장률 -4.hw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