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이 찾아가는 시세계:노두식 시집-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풀잎 하나가
노두식
가도 가도 씻기지 않는 어둠의 편린 하나가
홀로 떠가고 있다
아득히 보이는 그곳은 눈부신
빛이란 빛은 모두 모아 놓은 모꼬지
색깔이 승화되어 막다른
우리 모두 흘러가서 언젠가 닿을 곳
까불리며 홀낏대며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수척한 생애를 싣고
풀잎 하나가
하얀 빛 쪽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노두식 시인은 3대째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이다.
크레파스로 그린 사랑 1984년,바리떼의 노래 1986,우리의 빈 가지 위에 1996,꿈의 잠 2012,마침내 그 노래 2016,분홍문신 2018, 그리고 이번에 다시 시집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을 펼쳐 냈다.
최근 4년간 3권의 시집을 출간하여 시(詩)적 식욕이 엄청나게 왕성함을 보여 주고 있다.
속세 나이로 50을 넘기면서 시세계로의 여행을, 70을 넘겨서는 시와의 로맨스가 석양보다 붉다.
평론가 유성호는 네 번째 시집 ‘꿈의 잠’에서 ‘노두식 시인의 삶을 “슬픔을 불가피한 배음으로 하는 고독의 자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어떤 것” 그리고 “꿈의 형식을 통해 자신의 실존적 고독을 발견하고 표현한다.”라고 적고 있다.
일곱 번째 시집에 대해 시인 김윤식은 ‘화자가 내면의 들끓는 욕망의 의구심과 조바심을 슬며시 감추려는 듯 느긋한 어조로 눙치고 있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노두식의 시가 오늘까지 걸어온 든든한 행보이고, 그의 연륜이며 술책이다. 그러면서 그것은 또 한편 그 연륜 뒤에 가려 둔 쓸쓸함이며, 깊은 고독의 자장일 터이다.’라고 해설하고 있다.
‘붉은 횃불이 피어 오른다/나는 무엇인가를 겨누고 조명하고 의식한다/유한하고 혹은 무한한 집착을/주름진 시간의 현재에서 이해한다’(시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에서)
노두식시인은 시어들 속에 자신의 감성을 숨겨놓고 독자들에게 보물찾기를 하게 유도하고 있다.
그만큼 살아온 환경에서는 표출하기 어려운 내면의 이야기들을 시로 생산하고 있는지 모른다.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