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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내권의 한국의 환경외교 2-지구파괴의 역사적 책임은 선진국이, 한국은 미래를 책임진다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23-02-07 (화) 19:17 조회 :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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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내권의 한국의 환경외교 2


선진국 공적자금 개발기술공유 전략 펼쳐

수소연료개발,탄소포집저장기술등은 공적자금기술

지구파괴의 역사적 책임은 선진국, 한국은 미래를 책임

우리를 집어삼킬 듯 몰려오는 지구환경 질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외교부 내에 지구환경외교를 전담하는 부서의 신설과 인력 보강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환경외교를 담당하는 ‘과학환경과’를 신설하는 안을 만들어 외교부 내에서 재가를 받은 후에 당시 정부조직을 담당하는 총무처와 예산을 담당하는 경제기획원의 담당자들을 직접 쫓아다니며, 몬트리올 의정서로 인해 우리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엄청난 타격을 설명하고 대처의 시급함을 역설했다.절박한 호소가 통했는지 총무처는 외교부에 1개과를 신설하고 소요 인원도 건의안 원안 그대로 증원해주었고, 경제기획원도 출장경비를 포함한 소요 예산을 원안대로 증액해주었다. 당시 총무처와 경제기획원의 담당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맙고 가슴이 뭉클하다.(외교부는 1991년 2월 과학환경과 신설(초대과장 정내권), 대검찰청 환경과 신설(초대과장 박주선),환경처(1990년) 국제협력담당관 신설(안영재부이사관,남재우, 이덕길)


나는 새로 만들어진 과학환경과의 초대 과장을 자청하였다. 1991년 2월의 일이었다. 마치 내가 자기 자리를 만들려고 열심히 뛰어다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지원자가 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외교부에서는 대미외교 등 주요 4강 외교나 안보외교 또는 통상외교를 해야 외교부의 주류가 되는 상황이어서 이름도 생소한 환경외교 분야에 선뜻 나서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환경과장을 자원하겠다고 하자 “앞으로 외교부 내에서 출세길이 막힐 텐데…”라면서 걱정하는 주변 목소리들이 있었다

‘과학환경과’라는 환경외교의 하드웨어를 갖추었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어야 할 차례였다. 소프트웨어 즉, 우리의 입장을 정립하는 데 있어 어려웠던 점은 우리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에 위치한 신흥 공업국이라는 점이었다.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하여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그룹에 진입하고,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하였다는 사실이 지구환경문제와 관련한 입장 정립에 있어서는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지구환경의 파괴는 선진국이 책임져야


여타 선진국처럼 지구환경 파괴의 역사적 책임을 일괄적으로 공동 분담하기에는 억울하고, 그렇다고 개도국 입장을 취하면서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회피하기에는 우리의 국력이나 경제위상에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지구환경과 관련한 규제에 정통하고, 협상단을 자문할 만한 법률 전문가 자체가 없었다. 국제 환경협약 전문 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구환경 규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정부나 학계, 시민사회에도 거의 없었다. 국내 환경오염문제 전문가야 분야별로 얼마든지 있겠지만 오존층 보호나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없었으며, 더구나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의 환경협상에 정통한 전문가는커녕 회의에 참석해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우리의 입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과거’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공동 분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나,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미래’의 책임에 대해서는 우리의 경제 능력에 상응한 자발적인 방식으로 적극 참여한다. 선진국은 ‘과거’의 역사적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개도국의 참여를 위한 재원과 기술의 지원을 제공하며, 개도국은 ‘미래’에 대한 ‘자발적인 책임’을 ‘능력에 상응’하게 분담하고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개발 방식을 적극 수용한다.유엔 기후변화협약처럼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에 기초한 법적인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 환경협약에서 기존의 선진국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즉, 역사적 책임이 없는 우리는 ‘과거’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선진국으로서의 의무는 거부하지만, 별도의 자발적인 틀을 만들어 ‘미래’의 책임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 능력에 상응해 자발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참여 방식을 정립하여 나간다. 이 정도로 입장을 정리하고 나니 환경외교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 정비된 느낌이었다. 나는 〈한국의 지구환경외교〉, 〈지구환경문제와 한국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면서 우리 입장을 홍보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외무 공무원으로서 정기적으로 보직이 바뀌는데 어떻게 환경외교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었느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나도 정기적으로 보직이 바뀌었고, 담당하는 업무도 계속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계속 지구환경 논의 동향을 챙겼고, 기회가 닿는 대로 환경외교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보직을 맡기 위해 노력하였다. 역설적으로 환경외교가 외교부 내에서 비인기 분야이다보니, 내가 자원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환경심의관, 국제경제국장과 초대 기후변화대사라는, 직업 공무원으로서 최고위직까지 복무하였다


