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이 떠나는 추억여행, 그 흔적 통영편-2
화가 전혁림이 그리고 김기림 시인의 시 –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전혁림(1916-2010년)미술관은 동파랑 벽화마을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늪,통영항등이 대표작이며 부산시문화상(1962년),충무시문화상(1984년),대한민국문화훈장(1996년)을 수상했으며 유치환,윤이상,김춘수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대여 김춘수시인은(1922-2004년) 통영중교사,경북대교수,영남대교수,11대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제 7회 자유아세아문학상을 받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대산문학상(1997년),인촌상(1998년),소월시문학상특별상(2004년)을 받았으며 시집으로 –구름과 장미/늪/꽃의 소묘/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등이 있다.
남망산 공원 입구 동산약국 옆이 생가였으며 표석이 남아있는데 김춘수유품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깃발
청마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청마 유치환(1908-1967년)의 형은 극작가 유치진이다. 대표작으로 –깃발/행복/생명의서/일월/바위-등이 있으며 1939년 첫 시집-청마시초-를 출간했다. 한국시인협회초대회장을 지냈으며 부산여상교장을 역임했다.
묘지는 부산시 서구 하단동에 있으며 경주 불국사,부산 에덴공원과 통영 남망공원에 시비가 있다. 청마문학관은 통영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통영시 망일1길에 위치해 있다.
봉선화
초정 김상옥(시조시인)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보고 하마 울까 웃을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1920-2004년,(84세),동아일보 신춘문예 –낙엽-으로 등단,통영문입협회창립,김춘수,유치환,박경리와 창작활동을 하고 대표작으로 봉선화,백자부,사향등이 있다.
과거 통영의 명동이었던 항남1번가 오행당 골목에 초정 김상옥거리가 있다. 시조시 봉선화는 문예지 문장에 가람 이병기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