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인생 중 가장 힘든 시기 서울교 건설
결국 서울교 건설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신동수 회장은 이때를 자신의 토목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고하고 있다. 밤낮 없는 강행군에 다리에 알통이 박히고 발에는 물집이 생기고 전신 근육통으로 여러 날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처음으로 옥고를 치러야 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즈음 몸살이 심해 본사 임원에게 현장을 잠시 맡겨두고 며칠 병가를 냈다.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쉬던 중, 아침 신문을 보니 자신이 맡은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신동수는 곧바로 달려가 사고 수습에 나섰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여러 사람이 다친 대형 사고였다. 사고의 원인은 야간공사 중 크레인이 스테이징을 쳐서 무너지는 바람에 발생했다.
이 일로 신동수는 당시 기술주임이었던 이정만 주임(現 한국기술사회 회장)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 1심에서 6개월 금고형에 1년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재심청구를 통해 5만원 벌금형으로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사실 이 사건은 기술 문제가 아닌 크레인 기사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이고, 더욱이 휴가 중이어서 본사에서 현장소장 대리인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면 신동수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신동수는 직접 사고 수습에 나서 자신을 현장소장으로 밝혔기 때문에 책임자로 지목됐던 것이다.
서울교 완공 후 신동수는 박정희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히는 경부고속도로 현장에 투입됐다. 처음 신동수가 맡은 구간은 서울-오산 간 구조물 담당이었다. 사실 이 구간의 담당자는 신동수가 내무부 시절 감독으로 나갔던 상진대교의 현장소장이었다. 신동수와는 꽤 친분이 있었는데, 정주영은 그를 퇴직 조치하고 신동수를 후임으로 내보냈다.
정주영은 이 구간의 공사 중 수원 인터체인지 공정이 느리게 진행되자 박정희 대통령과 약속한 공기를 맞출 수 없다고 염려하고 이 같은 인사 조치를 취한 것인데, 신동수로서는‘정직하고 착한 분’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마포대교와 마찬가지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역시 서슬 퍼런 3공화국 시절이었다. 현장감독으로 군인이 상주해 전투를 지휘하는 것처럼 임무완수와 공기단축을 닦달했다. 더욱이 신동수로서는 공정이 늦어 퇴출된 전임소장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했으므로, 여러모로 심적 부담이 컸다. 신동수는 정주영이 박정희 대통령과 약속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굴착, 거푸집조립, 철근조립, 콘크리트 타설작업 등을 릴레이식으로 거의 동시에 시행했다. 하도급 업체들을 불러 현상금을 걸었으며,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24시간 돌관공사를 강행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겨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1968년 12월 서울-오산 간 공사 준공 후 잠시 쉬고 싶었으나, 신동수는 이내 정주영의 부름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신동수는 대전-영동 간 고속도로 공사 구간 답사에 동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주영을 보좌하는 답사 동행길에는 주찬용 상무(2003년 작고, 前 정우건설 회장), 이용재 과장 등이 함께했다.
(다음호에 계속)