한국의 환경외교의 첫 시험대 리우정상회의


지구환경 논의에서, 또 환경외교에서 전환점이 된 것이 1992년 6월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였다. 리우 지구정상회의는 21세기를 앞두고 지구의 환경보호와 관련한 새로운 국제 질서를 정립하기 위해, 185개국 대표와 114개국 정상이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회담이었다.

리우 지구정상회의는 본격적인 지구 환경외교의 개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환경외교 역량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엔 차원의 지구환경 협상의 핵심은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 규명과 개도국들의 참여에 소요되는 재원과 기술의 지원범위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대립하는 것이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 당시 개도국들의 최대 관심사는 선진국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나 나는 프레온가스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환경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해서 준비한 것이 ‘공공소유기술 이전’과 ‘특허의 강제실시’라는 두 가지 아이디어였다. ‘공공소유기술’은 공공연구기관이 공공예산을 투입하여 개발하고 그에 대한 기술사용 실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특허의 강제실시’는 특허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공익 구현을 위하여 특허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소유기술 이전’과 ‘특허의 강제실시’라는 두 가지 제안을 리우 회의에서 채택된 〈의제21〉에 모두 포함시켰다


유엔의 지구환경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과 기술이전 문제다. 재정지원은 지원금액의 규모가 쟁점이라서 어느 나라든 특별한 준비 없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 기술이전은 개도국들이 기술을 활용할 산업기반과 기술 수용 능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관심이 높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서도 공허한 언어들만 난무하기 쉽다. 선진국들이 기술 소유권이 민간에 있으므로 정부가 기술이전에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는 만큼 선진국 정부가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필요했다

오존층 파괴와 관련해 프레온가스 사례를 겪었던 우리는 실질적인 환경기술의 이전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하고 고민하던 중 ‘공공소유기술의 이전’이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하게 되었다. 공공소유기술publicly-owned technologies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적 예산을 투입하여 개발한 기술로 소유권이나 기술 실시권이 공공기관에 속한 기술을 말한다. 기술 중에는 민간 기업이 개발한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이 자금을 지원하여 개발한 기술들도 많다. 비슷하게 오해되는 말로 ‘공공기술’이 있지만, 이는 특허 기간이 경과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공기관이 보유한 특허에 의해 보호되는 ‘공공소유기술’과는 다르다.


선진국은 상업성 약한 환경기술에 집중투자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들은 상업성이 떨어지는 환경기술 등의 개발에 상당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이렇게 개발된 다양한 환경기술에 대해 정부가 소유권과 기술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정부 지원으로 개발되고 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환경기술이야말로 선진국 정부에게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제안하여 〈의제 21〉 문안에 포함시켰고, 이러한 방안에 대해 기후변화 협상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보고서 등에 적극 포함시켰다. ‘공공소유기술의 이전’이란 제안 자체를 유엔 협상에 처음 등장시킨 것이다. 유엔은 1992년 6월 리우 지구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1990년 3월 최초의 조직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1990년 8월 1차 준비회의를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1991년 3월과 8월에는 각각 2차와 3차 준비회의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하였으며, 1992년 3월에 마지막 준비회의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개최하였다. 마지막 준비회의에 당시 외교부에 신설된 과학환경과장으로 동 협상 회의에 참여한 나는 미국 협상 수석대표인 미 국무성 차관보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해 이렇게 말했다.“기술에는 민간소유기술과 공공소유기술의 2가지가 있는데 민간소유기술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여 이전하는 것이 어렵다는 선진국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공공예산의 투입에 의해 개발되어 공공기관이 소유한 환경기술의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기술을 소유하는 만큼, 이렇게 개발된 공공소유기술들은 정부의 정책에 의해 개도국에 대한 이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공공소유기술’의 개도국 이전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기대한다.” 내 요청에 대해 미 국무성 차관보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내 논리에 공감을 표명하고 좋다고 합의해주었다. 앞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민간 기업이 소유한 특허의 남용에 대응하기 위한 ‘‘특60 61허의 강제실시’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강경한 반대에 직면했지만, 선진국 정부가 직접 이전할 수 있는 공공소유기술의 이전 문제는 의외로 너무나도 쉽게 합의가 되었다. 일전을 준비하고 찾아간 내가 허탈할 정도였다


선진국은 공공기술 저개발국에 기술이전 시켜야


‘공공소유기술의 이전’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었을까. 당시 나는 한국 입장에서 최우선 협상 과제는 프레온가스의 경우에서처럼 선진국들의 지구환경 규제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환경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소유인 기술을 정부가 이전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선진국의 논리에 막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술이전과 관련해 자료들을 조사하다 보니, 미국 등 선진국들의 기술개발에 있어 공공예산의 지원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미국은 거의 40%에 달했으며, EU 30%, 일본 20% 정도에 달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들이 소유권 또는 기술 실시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기술을 ‘민간소유기술’과 ‘공공소유기술’로 구분하여, 민간소유기술에 대해서는 특허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특허의 강제실시’를, 공공소유기술에 대해서는 ‘공공소유기술 이전’을 제안하기로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두 가지 제안이 모두 관철되어 〈의제 21〉에 포함되었다. 〈의제 21〉 34장 ‘환경적으로 건전한 기술의 이전, 협력과 능력배양’ 중 ‘정책수단’ 파트의 ‘(b) 기술에의 접근과 이전의 지원과 장려’ 항목데 포함된 18항 a조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공공소유기술의 이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공공소유기술의 이전이야말로 지구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선진국-개도국 간의 진정한 글로벌 기술협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부분의 환경기술은 개발 초기에는 상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의 투자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진국 정부들이 공공연구소나 대학 등에 상당한 기술개발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상호 협력하여 윈윈할 수 있으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지구환경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공공소유기술의 경우는 민간소유기술의 경우와 달리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 간의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차세대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수소연료 개발 또는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 Storage, CCS기술 등의 경우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상당한 공적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상호 경쟁만 하기보다는 공동연구개발 등을 통해 협력하게 되면 기술 연구 및 개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 상호 윈윈이 가능할 것이다.

2020년 4월 결성된 COVAXCOVID-19 Vaccines Global Access처럼 세계보건기구 WHO 등이 주도하여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상호 협력하려고 하는 것도 공공소유기술 협력의 예라고 볼 수 있다.


KIST 개도국 공공연구기관장 초청 기술협력 논의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21세기의 새로운 지구환경질서 규범인 〈의제21〉에는 ‘공공소유기술의 이전’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다. 1997년에는 리우 지구정상회담을 기념한 ‘리우+5 정상회의’가 유엔 본부에서 개최되어 당시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도 참석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공공소유기술 이전을 위한 연구 보고서의 작성과 전문가 회의의 개최를 제안하고 이후 공공소유기술 이전 전문가 회의를 1998년 2월 경주에서 개최하였다. 그 후 기후변화협약 총회의 기술이전 부분 이행결의안에도 공공기술협력 방안을 포함시키는 등 공공소유기술 이전 아이디어의 확산을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IST으로 하여금 주요 개도국 공공기술개발연구소의 소장들을 초청하여 공공기술연구소 간의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관하도록 주선하기도 하였다. 국제적인 관심과 노벨평화상 개인 사본‘공공소유기술 이전’은 지구환경에도 의미가 있는 제안이었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러운 일로 이어졌다.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제고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수상과 관련해 나는 2000년도에 발표된 IPCC의 기후변화 관련 기술이전 특별 보고서의 주 저자 lead author 자격으로 노벨평화상의 개인 사본을 전달받았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환경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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